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동지' 김덕홍 "황장엽, 주체사상에 집착"

<조선일보> 인터뷰... "그래서 결별했고 빈소에도 못 갔다"

등록 2010.11.08 12:00수정 2010.1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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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의 망명을 진행했던 김덕홍(72) 전 북한 당중앙위 자료실 부실장이 8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황 전 비서가 (망명 후에도) 주체사상에 집착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실장은 '2002년 황 전 비서와 결별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북한 문제를 해결하자고 왔는데 이념이 달라 서로 불편했다"며 "그는 주체사상에 집착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황 전 비서)는 중국식 개혁·개방을 주장했고, 나는 대한민국을 모델로 한 자유민주주의로 북한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벤츠(주체사상)는 완전무결한데 운전자가 잘못해서 전복됐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결연 당시 수차례 편지가 오갔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는 북한이 해방돼 김일성·김정일 범죄조사위가 발족하면 그때 모두 밝히겠다"고도 했다.

"벤츠(주체사상)는 완전무결한데 운전자가 잘못해서 전복됐다는 게 그의 생각"

지금까지는 두 사람이 결별한 이유가 김씨는 더 활발한 활동을 위해 미국으로 가자고 했으나 황 전 비서는 한국에서 활동하자며 이에 반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김씨가 이번에 '이념 차이'라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김 전 부실장은 2002년 황 전 비서와 결별한 이후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황 전 비서의 사망 당시 그가 주체사상을 포기했느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음에도 정부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고 국립현충원에 안장했다. 그런데 그의 '망명동지'가 황 전 비서가 망명 이후에도 주체사상에 집착했었다고 밝히며 현충원 안장에 대한 논란이 재연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셈이다.

김 전 부실장은 지난 10월 황 전 비서의 빈소에 조화만 보내고 직접 조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인간적 견지에서 그는 나의 형님이었지만 상(喪)을 개인적으로만 접할 수 없었다"며 "그는 북한 인민 고통의 원인인 '주체사상'의 원천이고, 북한 자유 투사들의 엄정한 투쟁 대상이다. 그들과 뜻을 같이해 투쟁하는 나로서는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상당히 깊은 갈등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 전 부실장은 황 전 비서의 국립현충원 안장에 대해서는 "어찌됐든 그는 북한을 등졌고, 그의 망명은 남한의 정치적 승리였다"며 "그로 인해 남한이 가진 북한 정보 수준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 공로를 인정해준 점에 인간적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실장은 자신이 황 전 비서에게 망명을 권유한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 인민들의 고통은 주체사상에서 비롯됐다. '김일성 공산왕조체제'를 설계한 사람은 황장엽"이라며 "김정일 체제를 붕괴시키려면 그 원천인 황장엽을 데리고 정치망명해야 한다는 북한 동지들의 간곡한 권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근황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배려하고 신변을 보호해줘 정상적인 사업과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장엽 #김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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