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는 끝났다, 제대로 한번 사고 칠 것"

[인터뷰] 486 정치인 모임 '진보행동' 우상호 운영위원장

등록 2010.11.29 18:29수정 2010.12.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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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행동'의 운영위원장을 맡은 우상호 전 의원. ⓒ 유성호


"우리 세대의 정치를 하겠다"며 민주당 내 486 정치인들이 만든 결사체 '진보행동'의 운영위원장을 맡은 우상호 전 의원. 다른 누구의 정치가 아닌 '우리의 정치'를 이야기하는 그는 시종일관 자신감이 넘쳤다. 또 그의 얼굴에는 다시 출발선에 선 마라톤 선수와 같은 긴장과 설렘도 스쳤다.

"우리가 내세우는 진보, 단기 상품 아니다"

새출발을 다짐한 그와 진보행동 회원들이 들어 올린 깃발은 요즘 유행하는 '진보'다. 우상호 위원장은 '요즘 유행'이라는 표현에 억울함을 나타냈다. 이들이 내세우는 진보정치는 1년여가 넘게 고민을 숙성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우 위원장은 "우리가 내세우는 진보정치는 단기 상품이 아니라, 지난 20여년의 정치사를 평가할 때 지금이 진보의 가치를 들 때라는 정치사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가 되더라도 가지고 가야할 이념과 가치를 진보개혁으로 정립했고 그것을 국민에게 공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진보행동이 저작권을 주장할 만큼 반성이 깊었다고도 했다. 그는 "솔직히 여당 생활 10년 하면서 국민 삶의 문제들을 해결할 상상력이 고갈됐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관료가 또 청와대가 안 된다고 하면 그것을 넘어서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보적 상상력'을 여러 번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이제는 진보적 상상력을 가지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줄 새로운 치유법을 고민할 때가 됐다"며 "국가보안법 폐지도 중요하지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중요성도 그에 못지 않고, 집시법 개정 만큼 사교육비 해결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새로운 진보주의자의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서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는 또 하나의 기득권 세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에 대해서는 "그래서 앞으로도 공통의 반성과 평가가 중요하다"며 "나부터 내부고발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야권 통합 필요하다면 당원 설득하는 게 '유시민식' 정치"

야권 통합 운동에 대한 강한 의지도 내보였다. 그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합치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합쳐 보수-자유주의-진보 정당의 3정립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야권 단일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에서 진보정당이 독자적으로 갈 정도로 정당 구조가 안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통합을 국민참여당 당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의 시각에 대해서는 "지금 중요한 것은 당원들의 생각이 아니라, 유시민 원장의 생각"이라며 "통합이 필요 없다면 몰라도 필요하다면 당원들을 설득해 나가는 게 유시민식 정치, 노무현식 정치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모든 통합 논의는 민주당의 혁신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통합운동이 공통의 변화 운동이 되지 않고 정치적 계산기 운동이 되면 모두 자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87년 함께 거리로 나섰던 '6월 항쟁 세대'에 대한 부탁을 남기기도 했다.

"여전히 우리를 우려석인 시각으로 보는 동세대들이 많이 있다. 일차적으로 우리의 책임이 맞다. 하지만 그 불신을 가지고 스스로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경험했다. 23년 만에 이렇게 다시 권하고 싶다.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남아있지 말고 엑스트라일지라도 영화를 만드는 일에 같이 뛰어들자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40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상호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22일 민주당 서대문갑 지역위원장 사무실에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우상호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1년여 검증 통해 함께 할 수 있다는 신뢰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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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행동'의 운영위원장을 맡은 우상호 전 의원. 뒷쪽 벽면에는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 ⓒ 유성호

- 1년 넘게 '진보행동' 출범을 준비해 오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뭐였나.
"정치 결사체로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었다. 정치 입문 후 몇 번 모임을 만들긴 했는데 공동의 가치 실현을 위해 공동 행동을 목적으로 만든 모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 활동에 대한 반성과 성찰, 학습을 계속하면서 현실 속에서 실천을 해보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지방선거에서 송영길(인천시장), 안희정(충남지사), 이광재(강원지사) 세 사람이 과감히 도전해서 성과를 냈고 전당대회에서 이인영 최고위원이 4위로 지도부에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모임 내부에 균열도 생기고 후유증도 있었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검증해 나가면서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신뢰가 생겼다."

