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동맥경화' 심각...중소기업, 기 펴는 시대돼야

한국 기업 생태계 '빨간불'...'전문기업' 개념 경제중추로 자리매김 필요

등록 2010.11.21 17:07수정 2010.11.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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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근무하고 싶은 중소기업에 선정됐다. 그러나 병역특례 직원 모집 공고를 냈으나 지원자가 없었다.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조차 하지 않는다."

 

"전통제조 중소기업이다. 인력난이 심각하다. 능력보다는 오래 있을사람 중심으로 선발한다. 그러다보니 업무 효율성이 떨어져 중소기업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나마도 3년정도 지난면 떠날 생각부터 한다. 최근에는 돈을 더 주고 경력직 뽑는다. 그래도 오려는 사람이 없어 고민이다."

 

"우리회사 직원 중 생산직은 여자 친구도 못사귄다. 중소기업에 다닌다고 하면 여자들이 쳐다도 안본다고 하더라. 그래서 모두 명함을 만들어 줬다. 중소기업 임금도 문제는 있다. 대기업과 차이가 너무 난다. 이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자리에서 각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대-중소기업 상생이 화두로 떠오르고 중소기업 관계기관에서 인식개선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이 겪는 고충은 여전하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9월 현재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수는 304만개로 전체 사업자 수의 99.9%, 종사자는 1146만명으로 전체 고용의 87.7%를 차지한다. 지난 10년간 대기업의 고용 인원은 61만명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은 379만명이 증가하면서 우리 경제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 2000년 이후 IT, BT 등 미래 선도분야 벤처 중소기업의 급속한 성장과 매출 증가는 한국 경제 성장과 국부 창출에 기여 해 왔다. 세계 수준의 중소기업들도 속속 등장했다.

 

2009년 지식경제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 제품 중 세계 5위권에 들며 일류 상품으로 꼽을 수 있는 제품은 387개다. 그중 중소기업의 일류 제품이 228개, 세계 1등 제품도 67개에 달한다. 중소기업은 규모는 작지만 대부분 한가지 주력 기술을 바탕으로 설립된 회사들이 많다. 그러므로 그 분야에서는 기술력이 남다르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국내 최고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중소기업이 제대로 된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한국의 경쟁력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입으로는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대기업 중심의 사회적 인식이 오래도록 유지되면서 중소기업의 입지는 점점 작아졌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오늘도 여전히 대부분 인력난과 자금난 등으로 허덕이고 있다.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인 대부분 어려움을 호소한다. 기업대표는 인력난으로 허덕이고, 중소기업 근무자는 결혼조차 쉽지 않다고 답답함을 토로한다.

 

대기업이 대기업을 낳고, 중소기업은 점점 설자리 잃어

 

기업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선순환 구조로 성장한다. 그러나 우리의 기업 생태계는 호리병 형태로 심한 동맥경화에 걸린 상태다.

 

중견기업의 성장이 없다는 말이다. 이들은 산업 구조상 허리다. 중견기업이 탄탄해야 건실한 산업 구조로 이끌어 갈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면서 한국 경제를 견인할 버팀목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매출규모 5000억 이상 정도로 성장하는 중견기업은 손가락 안에 꼽는다. 2004년 우리나라 100~500억 기업 518개(전체 대비 48.05%)중 500억원 이상 기업으로 올라서는 비중은 27%정도다. 또 1000~5000억원 기업(11.08%)에서 5000억원 이상 기업으로 진입하는 경우는 12%에 지나지 않는다. 이중에서 인수 합병 등으로 몸집을 불린 기업을 제외하면 실제 성장 기업은 5%도 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글로벌 500대 기업'중 한국 기업은 지난 2005년 11개에서 올해는 10개로 줄었다. 포함된 기업도 삼성, 현대, LG로 크게 달라진게 없다. 이에 비해 중국은 18개에서 46개로 크게 늘었다.

 

산업 초기, 정부는 종업원 수와 매출액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구분했고, 실질적인 산업정책 중심은 대기업이었다. 대기업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졌다. 한국경제가 대기업의 역할로 급속히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따라 대기업이 세포분열식으로 늘어나며 중소기업은 성장 모델을 찾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산업 생태계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크게 양분됐다. 사회적 인식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아닌 중소기업에 근무하면 마치 어딘가 부족한 사람으로 보는게 사회 전반적 분위기다. 선도적인 기술력으로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중소기업의 장점은 모두 묻히고 근무환경, 급여 등 단점만 부각된다.

 

실제 구직자의 90%가 대기업아니면 공무원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한다. 그러나 대기업 취업자는 10%정도다. 그렇다고 대기업에 가지 못한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으로 가는건 아니다. 구직자 대부분 중소기업은 아예 안중에 두지 않는다. 청년 실업자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까지 확산되고 있고 중소기업은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수요와 공급 원리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인들은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급여나 복지 등 더 나은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펼치며 일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이후 창업이 가능한 창업 사관학교라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면서 "또 중소기업 중 대기업에 못지않는 임금과 근무여건을 가진 회사들도 많다. 이들 회사 마저도 중소기업이라는 이유 만으로 구직자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들은 "세계 시장 변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또 지금은 양적시대가 아니고 질적 전문시대인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크기로 구분된다"고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들이 세계 진출에서는 물론 당장 인력난 등 각종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 경쟁력 높이려면 이름부터 바로해야

 

논어에 보면 공자가 일을 하기 전 벼슬을 얻기위해 동분서주하는 대목이 있다. 이를 본 제자가 그에게 묻는다.

"스승님! 벼슬 자리에 오르면 가장 먼저 어떤 일을 하시겠습니까?"

"이름부터 다시 지어야지."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게 작습니까. 정책을 바꿔 백성이 살기 좋게 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모든것이 이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름이 바로서야 일도 제대로 되는 것이다."

 

'정명(正名)'. 이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자의 일화다. 공자는 어떤 일의 시작에 앞서 일의 그르침과 잘됨이 이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름을 짓기위해서는 그에 대한 내용을 알고 전후 상황을 파악해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공자의 주장에서 잘 알 수 있듯 이름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규모로 구분한 중소기업이란 명칭은 어떠한가. 대덕넷이 이번 기획을 준비하면서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 응답자 200여명 중 80%정도가 이름을 바꾸는 것에 찬성했다. 10명중 8명이 이름의 잘못됨을 지적한 셈이다. 응답자의 직업군은 중소기업 재직자를 비롯해 연구원, 공무원, 학생 등 다양하다.

 

독일의 히든챔피언 기업인이 한국 방문 시 "예전의 시장 구도와 경쟁력은 크고 작은걸로 구분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젠 누가 빠르고 느린가로 결정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기업을 구분함에 있어 규모로 나누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말이다.

 

독일과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해외 선진국의 경제 기반은 중소기업에서 비롯된다. 중소기업이 국가 경쟁력을 이끌고 있다. '고용없는 성장으로 뒷걸음치는 국가 경제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역할이 필요한 가운데 이들이 온전히 氣를 펴고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약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국 벤처산업계에서 들끓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덕넷에도 실렸습니다. 

2010.11.21 17:07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덕넷에도 실렸습니다. 
#중소기업 #벤처 #전문기업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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