스팸문자? 보낼 테면 보내봐, 내가 보나!

더 교묘해진 스팸메시지... 신고 등 적극적 대처만이 방법

등록 2010.09.17 13:50수정 2010.09.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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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네 사시는 것 같은데 한번 만나실래요?"
"안녕 나 미정이야~ 기억 안나? 전화해! 목소리 들으면 알거야^^"


'딩동~!'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휴대전화에 찍힌다. 잠시 후 또다시 '딩동~!', 이번엔 누가 봐도 오해하기에 충분한 문자메시지다. '어? 미정이가 누구지? 내가 아는 미정이만 서너 명인데….' 의심은 가지만 감히 열어보자니 민망하고 낯 뜨겁다.

얼마 전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나는 스팸 문자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연이은 내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에 호기심이 발동한 초등학생 아들이 휴대전화를 열어본 것이다. 때마침 날아온 스팸 문자를 보고 꼬치꼬치 따지고 들었다.

"어? 아빠! 미정이가 누구야?"

아들의 말 한마디에 놀라는 아내의 시선을 뒤로한 채 진땀을 빼며 설명하고 넘어갔지만 영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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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사기꾼아!" 사람 열받게 하는 스팸문자 얼마전에 날아온 한 통의 문자메시지, '야! 이 사기꾼아 내돈먹고 도망을 가? 경찰에 신고하기전에 빨리 전화해라 후회하지 말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스팸메시지를 보낸다. ⓒ 김학용


하루에도 수많은 스팸문자가 날아든다. 받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또 날아든다. 지우는 일도 참 곤욕이다. '대출' '대리' '광고'등 특정단어를 필터링할 수 있도록 스팸차단으로 등록해 놓았지만 별 소용이 없다. 한술 더 떠 '대*출' '대/리' '광-고' 등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동원하기 때문이다.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오후 9시에도 날아오고 심지어는 잠자는 시간대인 새벽 3시에도 날아든다. 대리운전, 성인용품, 대출, 도박…, 하나같이 불쾌한 내용들이다.

또, 휴대전화에 스팸 차단어를 등록한 후 일반적인 메시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거래처에서 송금을 위한 은행계좌를 문자메시지로 보내기로 했는데, 하루가 지나도 오지 않는 것이었다. 다음날, 거래처에 전화를 건 나는 문자메시지를 분명히 보냈다는 담당자의 항변을 들어야만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휴대전화를 확인해본 나는 그만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계좌번호 알려드릴게요. OO은행 OOO-OOOO-OOO, 송금후 꼭 전화주세요. 이OO대리" 거래처에서 보냈다는 그 메시지는 친절(?)하게도 스팸메시지함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대리'라는 단어가 스팸문자로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추석을 앞둔 요즈음엔 더 늘었다. 하지만 이를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 하루에도 무차별적으로 날아드는 스팸문자,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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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차단어 순위 휴대전화의 스팸 문자 차단 기능을 사용해 스팸에 많이 쓰이는 단어를 등록하자.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불법스팸대응센터에서는 매월 스팸 차단어 중 상위 10개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 불법스팸대응센터


방송통신위원회가 1000통 이상의 문자메시지를 한꺼번에 보낼 수 없도록 하고 불법 스팸 적발 시 1년간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스팸은 오히려 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이용한 불법 스팸 신고 건수는 지난 2005년 27만 건에서 2007년 217만6000여건 작년에는 3558만여 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통신3사는 대량문자서비스의 문자 내용을 미리 검열하거나 알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수백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면서 '나 몰라라'하는 태도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집계한 결과 지난해 통신 3사는 발송 대행업체를 거친 대량문자 서비스로 2천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이 서비스는 상업적 목적을 띤 것으로, 스팸 문자의 근원이다. 이 서비스로 SKT 1100억 원, KT 530억 원, LGU+는 300억 원의 수입을 올린 것이다. 이용자들은 불법스팸으로 고통을 받는 반면, 통신사들은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이다.

불법 스팸 규제를 위해 부과한 과태료 처분도 별 효과가 없다. 스팸전송에 이용된 발신번호의 명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는데, 대부분 명의만 빌려준 극빈층으로 주거지가 불명확하고 납부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악성 불법스팸은 법적 제재조치가 약한 행정처분 보다는 사법처분으로 대처하고, 실제로 스팸을 의뢰한 업자에게도 동일한 책임을 부과하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용자들에게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휴대전화의 스팸을 차단할 수 있는 몇 가지만 실천하자. 스팸의 절반정도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

1. 정체불명의 전화나 특정국번의 번호는 아예 받지 않는다.
우선 스팸 전화로 의심될 경우 절대 응답하지 말아야 한다. 한번 울리고 끊기는 전화는 십중팔구 '원링 스팸'일 가능성이 크다. 휴대전화에 찍힌 '부재중전화' 번호에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거나 응답하면 국제전화요금을 물게 되거나 스패머(스팸발송업자)끼리 정보가 공유돼 더 많은 스팸전화를 받을지도 모른다.

2. 휴대전화 메뉴에서 스팸단어를 등록한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스팸 문자메시지에 많이 이용되는 단어를 필터링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출' '대/리' '광-고' 등으로 변종스팸일 경우 차단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휴대전화 기종에 따라 사용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특정단어와 특정번호를 등록하는 메뉴가 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www.kisa.or.kr)에서 매달 발표하는 '스팸차단어 톱10'을 참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난 8월의 휴대전화 스팸 차단어 톱10은 당일, 고객, 입금, 캐피탈, 팀장, 상담, 방문, 최저, 최대, 금리 순이었다.

3. 휴대전화의 간편신고 기능을 활용한다.
최근에 출시된 휴대전화에는 '간편신고' 기능이 탑제되어 있다. 최근에는 일반 전화번호를 이용한 스팸 전화도 많은데 이 전화를 받을 경우 간편신고 버튼을 누르면 해당 번호가 바로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통보된다. 여기서 스팸 여부를 조사해 확인되면 차단 조치가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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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별 스팸차단 방법 ⓒ 불법스팸대응센터


4. 통신사에 일괄 차단 서비스를 신청한다.
통신사에 060,080 등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에 대해 차단신청이 가능하다. 본인의 휴대전화로 가입한 통신사(국번 없이 114)에 전화해 일괄차단 신청을 하면 된다. 이 서비스는 무료로 신고대상 번호가 있는 전화는 아예 받지 않게 해준다.

5. 적극적으로 신고한다.
국번 없이 1336번으로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다. ARS 안내에 따라 수신한 불법 스팸 신고가 가능하다. 단, 시내통화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또, 불법스팸대응센터에서 신고할 수 있다. 불법스팸대응센터는 휴대전화 스팸은 물론 이메일 팩스 등을 이용한 불법스팸에 대해서도 함께 신고할 수 있다.
#스팸 #문자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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