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사태 더 큰 파국 막는 예방주사 되길

등록 2011.02.02 14:47수정 2011.02.0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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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에서 카라의 인기는 거의 신드롬에 가깝다. 일본 언론이 연일 카라 사태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그렇고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까지 카라 해체를 반대하고 나선 것도 그렇고 발매한지 10주도 넘은 앨범(걸즈토크)이 오리콘차트 2, 3위를 오르내리는 것도 그렇고 눈으로 확인되는 현상과 지표들이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카라 사태는 미스터와 점핑의 연속 히트에 이어 정규 1집 걸즈토크의 판매량이 30만 장에 육박하는 시점에 터져나왔다(이런 추세가 3월 16일 발매 예정인 싱글로 이어질 경우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할 수도 있는 상황). 비유하자면 끝이 보이지 않는 초고속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기 직전에 사달이 난 셈이다. 호사가들이 입방아 찧기 딱 좋은 타이밍을 골라 손가락질 받기를 자청했으니 어느 정도 이미지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거꾸로 뒤집어 생각하면 바로 지금이 더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절한 타이밍이란 생각도 든다. 돈 문제든 처우와 권익의 문제든 그대로 안고 가기보단 미리 털어내고 가는 편이 백배 천배 현명한 선택이다. 곪은 상처가 있다면 붕대로 감아 숨길 게 아니라 터뜨려서 치료하는 것이 좋다. 일단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면 수동적으로 몸을 내맡기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물론 다소 앞서간 감이 있지만 정말로 카라가 일본에서 정상에 오른다면 이번 일이 입에는 쓰지만 몸에 좋은 보약이 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서로 한 걸음씩 물러나 대승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자칫 사사로운 이익이나 감정 싸움에 휘말려 소탐대실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건륭 12년(청나라)에 기탄거란 사람이 향시를 보던 때의 일이다. 과거장에서 대기하던 응시생 둘이 자신들의 응시번호가 적힌 나무판을 바둑판 삼아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그런데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자 아예 과거는 뒷전으로 한 채 바둑에만 정신이 팔려 결국 시험도 못 보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바둑판 앞에서 발동한 한순간의 승부욕이 평생 준비해 온 과거까지 잊게 만든 것이다.

 

다행히 카라 사태는 이와 같은 우(愚)를 아슬아슬하게 비껴 간 듯하다. 비록 아직 뇌관이 완전히 제거되진 않았지만 큰 틀에는 합의를 보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사실, 사태 초기부터 희망의 싹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당초 진흙탕 싸움(폭로전, 상호 비방)이 극단으로 치닫거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회복 불능 상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컸는데 다행히 서로 극단적인 비방이나 폭로를 자제하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 카라 존속을 바라는 멤버들의 열망도 낙관적 기대감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아직 결과를 예단하긴 이르지만 양측 모두 일본에서의 성공을 절실히 원하는 만큼 생산적인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도 크다. 만약 이번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어 일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진다면 결과적으로 이번 일은 더 큰 파국을 막는 예방주사가 될 것이다.

 

늘 그렇듯이 길은 멀리 있지 않다. 가수는 초심으로 돌아가 팬을 먼저 생각하고, 팬은 가수를 믿고 기다리고,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한다면 틀림없이 길은 나타난다.

2011.02.02 14:47 ⓒ 2011 OhmyNews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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