- 지난 17일 진보행동 출범식에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상가에서 처음 한 자리에 모였을 때 정말 부끄러웠다고 했다. 반성의 내용은 뭐였나.
"80년대 학생운동을 할 때 뭐가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학생회장이라는 자리도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실천하는 도구일 뿐이었다. 그런데 정치권에 들어와서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를 함께 고민하면서 실천하지 못했다. 우리는 집단적으로 정치에 입문했을 뿐이지 가치에 입각한 공동의 정치를 하지 못했다. 실제 국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정치 자체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재선, 삼선에 관심을 두고 국회의원 몇 번하면 시장에 도전하고 대통령에 도전하는 그런 '코스웍'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봤다. 말로는 서민과 중산층을 이야기 했지만 실제 한 일은 많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평가다. 물론 각자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장애인 관련 예산 등 소외계층을 위한 일들을 했지만 그게 충분조건이 아니라 기본이 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 486 정치인들이 '진보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진보 담론에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나는 모임 이름에 진보라는 이름을 쓰지 말자고 했다. 마치 유행 때문에 그러는 것처럼 보여지는 게 싫었다. 사실 요즘 진보를 이야기하는 분들 중에는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진보' 브랜드를 갖추기 시작한 분들이 많다. 이 분들이 제대로 고민하지 않았다면 아마 유행이 바뀌면 다시 진보를 버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1년여 전부터 반성과 성찰을 통해 고민을 다듬어 왔다. 그리고 실제 당내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했다. 고민의 내용을 지방선거에서 실천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안희정, 이광재라는 인물이 위험을 무릅쓰고 당의 취약 지역에 도전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왜 초선 때는 그렇게 못했느냐는 비판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반성이 필요했다. 지난 몇 년간의 시행착오가 소중한 경험이 됐다. 정말 정신 차리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 기성정치에 물들고 기득권화라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려 섞인 시각에 대해서는 말로 설득할 수는 없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저런 고민을 하는 정체 세력도 있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게 목표다."

- 전당대회 당시 486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 않았던 점을 들어 진보행동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우리는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 이상 관계를 지속해왔다. 학생운동 때 어땠고 사회 나와서 어땠고 서로 다들 잘 안다. 다른 모임들과는 끈끈함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전당대회 때만해도 임종석 전 의원이 최고위원 출마 준비를 했다가 이인영 최고위원이 출마한다고 하니까 깨끗이 포기했다. 말이 쉽지 자기 것을 포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정치 모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면서 공통의 가치로 무장하고 신뢰를 다졌다. 앞으로 한두 개의 공동 실천을 통해서 조금 더 단련 되면 꽤 괜찮은 정치 결사체가 될 것이다."

- 가장 경계하는 내부 위기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물론 위기는 여러 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2011년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출마 문제도 그렇고 가장 큰 고비는 2012년 총선이 될 것 같다. 야권 통합을 위해서 누군가는 포기해야할 상황이 올 텐데 그때 대처하는 자세가 하나의 시금석으로 작용할 것이다. 진보행동이 준비에 1년, 출범한 지는 이제 일주일 됐다. 사실 아직 대한민국을 바꿀 힘은 없다. 하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지금의 결속력이면 제대로 사고 칠 수 있다.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

- 모임 운영을 11인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통해서 하기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정치적 환경이 1~2명의 대표체제로 끌고 갈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진보행동이 모임 구성원 이외의 정치그룹이나 개인, 또 정치권 밖의 진보적 정치단체와 시민단체와 수평적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모임의 민주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비주류 되더라도 진보는 가져가야 할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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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행동'의 운영위원장을 맡은 우상호 전 의원. ⓒ 유성호

