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여, 최중경에 대한 미련은 부디 접어 달라

[주장] 지경부 장관 임명 강행은 레임덕의 신호탄 될 것

등록 2011.01.25 17:32수정 2011.01.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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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4일 참여연대 최중경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 1월 24일 참여연대 최중경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 ⓒ 참여연대


지난해 12월 31일,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다가오는 새해를 맞는 설렘이 뒤섞여 누구라도 만나서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은 그날, 언론을 통해 전달된 소식 중 하나가 그렇지 않아도 싱숭생숭한 기분을 더 비틀어 놓았다. 최중경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경부 장관 내정. 바로 그랬다.

2004년과 2008년 고집스럽게 정책을 밀어 붙이다 국가 재정과 민생 그리고 기업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던 최중경 전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이 또다시 정부요직에, 그것도 한 부처의 장관자리에 오른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신정 연휴가 지나자 언론들은 최중경 후보자에 대한 수많은 의혹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투기의혹, 불법 매입, 탈세 등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의혹들은 이를 지켜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느 순간 이해가 불가능한 차원을 넘어 이내 실망과 분노에 이를 것을 부추겼다.

18일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개인적으로는 그를 중심으로 주렁주렁 매달린 의혹과 의문들이 일정 부분 해소되거나 그의 입을 통해 충분한 해명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니 적어도 고위공직자가 되겠다고 인사청문회 자리까지 온 만큼, 적어도 지난 과오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10시간이 넘는 인사청문회 동안 그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몰랐다'와 '내 책임이 아니다'였다.

최중경 후보자 본인과 부인의 월급으로 도저히 매입할 수 없는 가격의 토지를 매입했는데 부인은 알고, 남편은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때 처음 알았다. "가계의 전 재산을 초과하는 지출을 했으나, 나는 몰랐다." 상식적으로 이게 앞뒤가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는 결코 모르지 않았을 것이고, 내가 아는 수많은 사람들도 결코 모를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자경․자영하지 않으면서 농지를 구매하면 불법'인 시기에 '주말농장용 혹은 노후용으로 구입해 실제 농사를 짓기도 했다'는 답이 지난 위법행위를 위법이 아닌 것으로 바꾸어 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 사실은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당시 해당 토지에 전입자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거짓증언임이 밝혀졌지만.

그가 가까스로 인정한 오피스텔 면적 축소신고, 재산세 체납 그리고 최근 드러난 공짜 전세 의혹은 빼고, 위의 부동산 관련 의혹과 그의 대응만 지켜봐도 나는 최중경 후보자가 고위공직자 후보에 오르는 것이 부적절 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욕심도 생기고 실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지 않고 모르겠다고 버티는 사람이 어떻게 한 부처의 장관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청와대는 아직도 그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던데, 청와대를 제외하고 어떤 국민이 그 생각에 동의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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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물가폭등, 키코 사태 책임자 최중경 2008년 물가폭등, 키코 사태 책임자 최중경 ⓒ 큰큰곰


또한 도덕성 논란을 떠나 정책능력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2004년과 2008년 최중경 후보자를 사실상 경질에 이르게 했던 핵심 키워드는 바로 '고환율 정책'이다. 2004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시절에는 수출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환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역외차액선물환시장(NDF)에 무리하게 개입해 1조 8천억 원의 막대한 세금을 허공에 날리고 자리에서 물러났고, 2008년 재정부 차관시절에는 고환율 정책으로 서민물가를 급등 시켜 민생 경제를 파탄 직전까지 내몰고, 키코 상품에 가입한 수많은 중소기업들을 흑자도산 상태로 만든 채 사실상 경질 되었다.

특히 2008년 고환율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본 키코 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그때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정책 책임자였던 최중경 후보의 관전평은 다음과 같다. '내 탓 아님' 실제로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고환율 정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당시 환율이 상승한 것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따른 유동성 위기 때문이지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썼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답변했으며 "중소기업의 키코 손실은 일방적인 환율전망에 근거한 은행과 기업들의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요컨대 고환율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정책은 쏙 빼고, 미국의 금융위기와 은행 그리고 기업들의 행태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무책임 종결자다.

지식경제부는 산업정책의 컨트롤타워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대․중․소 상생'도 지경부가 책임 부서다. 그런데 최 후보자의 인식대로라면 '대․중․소 상생' 잘 안되면 또 본인 탓이 아니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어찌 기업들과 국민들이 최 후보자가 펴는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청와대는 신뢰할 수 있겠는지 물어보고 싶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최중경 후보가 지경부 장관 자리에 오르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둥 하게 된다. 국회 지경위에서도 인사 청문회보고서를 결국 채택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그러나 고개에 깁스라도 했는지 도무지 미동도 안하는 곳이 있다. 청와대다. 청와대는 여전히 그가 적임자라며 인사 청문회보고서를 채택해 줄 것을 재차 국회에 요청했고 심지어 대통령이 직접 김영환 위원장에게 전화를 했다고 전해진다. 안되면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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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4일 참여연대 최중경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 1월 24일 참여연대 최중경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 ⓒ 참여연대


청와대는 지난날 수많은 인사의 낙마 속에서도 여전히 한번 찍은 인물은 끝까지 포기 하지 않고 믿어준다는 놀라운 믿음을 실천하고 있다. 사람의 개인적 관계에서는 그런 것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사는 전혀 다른 종류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의 이해관계자가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관계 부처만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여기 국민이 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그 싱숭생숭한 날로부터 약 한 달간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가 또다시 낙마한다면 국정운영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판단하고 밀어 붙일 요량이지만, 그것은 레임덕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국민들은 허울 뿐인 '국정운영 정상화' 보다는 책임감 있고 믿음직한 사람이 고위공직자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니 청와대는 이제 최중경 후보자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이제 접어주길 부탁한다. 또한 최중경 후보, 인사청문회때 '꿈은 지경부 장관이 아니라 (재경부) 과장이었다'고 스스로 밝혔듯 이제 본인의 꿈으로 돌아가시라.
#최중경 #청와대 #사퇴촉구 #부적격인사 #지식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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