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야 미호종개야, 미호천에서 살자꾸나

미호천에서 사라져가는 생물종과 그의 복원노력에 대해

등록 2010.11.16 11:37수정 2010.11.16 11:37
0
원고료로 응원

올해는 생물다양성의 해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개발과 기후변화로 인해 지금도 소리없이 사라져가는 생물종들이 수없이 많다. 어떤 생물들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미쳐 파악되기도 전에 급속하게 멸종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생물은 각종 항생제의 원료가 되는가 하면, 환경오염물질을 분해 흡수하거나 대기와 물을 정화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해 적정한 기온을 유지시켜 준다.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도 생물종 보호를 위한 노력으로 생태경관보호지역과 습지, 자연공원, 특정도서, 백두대간, 야생동식물보호지역, 산림유전자보호지역 등을 관리 보호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들을 법정관리종으로 지정해 일부 종들의 복원에 힘을 쏟고 있다.

 

a

백곡천 미호종개 서식처에 꼿혀있는 깃발 순천향대 미호종개복원팀이 미호종개 치어를 방사했고, 지금도 성체들이 서식하고 있는 백곡천 상류 ⓒ 최수경

▲ 백곡천 미호종개 서식처에 꼿혀있는 깃발 순천향대 미호종개복원팀이 미호종개 치어를 방사했고, 지금도 성체들이 서식하고 있는 백곡천 상류 ⓒ 최수경

a

교원대 황새복원센터의 복원된 황새 사육장 밀집농도가 더 높아지기 전에 자연방사지로 보내져야 한다. ⓒ 최수경

▲ 교원대 황새복원센터의 복원된 황새 사육장 밀집농도가 더 높아지기 전에 자연방사지로 보내져야 한다. ⓒ 최수경

금강의 최대지류인 미호천에도 멸종위기된 미호종개와 황새의 복원 노력이 각각 교원대와 순천향대에서 활발하다.

 

미호천의 깃대종이라 할 수 있는 미호종개(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제454호)는 풍부한 모래와 깨끗한 수질를 자랑하던 70년대 전까지만 해도 많았지만, 이후로 골재 채취, 수질저하 등으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음성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역의 하천을 낀 논에서 지금의 백로만큼 개체수가 흔했던 황새(천연기념물 제 1995호)는 과도한 농약 사용으로 먹이원을 잃고 멸종했다. 이후 1971년 음성 대소면에서 황새 부부가 발견되기도 했으나 사냥꾼의 총에 수놈은 죽고 암놈은 무정란만 낳다가 15년을 홀로 산 후 명맥이 끊긴 역사를 갖고 있다.

 

a

황새사육장과 학예사의 설명 황새를 모니터링하면서 겪는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들은 아주 많다. ⓒ 최수경

▲ 황새사육장과 학예사의 설명 황새를 모니터링하면서 겪는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들은 아주 많다. ⓒ 최수경

황새복원연구 14년째를 맞이하는 교원대황새복원센터 사육장에는 어느새 100여 마리로 불어난 황새들이 자연방사할 자연서식처를 기다리며 커가고 있다. 예산 광시면에 농약을 쓰지 않는 황새마을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황새가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인 미꾸라지가 넘쳐나는 논으로의 변화가 우리 농토 전반에 일어야 한다는 것이 과제다.

 

봄 여름에는 논에서, 겨울에는 하천에서 먹이를 찾아 살던 텃새였던 우리 황새. 긴 다리를 물에 담그고 적당한 수심에서 먹이를 찾을 수 있는 황새에게 알맞는 조건의 하천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4대강사업 가운데 둔치의 생태공원사업은 이러한 이치에 전혀 맞지 않는 반생태적 사업이다.

 

a

음성군 대소면 삼호리 황새와 10살때까지 살았던 김정옥어르신 어르신의 할머니때부터 한 집에서 살았던 황새에 대한 살아있는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있다. ⓒ 최수경

▲ 음성군 대소면 삼호리 황새와 10살때까지 살았던 김정옥어르신 어르신의 할머니때부터 한 집에서 살았던 황새에 대한 살아있는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있다. ⓒ 최수경

우리나라에 마지막 과부 황새가 살았던 음성군 대소면 삼호리 쇠머리마을을 찾았다. 와우형의 머리격에 해당하는 쇠머리마을은 미호천과 칠장천의 가운데에서 너른 평야를 끼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옛 군사작전지도에도 나왔다던 그 마을에서 가장 높은 나무인 물푸레나무에 황새가 둥지를 짓고 주인집이 3대째가 되도록 한쌍을 이루고 살았다는 황새. 비운의 운명을 맞을 때까지 열살 소년의 눈으로 본 황새의 습성과 생태에 관해 듣는 일이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어진다.

 

할아버지가 교원대 황새센터에 초청되어 방문했을 때, 사육장에 갖힌 황새들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신다.  

 

"하늘 높이 한점이 될 때까지 날아올라야 할 황새들이 저렇게 날지 못하고 갖혀있는 모습,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았어." 