- 진보행동 출범이 당 안팎에 주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노후화된 민주당에 미래를 책임질 젊은 대안 정치 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오세훈, 나경원, 남경필, 원희룡 등 우리와 세대를 같이 했던 사람들이 때로는 개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집단을 이뤄서 차세대 군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은 그런 점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민주당에도 당의 취약지역에서 광역단체장에 당선된 이들도 나왔고 눈에 띄지는 않지만 영남의 지역위원장들 중에서도 현역 정치인들보다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도 많다. 또 학생운동권에서 스타급으로 성장장해 왔던 이들이 모두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뭉쳐서 공통의 가치를 위한 정치를 한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들이 누구의 측근으로 불리는 게 아니라 자기 세대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점도 의미가 크다. 특히 우리가 세대 정치의 가치를 진보개혁으로 설정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이는 지난 20여년의 정치사를 평가할 때 지금이 진보개혁의 가치를 들 때라는 정치사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단기 상품이 아니다. 우리 세대가 대한민국의 주류가 될 때 대한민국이 진보적 가치로 무장해야 한다는 기치를 들었다. 설사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가 된다하더라도 가지고 가야할 이념과 가치를 정립했고 그것을 국민에게 공약한 것이다."

- 정치적 독립을 선언하고 진보행동이라는 모임을 따로 만들었다고 계파 정치 청산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데.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어떻게 행동했나를 봐달라. 지난 전당대회에서 하청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이인영 최고위원으로 단일화해서 뭉친다고 했고 다들 그렇게 했다. 나만 해도 정세균 캠프에서 전략본부장을 맡았다가 그만 두고 나왔다. 도의적으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여력이 있을 때 이인영 최고위원을 돕는 게 아니라 다들 이인영 당선을 위해 '올인' 했다. 특정 인물의 측근으로 불리던 사람들이 1순위 투표를 이인영에게 던졌다. 그래서 4위로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었고 당의 변화를 바라는 당심도 확인했다. 만약 말로는 약속해 놓고 다른 행동을 했으면 이인영을 당선시키지도 못했을 뿐더러 진보행동을 발족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청정치 청산이라는 약속을 실제 실천을 통해 그 가능성을 검증했다."

- 진보행동이 꿈꾸는 목표가 '진보정치'라는 네 자에 모두 함축돼 있다고 보는데 그리고 있는 진보정치의 상은 뭔가. 결국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할 텐데.
"방향은 정해졌고 실천 과제를 설정하기 위한 워크숍과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어쨌든 국민들이 가장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일자리의 문제, 육아 및 교육 문제, 노후 문제 등이다. 서민의 삶을 해부해서 실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 그동안 그런 작업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솔직히 여당 생활 10년 하면서 상상력이 고갈됐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삶의 문제들을 진보적 상상력을 가지고 해결하지 못했다. 관료가 안 된다, 청와대가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가 보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주택, 교육, 의료, 저출산, 노후 문제 등은 지난 15년 동안 해결하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우파적 해법으로는 안 된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이제는 진보적 상상력을 가지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줄 새로운 치유법을 고민할 때가 됐다. 그런 측면에서 비정규직 문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최저임금 현실화를 예로 들었는데 이런 진보적 생활 의제를 재구성해 볼 생각이다.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정도 걸릴 과제들도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고 깊이 토론해 나가겠다. 우리의 행동강령은 고통 받는 삶에서 시작한다. 그럴만한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도 중요하지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중요성도 그에 못지 않고, 집시법 개정 만큼 사교육비 해결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새로운 진보주의자의 덕목이다."

- 진보행동 출범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당내에서 또다른 기득권 세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손학규 대표도 출범식 축사에서 이례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진보행동 내부에서도 그 문제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다. 지금은 반성과 성찰로 시작하고 새로운 과제와 목표 앞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영향력이 확대 됐을 때 기득권화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 모임이 15년 이상 간다고 하면 새로운 주역들이 많이 나타날 테고 이들이 새로운 권력 획득을 눈 앞에 둔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쉽게 장담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공동의 평가와 반성이 중요하다. 또 외부에서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자문 위원을 모셔 감사와 같은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또 나부터 내부 문제를 점검하는 고발자가 되겠다."

"통합운동이 정치적 계산기 운동 되면 모두 자멸"

- 진보행동이 내건 목표 중 하나가 야권 단일정당 건설이다.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나.
"진보행동 내부에서는 여러 의견들이 있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합치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합쳐 보수-자유주의-진보 정당의 3정립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 또 한편에서는 야권 단일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야권 단일정당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당을 따로 하면서 이해관계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 근본적으로는 아직 대한민국에서 진보정당이 독자적으로 갈 정도로 정당 구조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판단도 있다. 언젠가는 진보정당이 따로 분립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아직 우리 정치, 정당 구조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민주주의에 위기가 올 정도로 취약한 상황이다. 때문에 아직 10년 정도는 진보정당이 정당 활동을 같이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논의해 봐야할 문제지만 야권 연대 및 통합에 적극 나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뤘고 방법론에는 갑론을박이 있는 상태다."

