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근속자나 2개월 근무자나 기본급은 최저임금"

[현장] '무기계약직 노동자 임금·근로조건 개선 공청회' 열려

등록 2010.11.24 10:18수정 2010.11.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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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속연수와 관계없이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책정하고 있다. 20년 근속한 사람이나 2개월 근무한 사람이나 기본급은 최저임금이다."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처지다. 광역-기초자치단체마다 정년을 보장하는 '무기계약직' 노동자 채용을 늘리고 있는 속에, 임금 수준을 높이고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상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와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이 23일 저녁 경남도의회 세미나실에서 "경남도내 무기계약직 근로자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일과 시간 이후에 열린 공청회인데도 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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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과 경상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는 23일 저녁 경남도의회 세미나실에서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임금 문제를 다루는 공청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강인석 민주노총 일반노조 국장, 강동화 정책국장, 석영철 경남도의원, 김재명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 ⓒ 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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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과 경상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는 23일 저녁 경남도의회 세미나실에서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임금 문제를 다루는 공청회를 열었다. ⓒ 이성희


내년 예산안 심의를 하고 있는 도의원들이 무기계약직 임금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해 도의회에서 공청회를 연 것. 이날 공청회에는 경남도의회 예산결산심의위원장인 민주노동당 손석형 의원(창원)이 참석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무기계약직은 환경미화원, 농업자원관리원, 도로보수원, 과적단속원, 영양사 등이며, 경남에는 도청을 포함해 18개 시군에 2500여 명이 고용되어 있다. 교육청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엄청나다.

석영철 "지방정부 자율적으로 상향할 수 없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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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철 경남도의원. ⓒ 이성희

석영철 경남도의원(창원)은 "2011년 경남도내 무기계약직 노동자 임금 편성 현황과 문제점 및 예산 편성의 개선 방향"에 대해 발제했다. 그는 "2011년 무기계약직 임금은 총 55억으로 예산이 편성돼 있는데, 이는 2010년 책정액 46억보다 늘어난 규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총액인건비 한도를 규정해서 내려보내기에, 실질적으로 지방정부에서 자율적으로 무기계약직 임금을 상향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석 도의원은 "근속연수와 관계없이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책정하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20년 근속한 사람이나 2개월 근무한 사람이나 기본급은 최저임금이다"고 지적했다.

석영철 도의원은 "무기계약직은 '시간외수당'과 '연차수당'을 통상임금에 산정하지 않고 기본급으로 하고 있다"며 "그것으로 인해 결국 퇴직금 산정에도 상당한 오차를 발생시키고 있다. 노동자들이 18개 시군에서 이것의 문제점을 제기하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도내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관련한 자료 통계를 내보니, 시군마다 임금(연봉)이 천차만별이다. 같은 일을 하는데도, 어떤 곳은 1500만원인데 다른 곳은 2500만원인 경우도 있다. 너무 차이가 나서 통계를 내기가 힘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간제 근로자의 연령 분포를 보면 20~30대가 50%, 여기에 40대를 합하면 80%까지 육박하고 있다"며 "이것은 생계를 담당하거나 결혼을 앞둔 40대 이하 청장년층들이 2년 미만의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면서 실업과 반실업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조건을 꼭 바꿔야 한다. 임금과 관련한 예산은 내년 3월 추경예산 편성 때 결정된다. 그때까지 두세 차례 공청회를 더 열어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힘을 모아야 하고, 해당되는 사람들이 절반만이라도 노조에 가입한다면 경남도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김재명 "학교 비정규직, 최근 3년간 1년에 1000명씩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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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 ⓒ 이성희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은 "학교 비정규직 실태와 개선 방향"에 대해 발제했다. 그는 "학교 비정규직 현황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자료가 부실하고,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며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보면 경남도내 학교 비정규직은 1만 명에 가깝다(2010년 기준 9349명)"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었지만, 이것은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증가시키고 있다. 현황을 파악해보니, 경남에서만 학교 비정규직이 최근 3년간 1년에 1000명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비정규직은 직종도 다양하다. 직종이 무려 54개다. 김재명 부본부장은 "임금 현황을 보면서 굉장히 짜증이 났다"며 "임금 기준이 없다. '호봉기준월액의 21배를 받는다'고 되어 있는데, 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돈을 맞추기 위해 21배로 했다'고 대답했다. 한마디로 기준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6.2 교육자치선거 때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은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노력은 하고 있다'는 말만 한다. 하지만 이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울 때 교육환경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40시간 노동' 되면서 '토요일 무급 처리'로 임금 깎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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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화 민주노총 일반노조 정책국장. ⓒ 이성희

강동화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 정책국장은 2007년 '주 40시간 노동기준'이 적용되면서 무기계약직은 '토요일 무급 처리'로 오히려 임금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한 참석자는 2007년 임금(연봉)이 100만원 넘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강동화 국장은 "왜 임금이 깎인 줄 아느냐? 당시 '주 40시간 노동'이 도입됐다. '토요일 무급 처리'를 하면서 무기계약직이 대부분 월 20만~30만원씩 다 깎였다. 당시 노동부는 '주 40시간 노동' 제도를 도입하면서 임금을 깎지 말라는 실무지침을 내려보냈지만, 대부분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도로보수원은 "애로사항이 많다. 노사협의회를 만들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석영철 도의원은 "노동조합 이전에 노사협의회를 만들면 다 와해되고 잘 안 된다. 사측의 회유에다 안면도 있고 해서 힘들다. 노동조합을 만드는 게 제일 났다"고 제시했다.

강동화 국장은 "거제시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다. 거기서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가 임금을 올려준다고 해서 노조를 하지 않았다"고, 김재명 부본부장은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호봉제 적용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호봉제를 적용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무기계약직 노동자 #민주노총 일반노조 #비정규직 #경상남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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