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이식수술 의료진, 환자에게 손해배상책임

대법 "줄기세포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설명의무 다했어야"

등록 2010.11.01 10:47수정 2010.11.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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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의료진이 임상시험 단계에 있던 줄기세포 이식수술을 시행함에 있어 환자에게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제주도의 H병원 원장인 K씨는 2003년 9~10월 간경화증 환자 2명에게 제대혈 줄기세포를 환자 복부와 질환 부위에 주사로 주입해 이식하는 수술(줄기세포 이식수술)을 시행하고, 경과를 관찰해 오다가 11월 기자회견을 열어 간기능 검사수치를 토대로 "2명의 간경화 환자에 대해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수술을 시행한 결과 간기능이 현저하게 호전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후 H병원 재단도 병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탯줄혈액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로 간경화증을 치료하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임상실험에 성공했다"고 알리면서 "환자 1명은 간경화증 말기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회복해 현재 한라산 등반이 가능할 정도로 완치됐다", "이번 성공을 계기로 줄기세포의 효능이 입증됐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런 기자회견 및 홈페이지 글의 내용은 신문과 방송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널리 보도됐고, 간경화증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A(60, 여)씨는 2003년 12월 이 병원에서 상담을 받은 다음 줄기세포 이식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A씨는 줄기세포 구입비로 33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치료비로 3600만 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보도를 보고 내원한 다른 7명도 같은 방법으로 줄기세포 이식수술을 받았고, 가격도 엇비슷했다.

 

하지만 이들의 병세가 호전되지는 않았고 이들 중 1명은 숨지기도 했다. 그러자 A씨 등 환자와 유가족은 H병원재단과 병원장 K씨 등을 상대로 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동부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문용호 부장판사)는 2005년 12월 A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병원 측의 책임을 일부 감경해 "피고들은 원고에게 24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다른 원고들도 각각 들어간 비용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책정했다.

 

재판부는 "줄기세포 이식수술은 아직 학문적으로 인정된 의료행위로 자리 잡지 못한 초기 연구단계에 있을 뿐이고, 또한 피고 재단의 줄기세포는 식약청의 의약품 품질제조허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임상시험에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상계획승인 없이 의사에게 줄기세포를 임상시험 수술용으로 제공했고, 의사는 이식수술을 시행하면서도 충분한 설명 없이 수술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말미암아 원고들은 줄기세포 이식수술을 받아 줄기세포 구입비, 입원비 등 각종 비용 등을 지출하게 됐다"며 "따라서 원고들의 자기결정권 등을 위법하게 침해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에서도 서울고법 제17민사부(재판장 곽종훈 부장판사)는 2006년 12월 원고들이 입은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 액수를 조금 더 올려 손해배상액을 정했다. 예를 들어 A씨에게는 302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른 원고들도 손해배상금액을 더 받게 됐다.

 

사건은 병원재단과 병원장의 약사법 위반이 아니라며 상고해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A씨 등이 "줄기세포 이식술을 받았으나 병세가 호전되지 않았다"며 H병원재단과 원장 K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줄기세포는 저온보관 중인 제대혈의 백혈구에서 조혈모세포 등과 구분해 선별한 다음 성장인자 등을 첨가해 체외에서 증식ㆍ배양한 후 사람의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세포단위로 인체에 투여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줄기세포는 약사법의 규제를 받는 의약품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줄기세포 이식수술은 당시까지의 지식ㆍ경험에 의해 안전성 및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시술로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임상시험에 해당하고, 따라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얻지 않고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행위는 약사법에 위배되며, 줄기세포와 성질이 유시한 조혈모세포 이식에 관해 건강보험수가산정기준이 마련돼 있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줄기세포 이식술을 시행함에 있어 환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정인 치료효과에 관해 객관적으로 확인해 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기자회견, 병원 홈페이지 광고, 상담 등을 통해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환자들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피고들이 줄기세포 이식술의 치료효과에 관해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원고들이 고액을 지불하면서까지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줄기세포를 구입해 이식술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원고들이 지출한 줄기세포 구입비, 치료비 등의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0.11.01 10:47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줄기세포 #이식수술 #간경화 #의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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