- 모든 야권이 연대와 통합을 이야기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 어렵고, 민주당과 참여당의 통합이 어려운 것은 이념이나 정강정책이 달라서가 아니다. 서로에 대해서 감정이 많기 때문 아닌가. 감정 말고 이성으로 접근해야 한다. 민주당과 통합하자고 하는 것은 민주당의 환골탈퇴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민주당을 그대로 놔둔 채 통합하자고 하면 누가 응하겠나. 전제는 모두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유리한지, 정치적으로 몇 석이 오는지 계산할 수밖에 없게 된다. 통합운동이 공통의 변화 운동이 되지 않고 정치적 계산기 운동이 되면 모두 자멸한다." 

- 통합보다 선거에서의 연대가 현실적인 목표가 아닐까.
"선거를 앞두고 5개의 정당이 따로 이익 극대화에 나서면 무조건 실패한다. 무엇을 더 먹을까라는 욕심과 더 뺏기지 않을까라는 불안이 교차하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합의는 소진과 장의(중국 전국시대 합종론(소진) 연횡론(장의)을 주장한 책사들)가 와도 불가능하다. 당을 달리하면서 진보 혁신을 이야기해도 국민은 그런 한자어에 속지 않는다."

- 그렇다면 민주당이 변화해야할 방향은 뭐라고 생각하나.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열린우리당부터 실험해왔던 정당 민주화다. 지금의 공천제도로는 신인이 진출하기가 불가능하다.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의 기득권이 너무 강하다. 예를 들어 공천 기준으로 도입된 여론조사는 신인에게 매우 불리한 제도다. 기존 지역위원장을 여론조사로 이길 수 없다.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들이 오히려 기득권만 강화해주고 있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면서 당원들이 제대로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로 민주당은 좀 더 진보적으로 가야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재로 있을 때보다 당이 우경화 됐다. 예전에는 당내에서 노동자위원장, 농민위원장의 힘이 셌다. 그런데 지금은 노동자, 농민 출신 의원들조차 거의 없다. 때문에 당내 정책 결정과정에 바닥에서 올라오는 서민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취약하다. 언젠가부터 노동은 진보정당의 이슈가 돼 버렸다. 이래서는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당의 현장성과 서민성,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의 삶을 진일보 시키는 진보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고저의 문제다. 민주당이 좀 더 낮은 곳으로 가야 집권 가능성이 생긴다."

-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당원들이 참여당과 민주당과의 통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우리도 묻고 싶다. 민주당 당원들도 모두 참여당과의 통합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통합이 필요하고 그것이 옳다면 설득해 나가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당원들의 생각이 아니라 유시민 원장의 생각이다. 통합이 필요 없다면 몰라도 필요하다면 당원들을 설득해 나가는 게 유시민식 정치, 노무현식 정치 아닌가. 민란운동을 하는 문성근씨처럼 호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통합을 무기로 민주당의 혁신을 이끌어 내는 계기로 삼는 게 필요하지 않나. 참여당 당원들이 민주당 전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일부 구성원과 당내 특정 흐름에 불만이 있는 것이라면 정치판을 크게 한번 변화시키자는 담대한 구상과 절심함으로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통합의 데드라인은 언제라고 생각하나.
"2012년 총선 전에 해야 한다. 총선에서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대선도 마찬가지다. 5당 구조를 혁파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게 7·28 은평 재보선 결과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다. 국민들이 까다로워졌다. 단일화를 하더라도 마지못해하는 것은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취약지역이었던 인천, 강원, 충남, 경남에서는 다 이겼는데 왜 서울과 경기에서 한명숙, 유시민이 졌는지 반성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하나가 되라고 요구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정치적으로 장난치면 떨어뜨리겠다고 범야권 전체에 이야기한 것이다. 대선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빅3'가 싸우는 방식으로 하면 흥행 성공할 수 없다. 범야권이 정말 세게 경쟁해서 대선 후보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져야 한다. 색깔이 같을 사람들끼리 당 내에서 정치적 블록을 만들고 한울타리 안에서 내부 경쟁과 협력을 하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 그렇다면 진보행동 차원에서 대선 후보를 낼 계획도 있나.
"후보를 내기 위해 모임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못 낼 것도 없다고 본다. 야권의 집권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면 내부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낼 수도 있다.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해 본 적은 없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

