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방송, 추기경 지시로 4대강 강연 녹화 중단"

산자연학교장 정홍규 신부 증언... 가톨릭교회 '4대강 논란' 파문 커질 듯

등록 2010.12.15 20:16수정 2010.12.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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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에 반대한 주교회의 성명을 왜곡해 논란에 휩싸인 정진석 추기경이 평화방송TV에 "4대강 사업 관련 방송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는 15일, 경북 영천 산자연학교장 정홍규 신부가 지난 11월 10일 'PBC 특강' 녹화 도중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언급하자 담당 피디가 녹화를 중단시켰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 신부는 "녹화 도중 갑자기 피디가 강의장 앞으로 걸어나오더니 녹화 중지를 시키면서 '추기경님이 4대강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고 지시하셨다'고 했다"며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날 강의는 '생태 평화'가 주제였다고 한다. 따라서 정 신부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생각을 강의 속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평화방송TV는 4대강 사업이 언급되자 곧바로 녹화를 중단했고, 이미 녹화된 부분도 편집해 버렸다고 정 신부는 밝혔다.

정 신부는 "90년대 가톨릭 환경운동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역할이 아주 컸다, 진퇴양난에 빠진 4대강 사업에 대해 정진석 추기경의 역할을 기대하는 마음을 (강연에) 담았는데, 그 부분에서 잘리게 돼 아주 당황했다"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강연은 기본 컨셉트가 있고 순서와 흐름이 있는데, 이 맥을 잘라 버리니 겨우 녹화를 찍었다"면서 "그 자리에 방청객도 있었고, 피디가 이런 말은 따로 불러내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당혹스러웠다, 다른 방송도 아니고 평화방송에서 이럴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미 녹화된 부분도 편집 방송... "평화방송이 이럴 수 있나, 당혹스러웠다"


정진석 추기경에 대해서도 정 신부는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주교회의 성명은 4대강 반대가 아니다"라는 지난 8일 정 추기경의 발언에 대해 "추기경이 왜 그런 말씀을 하셔야 했는지 참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 '창조주와 함께 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는 평화' 담화문과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라'는 메시지를 정 추기경이 왜곡했고 생태 정의를 파괴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주교회의의 4대강 사업 성명서와 환경에 대한 주교회의 지침서를 추기경님 스스로 지키지 않아 교도권과 교회 공신력을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이 교회 안의 진보-보수 논란이 아니라 "정 추기경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며, 결국 가톨릭 교회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정 신부는 "정 추기경이 개발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줘 생태계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4대강 사업 뿐 아니라 농민들과 농업, 농촌과 환경을 살리려는 모든 시민들에게 교회의 연대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정 신부는 정 추기경이 직접 나서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참된 권위는 잘못된 판단에 대해 침묵을 지키기보다 오히려 용서를 청할 때 확인되는 것"이라며 "정 추기경은 대변인을 통해 모호한 말씀을 할 게 아니라 사도좌에 나온 메시지에 근거해 평화를 말씀하셔야 앞으로 닥칠 파국을 예방할 수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정진석 #가톨릭교회 #평화방송 #정규홍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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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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