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마친 내아이에게 이것만큼은 해줘라

[서평] 따끈발랄 카운슬링 <수능이 끝나면 그네를 타라>

등록 2010.12.25 14:52수정 2010.12.25 14:52
0
원고료로 응원
a

<수능이 끝나면 그네를 타라> 겉그림 ⓒ 뜨인돌

수능이 있던 11월 18일, 서울 외곽이라 비교적 조용한 편인 내가 사는 지역 거리가 가끔 떠들썩해지곤 했다. 수능을 봤음직한 아이들이 몇 명씩 패를 지어 소리를 지르거나 떠들며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어떤 아이들은 가로수를 냅다 차기도 해 들뜬 마음으로 휩쓸려 다니다 무슨 일이라도 저지르면 어쩌나 자칫 염려되기도 했다. 수능 전날까지 거의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

우리 아이도 올해 수능을 봤다. 아이는 수능을 무사히 치른 반 친구들과의 자축 파티로 11시 가까운 시간에 집에 들어왔다. 이런 아이에게 거리에서 본 풍경을 이야기해주자 "그래도 우리 동네는 조용한 거야. 일산은 난리가 났어!"라며 수능을 마친 학생들이 '해방가(?)'를 부르며 거리를 활보했다는, 들뜬 풍경을 들려줬다. 아이는 덧붙였다. "아마도 오늘밤 집에 들어가지 않는 애들도 많을 걸!"


수능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가 얼마나 깊으면 저(그)럴까? 아이들의 심정이 이해되는 한편, 또래의 아이를 둔 부모로서 염려스럽기도 했다. 한편으론 대학입학까지의 100여 일 동안 별다른 목표 없이, 혹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축낼지도 모를 내 아이의 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수능 때문에 지치고 힘든 아이들,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중요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 부모로서, 인생선배로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수능이 끝나면 그네를 타라>(뜨인돌 펴냄)는 이런 마음으로 선택한 책이다. 자칫 잔소리로 받아들여질 나의 당부들을 나대신 이 책이 해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젠 자유다"라는 환호성 속엔 사실 징그러울 정도로 복잡한 생각이 가득합니다. 내 점수에 맞는 대학을 찾으며 '이렇게 나의 진로가 결정되는 것인가' 씁쓸해 지지요. 고작 이걸 하자고 지금까지 학교를 다녔는지 허무하기도 하고요. 합격소식을 기다리기까지의 불안함, 유학 간다는 친구를 향한 묘한 질투, 그저 한군데만이라도 붙기를 바라는 절박함,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 대학 가느라 진을 빼는 친구들 사이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는 민망함, 남아도는 시간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 그저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겪어야 할 것들은 갑작스럽게 쏟아집니다.

제가 만났던 많은 학생들-꿈을 가자고 나름 열심히 달려왔던 아이들은 수능 후 온몸에 바람이 빠진 듯 생기를 잃었습니다. 대입을 위해서 온 나라와 학교와 가족이 들고일어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는 "니 삶, 니가 알아서 개척하세요"라는 듯 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니 여러분 입장에서는 당연한 거지요. 그런 여러분께 그동안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합니다. 입시 전략이나 올바른 진로선택에 관해서가 아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여러분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수능이 끝나면 그네를 타라>시작하는 말 중에서


온 나라가 들썩이는 가운데 수능이 끝났다. 대학에 붙으면 승자, 떨어지면 패자로 판가름 나는 사회분위기다. 나아가 어떤 대학에 합격하는가에 따라 삶의 질까지 지레짐작 예단하기 일쑤인 세상이다.

그러나 대학에 간다고 모두 행복한 것도 아니고 대학에 가지 못한다고, 합격하지 못했다고 불행한 것만도 아니다. 참으로 상투적인 말이지만, 대학에 가든 못가든,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마음, 어떤 자세로 자신의 앞에 주어진 길을 가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주제는 모두 15장, 어떤 대학을 선택할까. 재수와 진학, 어떤 길이 바람직할까. 아르바이트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수능으로 지친 몸과 마음, 어떻게 쉬어야 할까. 취업을 해야 하는 청춘들에게 등,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으로 <이지은의 통통! 학습법'을 연재하고 있는 저자는 교육전문가로서 그동안 현장에서 만난 사례들을 녹여 수능 이후 가장 중요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중요하고 빛나는 제안들을 한다.

수능이 끝난 후배들에게 무엇을 권하겠냐고 물으면 대학생들은 하나같이 '독서'를 다섯 손가락 안에 꼽습니다. 특이한 점은 해가 바뀌고 조사기관이 바뀌어도 책 읽으라는 선배들의 권유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1년 선배인 대학생도, 10년 선배인 직장인도 모두요. 왜일까요? 이제 여러분들은 세상에 나가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며 세상을 배우고 삶을 누리게 될 거예요. 언젠가는 자신이 선택한 일을 열정적으로 해내면서 거기에서 보람을 느끼는 시기도 올 테지요. 성적으로만, 등수로만 평가받던 삶에서 나아가 실력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시기가 오는 것입니다. 그때는 청춘의 열정을 뒷받침하는 풍부한 지식, 성숙한 비판력, 지혜로운 판단과 올바른 결정이 두루 필요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독서입니다.-<수능이 끝나면 그네를 타라> 중에서

두 번째 주제인 '여하튼 젊을 때 많이 읽자'는 특히 마음에 들었다. 내 아이들이 죽는 날까지 가장 절친한 친구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늘 하고 있는 '책읽기'이기 때문이다.

