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이 길을 걸으면 정말 꿈이 이루어질까?

[동해안 여행⑬] 주문진에서 낙산사까지

등록 2010.11.24 17:20수정 2010.11.2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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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곡을 거처 주문진의 오리진항(소돌포구)으로 들어가면 아들바위와 등대를 만난다. 바닷가 바위가 바람과 파도에 의해 깎여져 기묘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아들형상을 상상하고 찾아온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진다. 아들형상의 바위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코끼리 코를 연상시키는 코끼리바위와 두 뿔이 돋은 짐승상이 아니면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형상의 바위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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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바위 아들형상은 아니다. 짐승의 두 뿔 같기도 하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형상같기도 하다. ⓒ 김영명


아들바위를 지칭하는 것은 후자의 바위인데, 아들이 없는 노부부가 이 바위 앞에서 기도를 드린 후 득남했다는 전설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그래서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아들을 선호하는 풍습이 남긴 설화이지만, 변해가는 세태를 보면 얼마 안가서 애틋한 사연이 담긴 딸바위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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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바위 쥬라기시대의 바위가 오랜 풍화 끝에 기묘하게 바위에 구멍이 생겼다. ⓒ 김영명


화상해안도로를 따라 지경해수욕장이 길게 펼쳐지며 남애해안 길로 이어져서 다시 7번국도로 나온다. 38선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올려다보니 큰 광고판 글씨가 눈에 띈다.

<동해안에서 제일 전망이 좋은 곳>

이런 문구를 함부로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아니한 사실을 뻔뻔하게 내놓을 수 있는 사회는 아직 성숙되지 못한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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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조대 정자 하윤의 하와 조준의 조를 따와 하조대라고 불린다.해맞이 정자로 유명하다. ⓒ 김영명


7번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하조대가 나온다. 조선 개국공신 하윤(河崙)과 조준(趙浚)이 숨어살던 곳이라 하조대로 불렀다고도 하며, 조씨 총각과 하씨 처녀의 사랑에 얽힌 이야기에서 명칭이 유래한다고도 한다. 전망이 좋은 돌출지역에 정자[1955년]를 세워, 정자 주변의 기암, 괴석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관광객이 찾은 토요일, 좁은 주차장에 넘쳐나는 차들이 길가에 주차하는 바람에 하조대를 빠져나오는데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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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관음상 관음상 밑단의 두꺼비를 만지면 2가지 소원은 이루어진다고 한다. ⓒ 김영명


하조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낙산사가 있다. 해변에 있는 특이한 구조를 갖춘 사찰로서, 한국 3대 관음기도도량 중의 하나이다. 이 절은 2005년 일어난 큰 산불로 대부분 절 건물이 불타버렸다. 주요 건물들은 대부분 중건되었으나 아직도 곳곳에 산불의 흔적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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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 산불을 이기고 낙산사 절 돌담 옆에 저절로 피어난 쑥부쟁이 흰꽃 ⓒ 김영명


그러나  해수관음상으로 가는 길옆의 까치밥나무는 빨간 열매를 해마다 열고, 토담 밑의 쑥부쟁이 꽃은 가을이면 흰 꽃을 보란 듯이 피우고 있다. 화마가 지나간 땅에 새 생명이 움트듯이 낙산사도 새롭게 태어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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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 나무 낙산사 해수관음상 가는 길목에 산불을 이겨내고 저절로 자란 까치밥 나무의 빨간 열매가 탐스럽다. ⓒ 김영명


해수관음상이 세워진 곳으로 가는 길목마다 새겨진 글귀가 생경스럽다.

<꿈이 이루어지는 길>
묘한 여운이 남는 글귀다. 한국불교가 중생들에게 쉽게 교리를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은 기복 불교가 한국불교의 진면목처럼 비쳐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모든 종교가 다 기복적 요소를 품고 있지만 유독 불교가 그런 측면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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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팻말 복을 비는 길이 아닌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라고 한다. ⓒ 김영명


법당에서 복을 빌고 있는 수많은 신도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사부대중은 그 점을 조장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기복이 부처를 믿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복을 비는 길'을 '꿈이 이루어지는 길'로 바꾼다고 기복 불교의 가면이 벗어지는 것은 아니다. 복이나 꿈은 종교의 힘이 아닌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도 종교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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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소방차 화재방지를 위해 절 자체 소유하고 있는 소방차 ⓒ 김영명

#동해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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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어난 해: 1942년. 2. 최종학력: 교육대학원 교육심리 전공[교육학 석사]. 3. 최종이력: 고등학교 교감 명퇴. 4. 현재 하는 일: '온천세상' blog.naver.com/uje3 (온천사이트) 운영. 5. 저서: 1권[노을 속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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