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이 사는 동해의 이국적인 섬, 죽도

동해의 한 점 외로운 섬 죽도를 걷다

등록 2010.10.13 17:18수정 2010.10.1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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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 도착한 지 3일 만인 지난 9월 19일 죽도 가는 뱃길이 열렸다. 날씨 탓이 아니라 죽도 가는 여행객들이 없어 매번 배가 출항하지 못했다. 오전 10시와 오후 3시, 하루에 두 차례나 배편이 있음에도 여행자는 3일이나 무한정 기다려야 했다. 이날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배편을 확인했으나 9시 30분 이후에 다시 전화를 달라는 말만 들었다. 식사를 한 후 도동항 인근을 배회하다 선착장에 전화를 하니 배가 10시에 출항한다고 했다. 기다림 끝에 얻은 쾌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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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가는 배에서 본 행남해안산책로 ⓒ 김종길


도동항 여객선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유람선 선착장에서 배를 탔다. 죽도를 운항하는 배는 유람선이었다. 갈매기가 유람선 주위로 몰려들었다. 배가 출항하자 '뽕짝'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유람선에서는 하나같이 왜 뽕짝을 트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즐길 자유도 있겠지만 조용히 섬을 여행할 권리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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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와 죽도 사이의 바다가 마치 잔잔한 호수 같다. ⓒ 김종길


도동항을 출발한 유람선은 곧장 죽도로 향했다. 죽도까지는 7km 20여 분, 짧은 시간이지만 바다 위에서 울릉도의 해안경관을 맛볼 수 있다. 행남산책로와 도동 등대, 저동항, 촛대바위, 내수전, 북저바위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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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의 유일한 진입로는 365개의 나선형 계단인 달팽이계단이다. ⓒ 김종길


죽도는 울릉도의 부속도서 가운데 가장 큰 섬으로 독도를 제외하면 유일한 유인도이다.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여 대섬·대나무섬·댓섬이라고도 한다. 사방이 수직에 가까운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 유일한 진입로는 365개의 나선형 계단인 달팽이 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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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는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여 대섬·대나무섬·댓섬이라고도 한다. ⓒ 김종길


달팽이 계단을 빙글빙글 돌며 오르고 나면 빽빽이 들어찬 대숲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깎아지른 듯한 수직의 절벽과는 달리 섬 안은 넓은 수평의 평지를 이루고 있다. 마치 거대한 운동장 몇 개를 연이어 붙여 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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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명 사는 죽도의 김유근 씨 집 ⓒ 김종길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건 김유근(41)씨의 집이다. 섬의 집 치고는 아주 화려한 외관을 가진 이 집은 죽도의 유일한 가구로 현재 주인 혼자 살고 있다. 곱게 깎은 잔디와 정원수들은 이 작은 섬의 정원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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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에서 재배되는 무공해더덕은 아주 유명하다. ⓒ 김종길


그는 이날도 정원수를 손질하고 있었다. 큰 백구 한 마리가 갑자기 여행자에게 뛰어들더니 삼각대 포장지를 물고 늘어진다. 이를 본 김씨가 급히 달려와서 백구를 혼내고 물건을 돌려주더니 이내 아무 말 없이 다시 정원수를 손질했다. 원래 섬에는 부자가 같이 살았으나 아버지 김기철씨가 돌아가신 후 혼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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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산책로 곳곳에는 가만히 앉아 쉴 곳들이 있다. ⓒ 김종길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섬 둘레를 따라 도는 산책로는 4㎞ 정도다. 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더덕이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무공해 더덕은 아주 유명하다. 죽도를 들린 여행객들은 저마다 더덕이 가득한 비닐봉지를 들고 섬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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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작은 섬의 산책로는 지루할 틈이 없다. ⓒ 김종길


산책로 중간에는 두 개의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는 경관이 빼어난 울릉도의 능선과 절벽, 관음도, 삼선암 등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발길을 돌렸다. 여행자는 계속 걷기로 하였다. 죽도의 산책로는 걷기에 편안하다. 오른쪽으로는 바다를 끼고 왼편으로는 평평한 평지를 보며 걷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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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의 숲길은 해안을 따라 잘 정비되어 있다. ⓒ 김종길


바람소리를 가득 내는 솔숲을 지나면 초록의 대숲이 터널을 이룬다. 잠시 바다가 보이는가 싶으면 짙은 상록수림이 나온다. 작은 섬의 산책로는 지루할 틈이 없다. 느릿느릿 한 시간 남짓 걷고 나니 다시 처음의 출발점이 나왔다. 더 머물고 싶었으나 정해진 배시간으로 인해 죽도를 나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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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는 지금도 대나무가 많다. ⓒ 김종길


☞여행팁 죽도는 물이 없어 빗물을 모아 사용하며 식수는 울릉도에서 가져다 쓰고 있다. 배편은 비정기 유람선이므로 사전에 꼭 문의하는 게 좋다. 도동항여객선터미널 뒤 유람선 죽도관광(054-791-0150, 4477)에 문의하면 된다. 요금은 1만5000원이다. 소요시간은 약 20분인데, 1시간 남짓 죽도를 둘러본 후 다시 유람선으로 돌아와야 한다. (전체 소요시간 1시간 50여 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 '김천령의 바람흔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 '김천령의 바람흔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죽도 #죽도더덕 #울릉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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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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