수능 이후 원서를 쓰기까지 한 달여 동안 아이의 얼굴은 고민으로 역력했다. 대학선택을 두고 즐겨보던 쇼프로그램도 보는 둥 마는 둥 건성인 아이가 그 와중에도 내게 던진 질문중 하나는 "왜 어른들은 모두 한결같이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요즘 TV에서도 지식이나 상식을 알려주는 프로그램들이 많고, 인터넷만 뒤지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데 책을 꼭 읽어야 하나? 왜?"이었다.

  저자 '이지은'은
청소년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뿐만 아니라 현상을 뒤집어 대안을 제시하는 역발상적 사고가 탁월한 교육 전문가. 젊은 나이에 책을 7권이나 썼다. 그런 탓에 꽤 신통한 비법이 있는 줄 알고 공중파 TV와 라디오에서 출연요청이 들어오고, 곳곳의 초중고, 심지어 대학에서까지 강의요청이 쇄도한다.

비법을 말하자면, 모든 답은 학생들에게서 나온다. 그가 제시하는 답은 모든 아이들과 고민을 나누고 부모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얻은 지혜이기 때문이다. 그게 고마워서 공부 카운셀링을 핑계로 아이들이 진짜 꿈을 찾아가도록 부추긴다. 그것으로는 고마운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할 것 같아서, 무엇이든 나의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마음을 바탕으로 끼적인 글들을 모아 <삶의 구석구석이 스승입니다>를 자비로 발행하고 있다.

한겨레 '함께 하는 교육' 기획위원으로 <이지은의 통통 학습법>을 연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노트 한권으로 대학 가기> <공부를 통째로 꿰뚫는 통 공부법> <전교 1등 어린이 노트법> <중학생 공부 고민 상담실>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 학습법> 등이 있다.-저자 프로필 중에서

얼마 전 지난해 수능을 보고 대학생이 선배를 만났는데 "책을 가급 많이 읽어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내내 책을 거의 모르고 살던 선배가, 책을 멀리한 자신의 고교시절을 후회하며 책을 많이 읽으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기껏 한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선배의 한마디가 학교나 사회 선배들이 그동안 누누이 강조했던 것과 다른 비중으로 느껴진 것 같았다. 이처럼 필요성을 어렴풋이 느낄 때 권하면 효과만점이지 않을까.

인생 선배들은 왜 한결같이 독서를 권할까? 우리는, 아이들은 왜 책을 많이 읽어야 할까? 수능으로 지친 아이들을 위로, 수능 이후의 진로와 선택에 조언자 역할을  하는 이 책 <수능이 끝나면 그네를 타라>의 저자 역시 수능을 본 학생들이 해야 할 일로 독서를 선택,  '독서의 중요성'을 이처럼 귀띔한다.

나 역시 아이에게 이 책의 저자와 표현은 다르지만 결론은 같은 말을 들려줬다. 그동안 아이들과 어려운 시절을 헤쳐 나온 날들을 이야기하며. 화재와 사업실패로 절망스럽고, 지치고 힘들 때마다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의지를 주었던 것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 때 정작 도움이 되었던 것은 책을 읽는 동안 내안에 자란 자긍심과 의지와 힘 덕분이라고. 책 덕분에 지혜롭고 현명하게 선택했기에 지금 이만큼이라도 살아갈 수 있는 거라고.

'지은 쌤의 내 맘대로 추천도서', '지은 쌤이 추천하는 일일 여행코스'. '무릎을 치게 하는 나만의 분노 해결법', '수능 후 나는 이런 걸 배웠다' 등, 주제 틈틈이 주제와 관련된 보너스 팁들을 넣어 직접 실천해볼수 있게 했다. 덧붙이자면, 새해에 고등학생이 될 중학교 졸업생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고등학교 입학까지의 여유있고 긴 시간들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도움될만한 조언들이 많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수능이 끝나면 그네를 타라>|이지은 (지은이) | 뜨인돌 | 2010-11-15 |정가 : 10,000원


덧붙이는 글 <수능이 끝나면 그네를 타라>|이지은 (지은이) | 뜨인돌 | 2010-11-15 |정가 : 10,000원

수능이 끝나면 그네를 타라 - 수능을 마친 청춘들에게 건네는 따끈발랄 카운슬링

이지은 지음,
뜨인돌, 2010


#대학입학 #수능(수능생) #청소년(1318) #입시 #뜨인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나이 들면 친구를 정리해야 하는 이유
  2. 2 맨발 걷기 길이라니... 다음에 또 오고 싶다
  3. 3 눈썹 문신한 사람들 보십시오... 이게 말이 됩니까
  4. 4 노후 대비 취미로 시작한 모임, 이 정도로 대박일 줄이야
  5. 5 어떤 기운 받은 땅이기에... 유명인들을 많이 배출했을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