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밀당'이 만들어 낸 전통쌀엿

'슬로시티' 창평에서 전통쌀엿 만들기 체험을 하다

등록 2010.12.21 17:57수정 2010.12.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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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방식으로 만든 쌀엿... ⓒ 이슬비


꼭 그런 날이 있지 않나? 갑자기 단 게 당기는 날 말이다. 나는 평소 엿을 좋아하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19일 그날 따라 엿이 그렇게도 먹고 싶었다.


그래서 "아빠! 엿 만들 수 있는 데 있어요? 갑자기 엿이 먹고 싶어요..."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예슬이가 "나두! 나두!"하며 거들었다.

내가 먹고 싶은 엿은 슈퍼에서 파는 엿도, 공장에서 만든 엿도 아니었다. 바로 직접 만들어서 즉석으로 먹을 수 있는 엿이 먹고 싶었다. 아빠께서 아는 분한테 전화를 해보시더니, 창평에 엿을 만드는 곳이 있다고 하셨다.

여기 저기에 걸려 있는 '엿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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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엿을 밀고 당기고.....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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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고 당기고..... 정말 힘들이 보여요!!! ⓒ 이슬비


우리 가족은 창평으로 쌩쌩 달려갔다. 내가 직접 엿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됐다. 동생과 나는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재잘대느라 바빴다.

그 모습에 엄마와 아빠께서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셨다. 음악을 들으며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며 정신없이 웃다보니 금세 창평에 도착했다. 전라남도 담양에 있는 창평은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예전에도 몇 번 와 본 창평이었다. 그런데 평소 보이지 않았던 간판이 많이 보였다. 그것은 바로 여기도 엿, 저기도 엿이라고 써있는 간판이었다. 엿을 만들어 파는 집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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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고 당기고.... 정말 힘들어 보여요....!!! ⓒ 이슬비


아빠께서 전화를 한 곳에 도착하니, 벌써 엿을 만들고 계셨다. 이미 갱엿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그것을 늘여 진짜 엿으로 만들고 계신 중이었다. 엿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볼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엿 만들기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좁은 방안에서 할머니 세 분이 엿을 만들고 계셨다. 서로 서로 딱딱 맞아 떨어지는 순서가 정말 신기했다. 한 분이 갱엿을 꺼내서 잡으면 다른 한분이 받아서 서로 밀고 당겼다.

말이 필요 없었다. 밀고 당기고, 또 밀고 당기고… 두 분의 호흡이 척척 맞았다. 그 모습이 마냥 신기했다. 다른 한 분은 다 만들어진 엿을 알맞은 크기로 자르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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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엿 만드는 과정이 신기해요^.^ ⓒ 이슬비


내가 신기한 듯 빤히 쳐다보고 있자, 엿을 자르시던 할머니가 "엿을 한번 잘라보겠느냐"고 물어보셨다. 난 기뻐서 "네!!!!"라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할머니는 애가 씩씩하다며 칭찬해주셨다.

잠시 앉아서 긴 엿가락을 잘라 봤다. 한 5분 정도 지나니 몸이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같은 자세로 자유롭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엿을 자르니 그랬다. 할머니들은 똑같은 자세로 몇 시간을 계속 일하실텐데…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엿을 자르는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께서 "의외로 엿을 잘 자른다"며 칭찬해 주셨다. 정말 뿌듯했다. 엿을 만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난 궁금한 것을 계속 여쭈어 봤다.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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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을 잘라보고 있는 나^.^ 크기는 엿장수 맘대로....!!!!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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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장수가 된 나^.^ 얼마만큼의 크기로 자를까? 엿장수 맘이죠!!! ⓒ 이슬비


식혜밥 만들고, 조청 달이고... 오랜 시간 들여 만드는 '전통 엿'

할머니는 전통쌀엿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가을부터 한다고 하셨다. 사실 나는 겨울에 바로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가을에 겉보리를 씻어서 그걸로 엿기름을 만들고, 그 엿기름에 햅쌀로 만든 고두밥을 섞어서 식혜밥을 만든다고 하셨다.

이 식혜밥을 숙성시켜 즙을 짠 다음 가마솥에 달이면 엿을 만드는 재료인 조청이 된다고 하셨다. 또 이 조청을 계속 저으면서 달이면 갱엿이 되고, 이 갱엿을 조금씩 뜯어내 화롯불을 두고 그 위에 젖은 수건을 올려놓고 늘이면 우리가 먹는 진짜 엿이 된다는 것이었다.

화로 위 젖은 수건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는 엿 안에 공기구멍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이 화로가 엿의 맛을 결정한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공기구멍이 큰 엿일수록 맛도 더 좋다고 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누런 갱엿이 하얗게 변하면서 엿이 되는 것이었다. 중간 중간에 방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도 엿의 강도를 결정해 준다고 했다. 이렇게 엿을 만드는 과정만도 2일(48시간)정도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에는 잠을 잘 수도 없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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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 화로 위에서 먹음직스럽게 변하고 있어요.... ⓒ 이슬비


난 그 얘기를 듣고 정말 놀랐다. 엿을 만드는 것을 쉽게만 생각했는데, 그 분들께 죄송해지기까지 했다. 이렇게 많은 공을 들여서 만들어진 게 전통쌀엿이었다.

난생 처음 엿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뿌듯했다.

전통쌀엿은 시중에서 사먹는 엿과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좀 더 바삭바삭하고 느끼하지도 않았다. 담백한 맛이었다. 평소 나는 생강을 싫어하는데, 엿에 생강이 들어가 있는데도 맛이 좋았다. 몸에 좋은 엿이라는 생각에 기분도 좋았다.

앞으로도 전통쌀엿을 만드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아서 맛있는 쌀엿을 계속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에도 좋은 전통쌀엿을… 오늘 하루 쌀엿을 많이 먹었는데, 또 먹고만 싶어진다. 자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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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돌게 하는 쌀엿.... 방금 만든 것이에요....!!!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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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평에서 만든 전통쌀엿.... 바삭바삭하고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요...^^ ⓒ 이슬비

덧붙이는 글 | 이슬비 기자는 광주동신여자중학교 3학년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슬비 기자는 광주동신여자중학교 3학년입니다.
#쌀엿 #전통쌀엿 #슬로푸드 #창평쌀엿 #광주동신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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