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해야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9번의 역대 특검을 통해본 고비처의 필요성

등록 2010.11.14 16:48수정 2010.11.1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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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폰서 검사 특검'이 수사를 모두 마치고 결과를 발표하자, 일제히 언론 매체에는 '특검 무용론'이 실렸습니다. 부산지역 건설업자인 정모씨에 따르면, 가장 많은 향응 접대를 받고 접수된 진정서를 묵살했다는 박 모 전 검사장은 모두 무죄처분을 받았습니다. 또 여러 검사들이 연루된 성접대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확인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에, 그런 비판이 제기된 것이었습니다. 최근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두고도 검찰재수사냐, 특검이냐를 두고 말이 많은데, 정치권에서도 특검 무용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특검 무용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특검이 왜 쓸모없다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을까, 특검 제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더 나아가, 지금과 같은 특별검사제와, 참여연대도 주장하고 여러 정치인들도 공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또는 수사처)'를 비교해서 고비처의 장점을 찾아보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참여연대가 지난 목요일 발표한 '역대 9번의 특별검사제를 통해 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필요성(조사보고서)'를 참고해주시고 여기서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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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의 역대 9번 특별검사제 조사보고서 표지 ⓒ 참여연대


그 주요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우선,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9번의 특별검사제를 돌아볼까요?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어 검찰 아닌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게 하는 이 방식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이제 11년째입니다. 그 사이에 9번 시행되었습니다.

'쌍끌이 특검'으로 시작한 9번의 역대 특별검사

최초의 특검은 1999년 김대중 정부때입니다. 전 검찰총장(사건 폭로 당시 법무부장관) 부인에게 남편(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형사사건 선처를 위해 값비싼 옷을 사주었다는(정확하게는 옷값 대납) 의혹을 둘러싼 '옷로비 특검(최병모 변호사)'. 대검찰청 공안부 등이 나서서 한국조폐공사 노동조합을 사생결단의 파업을 하게끔 유도한 뒤 경찰력을 총동원해 강제진압하고 형사처벌해버렸다는 이른바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강원일 특검)'이 바로 그것입니다. 두 특검에 동시에 실시되었기에 '쌍끌이 특검'이라고 불렸습니다.

마침 두 사건은 권력층이 개입된 사건일뿐만 아니라, 검찰총장을 지냈고 현직 법무부장관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이었던 점(옷로비 사건),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지냈던 이로부터 자신들이 파업유도를 했다는 말이 나왔던 만큼 검찰조직의 중심부가 수사주체가 아니라 수사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검찰 아닌 별도의 특별검사 도입의 명분을 검찰도 청와대도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그 후 특검은 7차례 더 실시되었습니다.

집권 세력층을 상대로 한 수사는, 김대중 정부 시절의 옷로비 특검(1999, 최병모 특검), 이용호 게이트 특검(2001, 차정일 특검), 노무현 정부 시절의 노무현측근비리 특검(2003.12~2004.4. 김진흥 특검), 사할린 유전개발 특검(2005.7~11. 정대훈 특검) 등 4차례였습니다.


검찰이 수사대상이어서 특검이 시행된 경우로는,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1999.10~12. 강원일 특검)과 최근의 스폰서 검사 특검(2010.7~9. 민경식 특검)이 있었습니다. 구 집권세력과 신흥 집권세력을 대상으로 특검이 임명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시작된 '(김대중 정부) 대북비밀송금 특검(2003.3~6. 송두환 특검)'과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정권인수작업을 하던 중에 활동한 '이명박-BBK 특검(2008.1~2008.2. 정호영 특검)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통 특별검사는 청와대나 실세 정치인, 검찰 등 정치권력이나 사정기관 관련 사건에 도입되는데, 이와는 좀 경우가'삼성특검(2007.12~2008.4. 조준웅 특검)'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검찰이 그동안 참여연대나 법학교수 등의 근거있는 고소, 고발 사건을 묵살하고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성 자금을 받은 사람들 중에 검찰간부도 있었기 때문에 검찰을 신뢰할 수 없었던 사정도 있었습니다만, 정치권력이 아닌 '자본권력'이 특검 수사의 출발점이 된 경우입니다.