- 문성근씨가 주도하고 있는 야권단일정당 운동인 '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민란 운동은 정당 통합 운동이라는 점과 아래로부터의 정치 운동이라는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진보행동의 출발 정신과도 비슷하다. 문성근 선배는 중요한 시기에 자신을 던지는 매력이 있다. 문익환 목사의 피를 제대로 이어받은 것 같다. 그래서 희망을 가지고 있고 성공했으면 좋겠다. 정치의 변화는 위에서 머리를 맞대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아래로부터의 끈끈한 압력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내 것을 내려놓는 게 가능해진다."

- 민주당 밖에 있는 486 인사들과 연대할 계획도 있나.
"진보행동이 민주당 내에 있는 모임이다 보니 조심스럽다. 그분들의 순수한 뜻이 정치적인 오해로 왜곡될 수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화를 해야 한다. 아래로부터 문성근식 민란이 필요하다면 시민 운동이 기성 정치권의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는 것도 필요하다. 시민운동가들이, 학자들이 고결하게 정치와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현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물론 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지적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아래로부터의 압력과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는 엄청난 압력이 가해진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야권 연대와 통합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42명으로 출발했는데 모임 확대 계획은?
"42명으로 출발한 것은 편의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당 안팎에 함께할 동지들이 많다고 본다. 하지만 세를 불리기 위한 회원 확대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적 결사체로서 진정성과 결속력을 높이는 게 먼저다. 회원 확대 결정은 만장일치로 결정하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87세대 대환영...우리 힘만으로는 안돼, 도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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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행동'의 운영위원장을 맡은 우상호 전 의원. ⓒ 유성호

- 486세대라는 명칭을 '87세대' 등으로 바꿔 불러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대환영이다. 386, 486이라고 하면 감옥의 수번 같아서 처음부터 '6월 항쟁 세대' 혹은 6·10 세대'로 불러달라고 했다. 이전 세대들은 민청학련 세대, 긴급조치 세대 등 사건이 들어간 명칭으로 불렸다. 그런데 우리에게만 유독 그런 이름을 안줬다.(웃음) 87세대도 좋은 명칭이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87세대를 이야기 한 것은 6월 항쟁뿐 아니라 노동자 대투쟁을 포함한 표현이다.

대 찬성이다. 87세대에 학생 뿐 아니라 6월 항쟁에 참여했던 화이트칼라와 노동자 대투쟁에 참여했던 이들이 모두 다 포함된다면 대통합의 의미가 있다. 우리는 특정 시절 투쟁의 성과를 독점할 생각이 없다. 기여한 보람은 있지만 훈장처럼 차고 갈 생각은 없다. 특정인들이 이뤄낸 성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 개인적으로는 어떤 목표가 있나.
"진보행동 회원이라는 게 믿어도 될 사람이라는 보증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그렇게 하려면 진보행동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이제 40대 중후반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젊은 정치인이라는 게 참신성과 동의어가 아니다. 실력을 갖추고 제대로 된 나라를 한번 만들겠다며 담대한 도전을 해야 국민들이 쳐다봐주지 않겠나. 진보행동을 통해 대한민국을 한번 제대로 바꿔보고 싶다."

-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지적대로 지난 대선에서 386세대이면서 MB를 지지한 'MB 386'이 많았다.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전히 우리를 우려석인 시각으로 보는 동세대들이 많이 있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정치인의 책임이 맞다. 하지만 그 불신을 가지고 스스로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경험했다. 정치권 안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 중 누구와 손을 잡고 나라를 바꿔볼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3년 만에 이렇게 다시 권하고 싶다.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남아있지 말고 엑스트라일지라도 영화를 만다는 일에 같이 뛰어들자고. 다시 출발선에 서서 민란운동이든 시민운동이든 진보행동이든 바라보고 참여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40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민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
#우상호 #진보행동 #486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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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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