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할 만큼 했다... 더 하면 '오버'

서울시의원의 충고...토목 예산 줄여 아이들 밥 좀 먹입시다

등록 2010.11.10 14:10수정 2010.11.1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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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2 지방선거에 생활밀착 보편적 복지형 선거공약이 등장했다. 이른바 '친환경 무상급식'이다. 사실상 야권단일화를 이루어낸 야4당과 진보 교육감 후보는 한 목소리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공약했다. 한나라당은 친환경무상급식보다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선별적 복지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자까지 공짜로 밥을 줄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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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학교급식 현장에서 서울00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배식을 실시하고 있다. 선거 공보 자료 캡처. ⓒ 민주당


결과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압승이었다. 국민은 야당이 주장한 보편적 복지에 표를 몰아주었다. 그러나 서울시장은 강남3구의 막판 몰표로 오세훈 시장이 아주 근소한 차로 재선에 성공하였다. 친환경무상급식 실현의 험로가 예상되었다.

서울시 예산 한푼도 안 드는데, 반대하는 이유 

서울시의회는 임기 시작과 동시에 친환경무상급식의 실현을 위하여 논의에 들어갔다. 시의회는 교육청과 함께 친환경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오세훈 시장과 협의를 위해 교육행정협의회를 구성하였다. 한편, 서울시의회, 서울시교육청,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그리고 시민단체까지 아우르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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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자료사진) ⓒ 유성호

서울시의회와 서울시 교육청은 일관되게 2011년엔 초등학교 전체 학년에 대해 친환경무상급식을 실현하고 2012 이후에 단계별로 중학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현재 서울시가 지원하는 소득분위 하위 10% 정도의 지원을 단계별로 1년에 5%씩 인상하여 2014년까지 하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청장 협의회의 대표와 시민단체 대표들까지 참석하는 수차례의 실무 협의에도 불구하고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시의회 교육청, 구청장 협의회의 의견에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서울시의 분담금을 제외하고 교육청과 구청의 예산만으로 친환경무상급식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 전체 재원의 절반을 마련하였다고 알려지는 서울시 교육청의 예산과 친환경무상급식예산의 20%를 분담키로한 구청의 예산을 합치면 전체 초등학교의 70%가 친환경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다.

서울시는 친환경 무상급식지원에 단 일푼도 내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4개 학년 정도는 친환경무상급식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실무 협상과정에서 서울시 실무협상대표자의 어이없는 제안들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10개 자치구에서 먼저 전학년 친환경무상급식을 실시하고, 나머지는 3개 학년만 하자는 것이다. 당연히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오세훈 시장도 반대했다고 한다.


반대만 하더니 처음으로 돌아간 서울시, 속내는...

또 다른 제안은 친환경무상급식을 4개 학년에 대해 실시하자는 것이었다. 이것도 서울시의 제안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시의원들의 의견이 갈라졌다. '그것만이라도 오시장이 친환경무상급식에 동참한다면 받자'라는 의견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서울시가 30%도 부담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오세훈 시장이 반대했다.

또 다른 서울시의 입장이 알려졌다. 2011년 초등 1개 학년, 2012년에 초등 3개 학년, 2013년에는 초등 6개 학년으로 점차적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이른바 1+2+3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한나라당 서울시의원으로부터 들었던 최초의 입장이었다.

몇 개월을 끌면서 이야기를 진행해 왔던 것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고 말았다. 사실상 친환경무상급식을 하지 말자는 지연전술이었던 셈이다. 이미 서울시 교육청과 구청에서 약 70% 예산 수립을 계획하고 있는 마당에 이것도 하지 말자고 밥그릇을 걷어찬 것이다.

결국, 서울시의 속내는 서울시교육청과 구청이 3~4개 학년 친환경무상급식을 하고, 서울시는 시의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단계별로 4년간 저소득층 30%~50% 선별급식을 하겠다는 것이다. 고집불통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나온 4개 학년 또는 3개 학년 친환경무상급식설론의 본질이고 서울시의 저의다.

서울시의회는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 이러한 자세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서울시가 초등학교 친환경무상급식에 30%의 예산편성을 통해 재정을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저소득층에게는 지금과 같이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차츰 전체적으로 친환경무상급식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제발, 공사비 좀 줄이고 아이들 밥 먹이자

관악구에는 구청 앞 디자인 거리에 한 개에 1천만원 짜리 가로등이 있다. 노들섬에 짓겠다고 하는 한강예술섬은 약 6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서울시 홍보예산만 해도 지난 4년 동안 1천억원이 넘게 들어갔다. 이런 예산 줄여서 아이들 친환경무상급식을 하자는 것이다. 토목예산 줄인 것으로 사람에게 투자하고 교육에 투자하고 우리 농촌의 새로운 활로도 모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9일 오후 서울시의회와 시교육청, 구청장협의회는 성동구청 대강당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실행을 위한 서울공동협약' 선언식을 가졌다. 아직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집행부의 예산 편성은 끝났지만 의회의 예산 심의 의결과정에서 서울시장의 동의로 친환경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오세훈 시장은 할 만큼 했다. 더 고집부리면 '오버'하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그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다수 국민들이 요구하는 보편적 복지 실현에도 귀를 기울여보자. 적어도 아이들 먹는 것 가지고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말자. 이제 할 만큼 했으니 보편적 복지실현에 무조건 발목잡지 말고 친환경무상급식에 나서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서윤기 기자는 서울시의회 의원입니다. 이 기사는 저의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서윤기 기자는 서울시의회 의원입니다. 이 기사는 저의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친환경무상급식 #서울시의회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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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관악구의원, 제8,9대 서울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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