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이 노래] 윤도현 밴드의 '혈액형'

등록 2010.11.27 12:34수정 2010.11.2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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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윤도현이 진행하는 '두 시의 데이트'에서 스피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음악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그래서 비싼 스피커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윤도현은 이동을 하면서 mp3로 음악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럴 때는 mp3에 스피커를 꽂아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리가 좋은 음악을 좋은 스피커로 듣는 것도 좋지만 그냥 보통의 스피커로 들었을 때도 소리가 좋은 음악이 진짜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방송을 듣고 나도 생각했다. 저럼한 스피커로 들어서 좋은 노래가 진짜 좋은 노래이듯 내가 들어서 좋은 음악이 바로 좋은 음악이 될 수 있는 거라고. 그래서 내가 들어서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음악을, 100% 비전문가의 귀로 들어서 좋으면 음악을 소개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요즘은 인기 있는 몇 노래만 파일을 내려 받아서 듣게 되고, 이런 흐름을 타고 싱글곡이 발표된다. 그런데 정규 앨범을 사서 듣다 보면 이른바 미는 노래 외에도 나에게 좋은 노래, 자기에게 맞는 노래를 찾을 수 있게 된다.

나는 굉장한 음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자장가를 불러 줄 때도 아주 조심스럽게 노래를 부른다. 듣고 남편이 혹시 웃을까봐. 누가 그러는데 음치의 특징은 웅장한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김경호, 윤도현, 최도은'과 같이 목소리가 높이 올라가는 사람이다. 내가 절대 따라 부를 수 없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그래서 나는 듣기만 한다. 마음 속으로는 몇 옥타브까지 올라 가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오늘 소개할 이 노래는 곡 전체에 흐르는 교향곡 같은 웅장함이 좋다.

'혈액형' 이 노래는 빅토르 최의 노래를 번안한 것이다.

<혈액형>


                                 윤도현 밴드 번안 & 편곡

추운 거리는 우리들의 발자국을 기다리고
군화 위엔 흙먼지들
젊음을 삼킨 두려운 싸움에 미쳐 버리는 눈빛
잠에서 깨라, 총에 맞기 전에

나의 팔에 새겨 있는 나의 혈액형, 나의 군번아
싸움에서 나의 영혼을 지켜다오.
여기 싸늘한 이 땅에서 나의 피를 묻으리
행운을 빌어다오.
나의 행운을 빌어다오.

고통스러운 이 잔인함을 좀 멈출 수 있다면
내 심장을 이곳에 던질 수도 있어.
이젠 자유를 얻고 싶어.
평화를 갖고 싶어.
눈물 흘리는 기도 속에
총 소리만이.

나레이션: 빅토르의 노래가 들린다.
싸늘한 그의 무덤 앞에 더 많은 빅토르가 모여
세상을 향해 울부짖는다.
지금도 그의 노래가 끝나지 않은 이유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 노래는 제작일이 1999년으로 되어 있는 <한국 rock 다시 부르기> 앨범에 수록된 노래이다. 빅토르 최는 내가 어릴 때, 그러니까 옛날에 텔레비전에서 빅토르 최가 죽은 후 그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어서 이름만 기억한다. 러시아 음악이라서 그런가 웅장한 느낌이 강하다.

거기에 윤도현 밴드의 번안 가사는 10년 전이니 절대 예언하거나 의도하지 않았는데 현대 한국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잠에서 깨라, 총에 맞기 전에'이다. 여기서 총은 실제 총의 의미도 있지만 억압하는 모든 것들, 역사의 시계를 뒤로 돌리는 부조리한 것들은 아닐까? 리듬도 좋고, 운도현의 건조한 목소리도 좋지만 가사가 날 깨우는 것 같다. 이 세상에서 깨어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어린이집에 갈 때 늘 음악을 듣는데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는 '담배가게 아가씨'이다. 그 노래의 '아자자자자자자자자자'하는 부분이 재미있는지 아들이 그 부분만 나오면 웃는다.

앨범의 수록곡들을 보면 '바람, 탈춤, 너를 보내고, 돌고 돌고 돌고, 깨어나, 그것만이 내 세상, 담배가게 아가씨, 불놀이야, 나 어떡해' 그리고 '철망 앞에서'이다. 지금까지 한국 가요사에서 대표적인 곡들을 윤도현 밴드의 색깔로 편집한 노래들이다. 다 들을 만하지만 '혈액형'이 귀에 감긴다. 그 건조한 목소리와 노래 가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강력 추천 노래는 윤도현 밴드의 '혈액형'이다.
첨부파일
1061.jpg
덧붙이는 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 보니 빅토르 최는 정말 유명한 음악가군요. 다 아는 사실을 마치 처음 아는 사실처럼 끄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 저처럼 아직 이 노래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도 있을 테니
첨부파일 1061.jpg
#윤도현 밴드 #빅토르 최 #혈액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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