이 9번 특검의 수사결과는 어땠을까요? 실망과 아쉬움이 많았던 사건이 더 많았습니다. 물론 이용호게이트 특검이나 대북비밀송금 특검처럼 실체적 진실을 발견했거나 많은 이들을 형사법정에 세우고 형사처벌을 받게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만 최근 스폰서 검사특검처럼 용두사미꼴이었다고 비판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삼성특검의 경우에도 다수 관련자들을 형사기소하는데까지는 이르렀지만, 곳곳에서 봐주기한 부분이 있어서 애초 고소고발을 했던 시민사회단체나 양심선언을 통해 특검을 불러오게 한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던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측근 비리 특검이나 사할린유전개발 특검의 경우에도 수사결과는 너무나 초라했던 대표적인 경우였습니다. 파업유도 특검의 경우는, 그 직전에 발표된 검찰수사결과를 뒤집었지만, 오히려 수사대상자였던 검찰 간부의 책임을 면해주는 결과를 내놓아 실망이 컸던 경우였습니다.

한시적 특별검사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들

그렇다면, 이런 9번의 특검의 제도적 한계는 무엇이었을까요? 검찰개혁의 핵심의제중의 하나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우선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시행된 특검은 '한시적' 특검이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상설 특별수사기구'입니다.

'한시적' 특검은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기존 검찰이 수사를 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게 할 것인가를 국회가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특정 정당이 특정 의혹에 대한 특검법안을 발의해서 다른 정당과 힘겨루기 합니다. 시민단체들이 특정사건에 대한 특검법 제정을 청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행히 여야가 합의해서 특검 임명을 위한 법안이 제정되면 특정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팀이 구성되고 수사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법적으로 수사대상이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이미 구성되어 있는 특별수사기구의 특별검사들과 수사관들이 자동으로 수사하는 방식입니다. 굳이 검찰이 할지 특별검사가 수사할이지 정치권에서 힘겨루기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이 특별수사기구의 수장은 검찰총장의 경우처럼 법무부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정치적 중립성 또는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를 따라 임명하는 자리입니다.

수사할지 말지를 정치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한다?

첫째, 한시적 특검은 수사대상 선정과 수사범위, 수사기간 등 수사에 필요한 핵심적인 사항들이 정치적 협상과 타협, 힘겨루기의 결과에 따라 매우 제한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해 고비처는 정치적 협상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노무현측근비리 특검이나 사할린유전개발 특검은 사실 특검이 수사에 나설 필요도 없는 것임이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집권여당을 공격하려던 야당(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따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북비밀송금 특검의 경우는 송두환 특검이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수사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역시나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이 연장승인을 거부하여, 60여 일 만에 수사를 끝냈습니다. 정치적 타협에 따라 각각의 특검법이 만들어지고, 또 각각의 특검법에 특검의 활동기간에 대해 제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당은 수사기간 제한과 수사범위 축소를, 야당은 수사기간 연장과 수사범위 확장을 주장하는데, 실체적 진실발견과 사법정의 구현에만 신경쓰여야 특별검사의 수사가 정치적 협상에 따라 제약받고 또 왜곡되는게 지금까지의 '한시적' 특검의 모습이었습니다. 용산철거민에 대한 경찰의 강제진압사건과 안기부X파일 사건은 국회 협상 결과 특검에 의한 수사가 불가능한 경우였습니다.

부실한 수사인력과 검찰의존적인 한시적 특별검사팀

둘째, 한시적 특검은 기존 검찰조직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안 될만큼 허약한 수사력을 가집니다. 수사팀 구성도 어려울뿐만 아니라 검찰조직에 상당히 기대고 있습니다. 한시적 특별검사팀은 갑작스레 구성되는 수사조직입니다.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하던 사람이 특별검사로 임명되고, 이 특별검사는 법에서 정한 짧은 수사기간에 수사팀 구성을 끝내고 수사까지 마무리해야 합니다. 

