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만...요직은 '친인척' 몫입니다

[분석] 138개 법인 중 90개 사립대학에 이사장·설립자 '친인척' 근무

등록 2010.10.29 16:43수정 2010.10.3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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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또는 편법으로 친척끼리 이사장과 교장을 나눠먹기도 하고 정년도 없이 국민 혈세로 8천만 원 이상의 임금을 받아가는 서울 소재 초중등 족벌사학을 고발한 기사(한번 교장은 영원한 교장?연봉 8천↑, 50년 집권...물러날 땐 가족에게)에 이어, 이번엔 전국 130여개 사립대학법인의 족벌운영과 세습실태를 분석했습니다. - 기자말

사립학교의 족벌운영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국민들 대부분이 '으레 그러려니'하고 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민주당 교육상임위원인 김상희 의원실이 한국대학교육연구소와 함께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4년제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130여개 사립대학법인 중에서 무려 90개(65.2%) 법인에 이사장 또는 설립자의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사립대학법인 중 거의 2/3가 족벌운영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들 대부분이 부인, 아들 등을 통해 사립대학을 대물림하고 있었다.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사립대학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족벌운영과 친족 세습이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된 것이다.

친인척 근무 대학법인 90개, 이사장 46명

구체적으로 사립대학법인의 설립자 및 이사장 친인척 근무 현황을 살펴보면, 이사장 46명(15.2%), 총장(총장 겸 이사 및 부총장 포함)은 49명(16.2%)이었으며, 이사로 재직 중인 경우는 54명(17.8%)이었고, 교수 82명(27.1%), 직원은 63명(20.8%)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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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학 3개 중에 2개는 이사장 또는 설립자의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었고, 이들의 다수가 이사장, 총장 등 요직에 앉아 족벌로 운영하고 있었다. ⓒ 김행수


이들 중 설립자의 친인척이 학교법인의 대표인 '이사장'을 맡고 있는 법인 수는 27개교(33.8%)였고, 총장(이사직 겸임 총장 포함)과 부총장으로 재직하는 경우는 38개교(47.5%) 교, 이사직을 맡고 있는 경우는 15개교(18.8%)인 것으로 나타났다.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는 90개 대학의 88.9%(80개)가 대학의 핵심 직책인 이사장, 총·부총장, 이사직을 친인척들에게 맡기고 있었다. 이 자료만 놓고 봐도 사립대학의 대물림이 꽤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친인척 5명 이상 근무 22개교... 동의학원은 무려 18명

'사립학교 하나면 사돈의 8촌까지'라는 말이 있다. 사립학교 하나만 있으면 국민의 세금이나 학생 등록금으로 아무런 제약 없이 친인척과 지인들을 수십 명을 고용해 '자신들의 왕국'처럼 운영할 수 있는 세태를 비꼬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풍문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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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학원 18명을 비롯하여 22개 사학법인에서 이사장 또는 설립자의 친인척이 5명 이상 근무하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친인척만 이 정도이니 친인척이 아닌 지인 또는 밝혀지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 김행수


설립자 또는 이사장의 친인척이 대학에 근무하는 법인 90개 중 5명 이상 근무하는 곳이 무려 22개나 됐다. 특히 동의대학교를 운영하는 동의학원은 산하 학교에 무려 18명의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동명대학교 8명, 명지대·영산대·호남대·대구한의대는 7명, 강남대·건국대·광운대·대전대·광주대·남서울대는 6명, 건양대·경희대·가야대·신라대·상명대·차의과대·광주여대·한북대·한성대·한서대는 5명의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었다.

대부분 법정부담금도 못 내면서 '친인척 고용'

이들 친인척의 직책도 이사장, 총장, 부총장, 교수, 행정실장, 행정직원 등 무척 다양했다. 그런데 이런 족벌사학들의 법인 운영상황과 재정상황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족벌사학 90개 중 법인직원의 임금 지급이 '0원'인 대학이 절반에 이르는 43개교(47.8%)로 나타났는데 이는 법인 직원 급여를 교비회계로 대납하거나, 법인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대학 직원을 파견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립학교법 제29조를 위반한 횡령으로 동법 제73조에 의하며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불법이다.

또한 이들 족벌사립대 중 법정부담전입금을 한푼도 부담하지 않는 대학이 21개교(23.9%)였으며, 약 72.7%의 법인(64개교)은 절반도 부담하지 않고 있었다. 100% 완납한 학교 법인은 고작 18개교로 20%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족벌사학들이 국민 혈세와 등록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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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족벌사학이 최소한의 의무인 법정전입금도 제대로 부담하고 있지 못한 영세사학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국민혈세와 학생등록금으로 운영하면서 수많은 친인척들을 고용하여 족벌로 운영하고 있다. ⓒ 김행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적인 영역의 대물림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공적인 지위나 집단에 관한 것이라면 세습은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사적 영역의 대표적인 예로 거명되는 재벌기업의 대물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대표적인 공적 영역인 대학에서까지 친인척에게 세습하는 현실은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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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을 완성했거나 세습을 준비중인 사립대학이 최소 60개에 이른다. 실제 세습을 준비 중이거나 완료한 대학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 김행수


김상희 의원실의 분석에 의하면, 현재까지 친인척에 의한 대물림이 완성되었거나 현재 세습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이 최소 60개교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현재 설립자의 친인척이 이사장을 하고 있거나 이사장의 친인척이 총장 또는 이사를 하고 있는 대학을 대물림 대학으로 파악한 것으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겉으로 보기에는 세습과 상관없지만 실제 이사장 역할을 하고 있는 학원장이나 실제 이사장이 따로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어떻든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마저 친인척에게 세습하고 있는 우리 현실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학법인처럼 그 운영비의 대부분을 국민혈세 지원과 학생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세습에 대해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의 세습과정에서 과연 '숭고한 교육'이라는 이념도 대물림되고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에는 서울 소재 초중등사학의 이른바 '똥돼지 논란'에 대한 기사를 써 보려 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에는 서울 소재 초중등사학의 이른바 '똥돼지 논란'에 대한 기사를 써 보려 합니다.
#족벌사학 #세습 #김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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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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