 

a

황새가 둥지를 틀었던 400년 물푸레나무 400년 황새나무와 72세 할아버지, 열살남짓 아이들이 한 자리에 섰다 ⓒ 최수경

▲ 황새가 둥지를 틀었던 400년 물푸레나무 400년 황새나무와 72세 할아버지, 열살남짓 아이들이 한 자리에 섰다 ⓒ 최수경
물푸레나무의 10m 높이에서 지름 1m의 나뭇가지로 된 둥지를 깊이 1m가 되도록 해마다 두텁게 쌓고 또 쌓아 온 물푸레나무는 지금껏 보호수로 지정받지도 못했다. 때문에 본 기둥은 다 썩어 구멍 뚫린 채 없어졌고, 껍데기만 남아 년년이 새잎을 돗우고 있어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가슴이 아프다 하신다.
 

a

4대강 공사로 강행되는 작천보 작천보 물트임 공사가 재개되 준설과 가배수로 설치가 시작되었다 ⓒ 최수경

▲ 4대강 공사로 강행되는 작천보 작천보 물트임 공사가 재개되 준설과 가배수로 설치가 시작되었다 ⓒ 최수경

미호종개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본향이라 할 수 있는 미호천의 팔결교 부근과 황새서식의 기반을 제공한 미호천을 둘러보러 미호천을 걸어가다 작천보를 만난다. 대형 보를 정부측에서는 오염농도를 옅게 해 수질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궤변으로 일관하지만, 하류로 퇴적되는 모래의 생성을 막을 뿐만 아니라 물흐름을 더디게 해 수질을 악화시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호천은 고운 모래가 바닥과 둔덕에 지천이었기에 수질정화기능이 충만했던 하천이었다. 그런 미호천으로의 회복은 더욱 견고한 대형보로 인하여 영원히 역행하는 과오를 범하는 것은 아닐까.

 

a

4대강 공사 전, 모래가 풍부하던 미호천 풍부한 모래 속에서 살던 미호종개, 두루미와 황새들의 주요이동경로였던 미호천이 급속한 개발과 준설 등으로 황폐해졌다. ⓒ 최수경

▲ 4대강 공사 전, 모래가 풍부하던 미호천 풍부한 모래 속에서 살던 미호종개, 두루미와 황새들의 주요이동경로였던 미호천이 급속한 개발과 준설 등으로 황폐해졌다. ⓒ 최수경

미호천에서 멸종됐던 미호종개가 다행히 복원과 방류로 인해 안전하게 서식하고 있는 백곡천 상류로 발길을 돌려보자.
 
a

백곡천 미호종개 서식처 순천향대 미호종개복원팀이 치어방사를 한 백곡천 상류 ⓒ 최수경

▲ 백곡천 미호종개 서식처 순천향대 미호종개복원팀이 치어방사를 한 백곡천 상류 ⓒ 최수경

고운 모래와 버드나무 습지, 상류의 깨끗한 수질이 미호종개에게 좋은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a

모래가 좋은 백곡천상류의 미호종개 서식처 백곡저수지에 물을 빼면 드러나는 백곡천 상류의 고운 모래 ⓒ 최수경

▲ 모래가 좋은 백곡천상류의 미호종개 서식처 백곡저수지에 물을 빼면 드러나는 백곡천 상류의 고운 모래 ⓒ 최수경

a

백곡천 상류 빙어낚시객들 백곡저수지에 물을 채우면 미호종개서식처까지 물이 차올라와 호수를 이루고 겨울이면 빙어잡이 인파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 최수경

▲ 백곡천 상류 빙어낚시객들 백곡저수지에 물을 채우면 미호종개서식처까지 물이 차올라와 호수를 이루고 겨울이면 빙어잡이 인파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 최수경

그러나 이곳에도 재앙이 시작되려 한다. 4대강 공사는 지역의 저수지와 댐 등의 높이를 높히는 일률적인 방침에 의해 백곡저수지 역시 2m 댐높임 공사가 예정되어 있다. 물을 가득 채운 채 겨울을 나는 백곡저수지로 인해 겨울이면 미호종개 서식처인 백곡천상류까지 물이 차 저수지를 방불케하고, 더불어 빙어낚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다. 2m 수심이 더 높아지면 미호종개서식처는 모래가 아닌 펄흙이 바닥을 채우는 환경으로 바뀔 것이 뻔한 일이다.

 

a

진천 농다리 농다리 원형의 모습을 자꾸 잃어가고 있는 농다리 공원 ⓒ 최수경

▲ 진천 농다리 농다리 원형의 모습을 자꾸 잃어가고 있는 농다리 공원 ⓒ 최수경

미호종개와 황새탐방을 마치며 들른 진천을 지나고있는 미호천 농다리. 이곳도 생태공원화사업이 한창이다. 산의 나무를 모두 벌목해 철쭉을 심어놓고, 인공매트를 깔아 인공폭포를 설치했다. 겨울이면 얼음폭포를 보여줄 예정이란다.

 

초평저수지를 돌아갈 수 있도록 산허리를 깍아 산책로를 조성하는가 하면, 수변에 바윗돌을 조성한다고 가배수로도 없이 트럭은 미호천 물에 바퀴를 담그고 연신 흙을 실어나르고 있다. 지역에서 연중 이곳을 관찰하는 분은 "1년 내내 공사중인 농다리, 미호천 상류 제방공사로 인해 농다리 아래로 흙탕물만 만연히 흘러가는 미호천, 이제 흙탕물 보는 것도 지긋지긋해"라고 말했다.

 

모래 속에서 미호종개가 고개를 빠꼼 내밀고, 야트막한 하변에선 황새가 걸음걸음하며 물고기 사냥하는 그림 같은 미호천의 풍경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그림이란 말인가. 생물종의 복원 전에 그들의 서식환경이 먼저 조성되지 않는 한, 고향없는 고아들만 양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리.

#미호종개 #황새 #생물다양성 #미호천 #4대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환경교육, 생태관광을 연구 기획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4. 4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5. 5 7년 만에 만났는데 "애를 봐주겠다"는 친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