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에 갇힌 한자말 (62) 발심(發心)

[우리 말에 마음쓰기 952] '마음일으키기'와 '마음내기'를 생각하며

등록 2010.09.25 15:22수정 2010.09.2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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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심(發心)'과 '마음일으키기'

.. 초보니까 못해도 상관없다는 방패를 과감히 포기하고 세상과 만나러 나가는 용감한 선전포고일 수도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발심(發心), 시작이지만 가장 중요한 내딛음과 같다 ..  <김윤기-내 멋대로 사진찍기>(들녘,2004) 24쪽


'초보(初步)'는 '풋내기'나 '새내기'로 다듬고, '상관(相關)없다는'은 '괜찮다는'이나 '아무렇지 않다는'이나 '된다는'으로 다듬으며, '과감(果敢)히'는 '당차게'나 '깨끗이'로 다듬습니다. '포기(抛棄)하고'는 '내버리고'나 '내려놓고'나 '털어내고'로 손보고, '용감(勇敢)한'은 '씩씩한'으로 손보며, '시작(始作)이지만'은 '처음이지만'이나 '첫발이지만'으로 손봅니다. '중요(重要)한'은 그대로 두어도 되나, '큰'이나 '굵직한'이나 '다부진'이나 '굳센'으로 손질해 줍니다.

 ┌ 발심(發心)
 │  (1) 어떤 일을 하기로 마음먹음
 │   - 신선이 되겠다는 발심으로 삼십 년 남짓한 세월을 지리산 속에 있다고
 │  (2) [불교] = 발보리심
 │   - 도승은 발심이 가득하여 전후좌우를 둘러보며
 ├ 발보리심(發菩提心) : [불교] 불도의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제도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는 일
 │
 ├ 불교에서 말하는 발심(發心)
 │→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일으키기
 │→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다짐
 │→ 불교에서 말하는 첫마음 품기
 └ …

불교에서 다루는 여러 이야기는 으레 한자말이곤 합니다. 불교에서 다루는 거룩한 말씀은 아예 한문으로 되어 있으니까요. 불교를 우리 나라에 들여올 때에 여느 사람들이 쓰는 말글로 옮기지 않았고, 불교를 이 땅에서 널리 나누는 동안에도 여느 사람들이 알아들을 말글로 가다듬지 않았으니, 오늘날 불교 낱말이 거의 모조리 한자말로 되어 있는 모습이란 마땅한 노릇이리라 봅니다.

천주교와 개신교를 우리 나라로 들여올 때에는 한문으로 옮기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여느 사람들 말마디로 옮겼다 할 수는 없으나, 서양사람들은 한문이 아닌 한글로 옮겼고, 이들은 성경을 한국사람한테 나누려는 뜻에서 한국사람 스스로 엮지 않았던 국어사전까지 엮어서 내놓았습니다. 지식인과 권력자한테는 한문으로 된 숱한 책들이 저희네 사전이었을 터이니, 이들은 굳이 여느 사람들이 여느 우리 말을 좀더 제대로 잘 알도록 하고자 국어사전을 엮을 까닭이 없었습니다. 아니, 여느 사람들이 어떤 말을 쓰고 있는지를 살필 까닭조차 없었겠지요.

외려 서양사람 서양 종교는 이 나라 사람들 말과 삶을 한결 널리 살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서양 종교에서 쓰는 말마디가 아주 깨끔하거나 해맑다 할 수 없습니다만, 성경책이란 여느 사람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만한 책이 되었고, 성경책 번역은 꾸준히 가다듬거나 다듬으면서 더욱 알맞고 올바른 쪽으로 나아갑니다. 이와 달리 불경책 번역은 여느 사람들 말과 삶을 아직까지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부터 익히 써 왔다는 굴레에서 허덕이고 있으며, '불교 문화'라는 이름 앞에서 스스로 거듭날 길이 가로막힙니다.


 ┌ 마음일으키기
 ├ 마음세우기
 ├ 마음닦기
 ├ 마음내기
 └ …

우리는 우리 마음을 알차고 싱그러이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마음을 튼튼하고 야무지게 세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마음을 곱고 착하게 닦을 수 있습니다.

이제껏 따로 써 온 적이 없어서 쓰기 어렵다 여길는지 모릅니다만, 마음을 알고자 하는 매무새 그대로 '마음알기'를 할 수 있습니다. 여태껏 아무도 말하지 않아서 낯설다 여길는지 모릅니다만,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고자 하는 몸짓 그대로 '마음보기'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마음열기'와 '마음닫기'를 할 수 있습니다. '마음먹기'와 '마음품기'를 할 수 있으며, '마음서기'와 '마음앉기' 또한 할 수 있어요. '마음가짐'이라는 낱말이 왜 어떻게 태어났겠습니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가짐을 알뜰히 여미어야 합니다. 우리 넋을 여미고 우리 삶을 여미는 가운데 우리 말을 여미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하루하루 새롭게 태어나는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싶다면, 우리는 한 걸음 두 걸음 씩씩하게 걸어가는 새 몸 새 넋 새 말로 새 삶을 가꿀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한테 '발심'이나 '발보리심' 같은 말마디를 그대로 물려줄 수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사랑하는 글쓰기>(호미,2010)와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사랑하는 글쓰기>(호미,2010)와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묶음표 한자말 #한자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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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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