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외친 조중동, '평화' 강조한 한겨레·경향

[조간 신년 사설 분석] 경제분야 주문과 종편 사업자 선정에도 의견 갈려

등록 2011.01.01 16:06수정 2011.01.0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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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의 새 안보는 우리 자신을 지키는 안보의 철저한 재점검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 <조선일보> 1월 1일자 사설

"평화, 우리 모두의 가슴에 꽃 피워야 한다. (중략) 이제 정권을 유지하고 권력을 확장하기 위해 안보상업주의에 의지할 때는 지났다." - <한겨레> 1월 1일자 사설

 

1일 사설에서 조중동 등 보수신문은 '안보'를 외쳤고, <한겨레><경향신문> 등 진보신문은 안보 상업주의를 비판하며 '평화'를 강조했다. 이들 신문들은 신년 사설에서 모두 남북 간의 극심한 긴장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은 것이다.

 

또한 경제 분야에 대한 주문도 서로 달랐다. 진보신문은 복지사회를 위한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고 했지만, 보수신문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우려했다. 또한 31일 조중동과 <매일경제>가 종한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 <한겨레>가 "언론을 타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중앙>은 "미디어산업 빅뱅에 기대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선> "나라 같지도 않은 나라에 당했다, 분하고 허탈하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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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신년 사설 ⓒ <조선일보> PDF 갈무리

<조선일보> 신년 사설 ⓒ <조선일보> PDF 갈무리

 

<조선>은 1일 '안보와 통일, 현재 바로 보고 미래 놓치지 말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을 두고 "나라답지도 않은 나라, 이 핏줄 같지도 않은 핏줄의 행패에 (중략) 대한민국이 이렇게 연거푸 어이없이 당하고 만 현실이 분하고 허탈하고 부끄러웠다"며 "우리를 지켜내는 안보가 서지 못하면 민족을 하나 되게 만드는 안보는 엄두도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군은 물론이고, 시민단체와 좌파 등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정일의 어뢰 한 발과 김정일의 포대가 연평도를 향해 쏟아 부은 포탄은 우리 군의 허점과 약점, 정보기관의 비전문성, 외교의 무전략과 무설계, 정치의 안보 불능증과 절망적 당파성, 교육의 무국적성, 언론의 북한에 대한 색맹과 색약증세, 상류 계층의 무책임성, 사회 구조의 가팔라진 양극화와 분열성, 시민단체의 무시민성, 좌파의 구제 불능한 후진성을 낱낱이 드러냈다."

 

<조선>은 이어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안보의 최대 숙제는 한반도 안정의 기본축인 한·미동맹의 울타리를 더욱 튼튼하게 치면서 중국을 향한 문도 같이 열어둘 지혜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내는 것"이라며 "우리가 나라의 안보를 다시 세우고 내일의 통일로 가는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동아> 역시 북한을 비난하며 안보를 강조했다. 이 신문은 이날 신년 사설에서 "자해 공갈단을 닮은 김정일 집단은 이제 핵 공격까지 들먹인다"며 "올해 우리에게 부과된 가장 큰 과제는 대북 경각심과 안보의식을 높이고 안보의 틀을 빈틈없이 재구축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동아>는 또한 "로마제국이 오래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변경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을 중심으로 국가 안보를 탄탄히 하고 국경을 잘 방비했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은 내치에서도 탁월한 솜씨를 보여 다양한 민족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분쟁을 잘 수습했다"며 "국가안보와 내치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결코 분리할 수 없음을 로마사에서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은 신년 사설에서 "북한의 선의를 기대하는 허술하고 방관적인 대북 정책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재도발 가능성에 대한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긴장완화를 위한 노력에 진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신문은 "철통 같은 경계와 방어망 구축으로 북한이 추가 도발할 생각 자체를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남북 간 대화를 통해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차원의 교류를 재개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겨레> "선동과 광기를 버리고 상식을 회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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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년 사설. ⓒ <한겨레> 홈페이지 갈무리

<한겨레> 신년 사설. ⓒ <한겨레> 홈페이지 갈무리

 

반면, 진보신문들은 안보상업주의를 비판하며 평화를 강조했다.

 

<한겨레>는 '평화, 우리 모두의 가슴에 꽃피워야 한다'는 신년 사설에서 "정권을 유지하고 권력을 확장하기 위해 안보상업주의에 의지할 때는 지났다, 비이성적 선전선동과 야만적 광기가 활개 칠 정도로 미개하지 않다"며 "군사력을 굳건히 하는 것을 말릴 사람은 없지만, 그걸 쓰지 못해 안달하는 정부를 곱게 봐줄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남북의 화해협력은 남북이 해결해야 한다, 북쪽 당국은 솔직히 대화를 희망한다, 핵 포기를 이유로 시종일관 압박 정책을 펼친 것은 이명박 정부"라며 "시민사회 원로들의 당부는 이렇게 모아진다, '남북은 선동과 광기를 버리고 상식을 회복하라!', 이 정권이 처음 내세웠던 실용 혹은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되돌아가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지극한 분노와 간절한 그리움은 상통한다, 오늘 우리의 심정이 그렇다"며 "저 눈 덮인 대치처럼 빛나는 평화의 땅을 꿈꾼다, 정부가 계속 어깃장을 놓는다면 국민이라도 앞장서 이끌고 가야 한다"고 전했다.

 

<경향> 역시 '평화'를 강조하고 안보상업주의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날 '불안 대신 평화, 통치 대신 정치를 원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의 도발은 말할 수 없는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이며 안보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경향>은 "남북 모두 안보 문제의 정치적 이용 유혹을 버려야 한다, 오랜 세월 남과 북의 정권은 안보 문제를 명분으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왔다"며 "정권의 체면 유지를 위한 대결이 아니라, 평화적 공존을 통한 실리 추구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남북 관계는 물론 내부 모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또한 "이제는 정말 무작정 앞으로 내달릴 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며 헝클어진 국정을 수습해야 한다, 일방통행·속도전식 국정 운영, 패거리주의, 권력 사유화 등 '분열과 갈등의 통치'가 더 이상 계속되는 것은 나라의 불행"이라며 "이 대통령은 통치가 아닌 정치 회복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 사회 디딤돌 놓아야" - "포퓰리즘 우려돼"

 

경제 분야에 대한 주문도 보수신문과 진보신문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동아>는 "큰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양산될 조짐이 벌써부터 보인다"며 "국가 부채를 한없이 늘리는 선심정책이 마구잡이로 시행된다면 국가와 국민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향>은 "이 정부는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에 집착해 사회적 갈등을 자초하고 복지 수요를 외면하는 등 문제 해결과는 정반대의 길을 갔다"며 "정부는 말로만 친서민, 동반상생을 외칠 것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성장 제일주의에서 벗어나 진정한 복지사회를 향한 디딤돌을 놓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종편 선정에 대한 반응 또한 확연히 갈렸다. <한겨레>는 조중동과 <매경>이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극우 보수 편향의 여론을 쏟아내는 매체를 모두 배려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인다"며 "종편 추진과정이나 그 결과는 우리 언론을 타락시키는 최악의 결정이자 두고두고 이 정권의 원죄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중앙>은 "(종편 사업자 선정은)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계가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날 절호의 기회다"라며 "정부도 새 방송사들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거대 지상파들과 균형을 이루는 과정에서 제도적 뒷받침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2011.01.01 16:06 ⓒ 2011 OhmyNews
#신년 사설 #조중동 #한겨레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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