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상흔 대전형무소, '평화의 빵'으로 치유한다

평화가 익는 부엌 '보리와 밀' 대전형무소 옛터에서 개소식

등록 2011.01.26 19:13수정 2011.01.2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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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익는 부엌 '보리와 밀' 개소식에 참석한 박용갑 중구청장(가운데)과 대전여민회 김경희(오른쪽) 강전희 공동대표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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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와 밀 ⓒ 심규상


대전을 좀 아는 사람들은 '중촌동'하면 여전히 옛 대전형무소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지역을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대전형무소'는 민족의 아픔과 한, 전쟁의 상처로 다가온다.

80년대 중반, 대전도심이 팽창하면서 '대전교도소'는 도심외곽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사람들 가슴속에 남은 상흔은 '대전형무소'와 '중촌동'에서 한걸음도 옮겨지지 않았다. 일제암흑기에 대전형무소는 독립운동가들을 가두는 탄압의 장이었다. 또 한국전쟁시기에 이곳에선 수 개월 동안 수 천여 명이 좌·우 이념대립의 틈바구니에서 무참히 희생됐다.   

그런데도 남아 있는 대전형무소 망루와 우물터는 '평화의 이유'가 아닌 '반공의 이유'가 돼 왔다.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이런저런 포장에 겹겹이 가려졌다.

보다 못한 지역주민들이 직접 '평화마을 만들기'에 나섰다. '중촌마을역사탐험대 그루터기'와 '평화가 익는 마을 보리와 밀'이 그것.

'그루터기'는 대전형무소가 남긴 유적의 의미를 재해석해 마을을 평화의 마을로 만들어 가자는 취지에서 지역의 주민들이 지난 18일 결성했다. 이들은 일반 성인을 비롯 학생들에게 마을 투어와 교육 등을 하며 아픔의 역사를 평화의 마을로 바꿔 나가고 있다.  

'먹을 거리' 서로 나누며 평화 일구는 '보리와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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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형무소 옛터에 자리잡은 '평화가 익는 부엌 보리와 밀' ⓒ 심규상


26일 문을 연 '보리와 밀'(대전시 중구 중촌동 100-13)은 우리밀과 보리로 발효빵을 만들어 이웃들과 나누자는 취지에서 만든 마을공동작업장이자 자립형지역공동체 사업체다. 첨가물 없이 100% 우리농산물로 전통 발효빵과 우리밀 과자를 만들어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평화마을 기금을 조성해 다시 마을로 환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밖에 전통발효식품체험강좌 및 요리교실, 마을사랑방 운영 등을 벌여나갈 예정이다. 


평화(平和)라는 낱말의 '평'은 '人(사람인)'과 '干(구할간)'이 합쳐진 것이고, '화'는 '禾(벼화)'와 '口(입구)'가 합쳐진 것이다. '평화'란 결국 먹을 것을 서로 나누는 과정에서 온다는 뜻일 게다. 그러고 보면 이들이 평화마을을 일구는 방안으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마을기업'을 만들어 함께 나누겠다는 발상자체이야 말로 필연에 가깝다.

이날 오전 11시 대전형무소 옛터였던 가게에 문을 연 '보리와 밀'에는 박용갑 중구청장 등 이같은 취지에 공감하는 각계인사가 모여들었다.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사)대전여민회 김경희 공동대표는 "2001년부터 10년 동안 중촌동을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 솔밭나눔장터 등 여러 사업을 벌여왔다"며 "여기에 더해 안전한 농산물로 좋은 먹을거리를 만들어 이웃들과 나누는 것이 바로 평화를 가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전여민회는 중촌동 마을에 어린이도서관 '짜장'과 마을카페 '자작나무숲'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형무소 재해석하는 '중촌마을역사탐험대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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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와밀 차림표 ⓒ 심규상


그렇다면 이들 빵맛은 어떨까? 이들이 생산하는 빵은 '우리밀빵' '우리보리빵' '우리단호박빵' '우리옥수수빵' 등 4종류다.

우리밀 빵은 담백했고, 보리빵은 구수했고 옥수수빵은 특히 부드러웠다. 개당 600원에 판매되는데 양도 넉넉해 간식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대전여민회 민양운 사무처장은 "술빵을 만드는 전문가로부터 기술을 배워 맛과 모양을 연구했다"며 "소화가 잘되고 섬유소 및 칼슘 등이 풍부해 어린이를 비롯 온가족이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소량은 직접 가게를 방문해야 구입할 수 있으며 5만 원 이상 구입하면 대전 시내 어디든 배달이 가능하다. 다만 발효시간을 고려, 하루 전에 주문해야 한단다.

덧붙이는 글 | 문의/ 042-353-6300, sangsang3534@naver.com


덧붙이는 글 문의/ 042-353-6300, sangsang3534@naver.com
#대전형무소 #평화 #보리와 밀 #자립형지역공동체 #대전여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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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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