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면제는 촛불 탓"... '친절한' 금배지씨

[청문회] '김황식 대변인' 자임한 여당, 야당 공세 무력화

등록 2010.09.30 21:38수정 2010.09.3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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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29~30일 이틀간 걸쳐 진행된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전임 김태호 후보자 때보다 훨씬 긴장감이 떨어졌다.

야당의 김유정, 정범구, 최영희(이상 민주당), 이용경(창조한국당), 임영호(자유선진당) 의원이 병역 면제와 동신대 특혜 의혹, 수입과 지출 불균형, 감사원장 재직 당시 부적절한 행위, 대법관 시절 상지대 판결 등을 소재로 총공세를 펼쳤지만, 결정적 '한 방'을 터뜨리는 데는 실패했다.

병역 면제 의혹을 제외하면 김 후보자에게 큰 흠결이 없었고,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도 부족했다. 김 후보자도 때론 읍소하고, 때론 단호하게 잘라 대답하면서 야당의 공세를 피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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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면제가 촛불탓? 한나라당의 낯뜨거운 감싸기 ⓒ 박정호


김 후보자 답변 대신 정리해 준 한나라당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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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의원.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하지만 무엇보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비교적 무난히 돌파하게 된 데는 여당의원들의 도움이 컸다. 인사청문 특위 위원을 맡은 한나라당 의원 7명은 질의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 김 후보자의 의혹을 해소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틀간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답변을 대신 정리해 주는 '친절한' 모습도 보였다.

특히 고승덕·이두아 의원은 야당이 제기한 의혹을 김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재해석한 뒤 질문하는 노련함까지 보였다.

고 의원은 야당이 4대강 감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야당과 시민단체가 4대강 감사 지연 의혹에 대해 마치 감사원이 4대강 사업 자체의 타당성을 조사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며 "4대강 감사의 목적은 사업 효과를 극대화하고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고 질문 속에 모범 답안을 넣어 김 후보자에게 물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도 4대강 사업 시행이 잘못됐다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아예 못을 박았다.


김 후보자의 딸이 나주 동신대에서 강사로 일하며 특혜를 받았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강사비가 월 30~40만원인데, 그 돈으로는 서울에서 나주 가는 차비도 안 된다"고 노골적으로 감싸고 돌았다.

고 의원은 또 "김 후보자의 법관 재직 시절 큰누나가 총장으로 있는 동신대가 1000억원 이상 정부 지원을 받았다"는 이용경 의원의 공격에 "내가 자료를 확인해 보니 105억밖에 안 되더라"고 방어막을 치기도 했다.

이두아 의원도 '부동시'로 인한 병역 면제에 대해 "시골집에서 전깃불이 없어 촛불을 켜고 공부했는데, 의사에게 물어보면 알겠지만 촛불 밑에서 공부할 때 시력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유추한 시나리오까지 내놨다.

김재경 의원은 질의 도중 "아까 보니까 안경을 자주 바꿔 쓰더라"고 말하며 안경에 주목하게 만들어 "부동시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안경 두께를 보면 된다, 와서 보시라"는 김 후보자의 답변을 끌어냈다.

한나라당 간사인 김기현 의원은 한술 더 떠 "현미경을 들이대고 보면 자세히는 보이지만,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야당을 대놓고 비판했다. 그는 "후보자가 대법관, 감사원장, 총리로 옮겨가며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라는 우려가 있겠지만,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도 똑같은 경로를 밟아 나갔고, '대쪽 총리' 평가를 받지 않았느냐"고 김 후보자를 적극 옹호했다.

김 의원은 또 야당이 김 후보자의 대법관 시절 상지대 판결을 물고 늘어지자 참고인으로 나온 상지대 구재단측 정석영 변호사에게 "김문기 이사장 복귀를 반대하는 상지대 비대위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말해 달라"고 자신의 질의 시간을 통째로 내주기까지 했다.

정 변호사는 "김문기 이사장이 마치 사학비리 대명사나 비리 백화점처럼 음해 모략을 받고 낙인찍혔다"며 장황한 답변을 이어갔다. 질의 시간이 끝나 문희상 위원장이 "그만 하라"고 여러 차례 제지했지만 말을 듣지 않다가 호통을 듣고 나서야 답변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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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병역면제 사유인 부동시의 경우 안경 양쪽 알의 두께도 현저히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 남소연


불만 터진 야당 "마치 후보자 괴롭히는 사람처럼 여겨"

이처럼 여당의원들이 노골적으로 김 후보자를 감싸고 돌자 야당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범구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도중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야당의원들을 마치 후보자를 괴롭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고 여당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도 고승덕 의원이 김 후보자를 옹호하자 "고 의원은 야당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냐"고 화를 냈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당의원들은 끝까지 김 후보자에 대한 방어막을 쳤다.

이틀간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마친 여야는 10월 1일 특위를 열어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김 후보자의 적격, 부적격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태호 후보자에 비해 큰 흠결이 발견되지 않은 김 후보자가 여당의 호위 속에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민주당 내에서도 김태호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로 총리를 낙마시킬 경우, "지나친 국정 발목잡기"라는 역풍이 일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와 관련, 진보신당은 30일 오후 논평을 내고 "이번 청문회는 김 후보자의 '팔자 타령'으로 시작해서 처음부터 김빠진 청문회였다"며 "도덕성이 검증되지 않은 후보자를 '짬짜미'로 야합해 봐주기 청문회로 전락시킨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황식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후보자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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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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