지금껏 9번의 한시적 특검법은 특별검사에게 수사팀 구성에 필요한 준비기간으로 최장 20일을 부여했습니다. 이 기간중에 검사역할을 할 특별검사보를 1명 내지 3명 선발해야 하고, 수사관을 10명내지 20명 정도 선발해야 합니다.

이 짧은 기간안에 권력 눈치 보지 않고 도덕적으로 흠결없는 우수한 재야 변호사중에서 수사팀을 짜야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최근 스폰서 검사 특검처럼 검사재직 시절 향응접대 의혹사건에 휘말렸던 변호사가 특별검사보에 임명되었다가 중도에 사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수사실무에 능한 사람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보니, 검사와 검찰수사관을 상당히 많이 파견받아야 합니다. 실제 대부분의 특검은 법에서 허용한 특별수사관의 정원은 채우지 못했는데, 파견검사와 파견검찰공무원은 법에서 정한 정원을 다 채워서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수사의 많은 부분을 기대는 게 현실입니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에서는 대검 공안부가 핵심수사대상인데, 공안통 부장검사가 수사팀에 파견되어 핵심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민변 출신 특별검사보와 재야 출신 특별수사관들이 수사팀을 떠나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노무현측근비리 특검에 참여했던 특별검사보 1명도 파견검사와 수사진행과 관련해 갈등을 겪다가 중도사퇴했습니다. 최근 스폰서검사 특검은 검사지위를 가진 '특별검사와 특별검사보'가 4명인데, 파견검사는 10명이나 되는 '웃기는' 구조였습니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수사, 검찰조직으로부터 독립적인 수사를 기대해서 만든 특별검사인데 실제 운영면에서는 검찰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모순입니다.

이 모든 것은, 신속한 수사가 생명인 권력형 비리, 부패사건을 맡은 특별수사조직 특별검사팀을 급하게 구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별검사제의 핵심 '특별검사' 임명과정이 졸속

한편 특별검사제도의 핵심인 '특별검사'가 어떤 사회적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고 급하게 임명되었습니다. 신속한 수사가 핵심인만큼, 특검팀 구성에도 넉넉한 시간을 주기 어렵지만, 특별검사 임명과정도 짧을 수 밖에 없는게 현행 '한시적 특검'의 한계입니다.

역대 특검을 보면, 특정사건을 다룰 특별검사법이 공포되면 2~3일 이내에 대통령이 특검 추천기관(대한변협 또는 대법원장)에게 특별검사 추천을 의뢰합니다. 그러면 그 추천기관은 7일 이내에 특별검사 후보자 2~3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해야 합니다. 그리고 2~3일 이내에 대통령이 1명을 지정해 임명합니다.

1주일 안에 대법원장이나 변협회장이 국민적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것은 너무 졸속입니다. 지방변호사회를 비롯해 변협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치는 것도 턱없이 부족하며, 국민의 의사를 수렴할 시간은 언감생심입니다.

국회에서 검증하고, 언론매체들이 자질을 검증할 시간은 절대 부족합니다. 대부분 특별검사는 수사경험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가 임명되었습니다.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경우를 보더라도 과연 저 변호사가 왜 특별검사가 되어야 하지 하는 의문을 갖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검사뿐만 아니라 실제 수사의 핵심역할을 하는 특별검사보 임명과정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검증과정이 없습니다. 특별검사가 대통령에게 임명을 요청하면 곧바로 임명되기 때문이고, 그 특검보가 누군지는 임명 직전에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시적 특검을 넘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가야 해

위에서 본 현행 한시적 특검제의 한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특검의 수사력은 지금 수준에서 더 나아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검찰이 신뢰받지 못하는 만큼 아닐지라도 특검팀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나아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 1999년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할 때, '한시적 특검'이 아니라 특별 수사기구를 도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이제 11년 동안 9번 한시적 특검을 시행했고, 그 제도적 한계를 확인했으니, 이제 원래 의도했던 상설 특별수사기구로 발전할 때입니다. 검찰개혁의 대표적 과제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야 할 때가 이제 되었습니다. 
#특별검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고비처 #공수처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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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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