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이 요래보여도 알은 튼실합니다"

제철 맞은 여수 가막만의 햇홍합 까기

등록 2010.11.19 14:14수정 2010.11.19 14:1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지난해보다 잘 컸어요, 홍합이 요래보여도 알이 튼실합니다." ⓒ 조찬현


가막만 청정바다 홍합작업장이다. 이곳은 여수 소호동 항도마을 해안가다. 홍합막에서 아낙네들이 홍합 까기에 여념이 없다. 대부분 15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이들의 손놀림은 묘기에 가까울 정도로 재빠르다. 위험해 보이는 칼을 사용하면서도 콧노래까지 흥얼거린다.


"지난해보다 잘 컸어요, 홍합이 요래보여도 알이 튼실합니다."
"몰겄소, 다들 한 10년은 넘었지라, 옛날에는 여수의 유명한 쥐포공장에 다녔어요."

a

여수 가막만의 홍합막에서 아낙네들이 홍합 까기에 여념이 없다. ⓒ 조찬현


a

홍합은 알맹이가 흰색은 수놈이고 오렌지 빛깔이 도는 것이 암놈이다. ⓒ 조찬현


한 아주머니가 자신의 예전 이름이 '꼴엽'이었다고 말하자 아낙들이 이내 수군대기 시작한다. '얼레리 꼴레리~' 하면서. 한바탕 웃음꽃이 만발했다.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 꼴엽이여!"

하영엽(68)씨다. 아침 6시면 홍합막으로 출근해 오후 6시까지 쪼그려 앉아 11시간 홍합을 깐다. 하루 평균 벌이는 3만원, 홍합 알맹이 크기에 따라 돈벌이가 달라진다. 작업량을 무게로 측정해 임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알에 매였어, 1kg 까는데 1천원 받는데 홍합 알이 좋아야지."


a

홍합껍데기가 수북하다. ⓒ 조찬현


a

선별기에서 선별을 마친 홍합이 가득 쌓여있다. ⓒ 조찬현


돈이 있어야 손자 녀석들도 할머니를 좋아하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어르신들, 이들 중 61세가 가장 젊은 나이다. 

"홍합 알이 시세가 있는데 사람이 없어요."

이들 세대가 사라지면 앞으로는 이런 일(홍합까기)를 하는 일은 명맥이 끊길 거라며 걱정을 했다. 홍합이 우리 몸에 좋으니 많이 먹으라는 말과 함께.

"홍합을 날마다 묵으면 신경통도 없어지고 피부도 좋아진데요. 홍합 많이 드세요."

a

가막만 홍합양식장 수하연에 홍합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 조찬현


홍합은 수하연이라는 줄에 매달아 키우지만 자연산에 가깝다. 참담치로도 불리는 홍합은 자웅이체다. 알맹이가 흰색은 수놈이고 오렌지 빛깔이 도는 것이 암놈이다. 맛은 흰 살 홍합보다 오렌지 빛깔의 암 홍합이 고소함과 단맛이 더하다.

<자산어보>에는 홍합을 담채, 소담채, 적담채 등으로 언급하고 "살의 빛깔은 붉은 것도 있고 흰 것도 있으며 맛이 감미로워 국에도 좋고 젓을 담가도 좋으나 그 말린 것이 사람에게 가장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a

잘 손질해 바닷물로 깨끗하게 씻어놓은 알홍합이다. ⓒ 조찬현


a

여수가막만 홍합으로 끓여낸 홍합탕이다. ⓒ 조찬현


홍합은 우리 몸에 좋은 핵산과 불포화지방산, 아미노산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다. 뼈나 치아의 형성에도 좋으며 생리활성작용도 돕는다. 또한 칼슘, 마그네슘, 철분, 지방질, 단백질, 비타민 B1, B2, B6 등이 함유되어 있으며 암세포를 억제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기도 한다.

홍합이 제철을 맞았다. 지금 여수 가막만에 가면 햇홍합 채취와 홍합까기가 한창이다. 가막만에서 생산된 홍합은 다른 지역에 비해 패류독소가 전혀 없고 영양소가 풍부해 품질이 좋은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홍합 #가막만 #자산어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