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도만 탐내는 게 아니었네...그 이유는?

[서평]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분쟁 알기 쉬운 <세계의 분쟁>

등록 2011.02.14 16:44수정 2011.02.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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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지구촌 곳곳의 싸움(분쟁) 소식이 전해진다. 그런데 이처럼 전해지는 싸움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싸움이든 당사국들의 역사와 민족성, 이념, 종교, 문화, 경제적 이익, 대외적인 문제나 외교정책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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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분쟁> 겉그림 ⓒ 푸른길

<세계의 분쟁>(푸른길 펴냄)은 이처럼 싸움을 둘러싼 여러 가지 요소들에 대한 지식 없이는 선뜻 이해가 쉽지 않은 세계 여러 지역의 분쟁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쓴 책이다.


대체로, 거의 대부분의 책들을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편이지만, '일본-조어도, 쿠릴 열도를 둘러싼 힘겨루기'란 글을 우선 먼저 찾아 읽었다.

자고이래로 우리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함으로써 우리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의 또 다른 주변국들과의 영유권 분쟁이기 때문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란 말도 있지 않던가.

일본은 현재 우리와의 독도 영유권&반환 요구 분쟁 외에 조어도를 두고 중국과, 쿠릴 열도를 두고 러시아와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일본이 이렇듯 주변국들과 벌이고 있는 분쟁의 실체 혹은 그 진실은? 영유권 분쟁이 일어난 배경은 무엇일까?

일본·중국 그리고 대만 ... "조어도는 우리 땅"

조어도는 동중국해에 위치한 무인도의 군도로 5개의 섬과 3개의 암초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큰 섬의 면적은 약 6.3㎢로 일본 오키나와 나하로부터 남서쪽으로 약 400㎞, 타이완의 지릉으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175㎞ 떨어져 있다.


현재 조어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은 일본이지만, 중국과 대만이 역사적 근거를 들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애초 일본과 타이완의 분쟁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타이완도 중국 땅'이라는 입장과 '역사적 근거'를 내세우며 조어도 분쟁에 개입하게 된 것이다.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역사적 근거는 ①'중국에서 출발하여 8개의 바위섬인 조어도를 지나 류큐로 간다'는 16세기 초 류큐에 파견된 명나라 사신에 관한 기록 일부이다. 현재 일본 영토인 오키나와는 당시 류큐라는 독립 왕국이었는데, 이 기록은 당시 명나라가 조어도를 자신들의 영토 일부로 여겼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또한 "②청나라 서태후가 칙서를 내려 조어도를 자국민에게 하사한 것이(1893년) 일본이 조어도를 자국령으로 편입한 것보다 먼저다 ③조어도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던 것은 중국이 청·일 전쟁에서 패한 뒤 체결된 시모노세키 조약의 결과 때문 ④1951년 체결된 강화 조약에서 일본이 타이완에 대한 권리를 포기할 때 조어도까지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조어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 일본은 "①조어도는 역사적으로 류큐 왕국의 영토였으며 ②일본이 19세기 말 오키나와를 합병할 때 영토권을 승계했다 ③조어도가 1895년부터 일본의 '실효적 지배'에 들어와 있었는데 ④이 기간(③번의)에 자신들이 조어도에 대한 주권행사를 했음에도 중국과 타이완이 이를 반대하지 않았다"는 '실효적 지배'를 내세우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조어도에 대해 이렇듯 '실효적 지배'를 앞세우는 일본 측의 주장이 일본의 독도 반환 요구와 모순된 논리라는 것이다.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은 사실 1900년 이전까지 변변한 이름조차 붙이지 않았을 정도로 조어도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현재 일본이 표기하고 있는 센카쿠(뾰족한 집)란 명칭만 봐도 그렇다. 이는 영국이 1900년에 제작한 해도에 있는 'pinnacle islands(뾰족한 섬)를 본떠 이름 붙인 것이다. 이런 일본이 왜 조어도에 집착할까?

한동안 잠잠하던 조어도 영유권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 영유권 다툼은 일본과 중국·타이완 등의 범중국계의 대결로 확산되고 있다. 얼핏 보기에 이 분쟁은 단순한 영토 분쟁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어도 분쟁은 순수한 영토 수호 차원이 아닌 해저 자원에 대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빚어진 복합적인 성격의 분쟁이다.

조어도 주변에 고등어·정어리 등 어족 자원이 풍부한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며, 1969년에는 조어도 인근 해역에 석유를 포함한 천연자원이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석유 회사들은 이 해역에 100~1,00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조어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은 막대한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주변 국가 간의 자원 쟁탈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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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주변국의 영토 분쟁 ⓒ 푸른길


참고로 조어도를 중국에선 다오위다오, 일본은 센카쿠 열도, 영어권 국가들은 피나클 제도, 우린 대체적으로 조어도라고 부른다.

일본과 러시아의 쿠릴 열도 분쟁,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

조어도 분쟁에 이어 다루는 것은 제정 러시아가 19세기 초 사할린과 쿠릴 열도까지 남하했을 때 촉발되어 19세기와 20세기를 거쳐 21세기에 이르는 동안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어 온 일본과 러시아의 쿠릴 열도 분쟁에 대해서다.

현재 일본은 지난날 고르바초프와 옐친, 푸틴 등이 일본의 대규모 경제지원을 조건으로 제시했던 4개 섬의 단계적 반환 안을 앞세워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섬에 거주하는 주민들(러시아 국민들)과 사할린 주 주민들은 '분리 독립 불사'까지 외치며 반환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일본령이 될 경우 이들은 쫓겨나거나 일본인이 돼야만 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1981년 '북방 영토의 날'을 제정해 국민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으며, 2010년 11월 1일, 러시아 대통령이 쿠릴 열도 남단의 4개 도서 가운데 하나인 구나시리를 방문함으로써 현재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참고로, 세계 3대 어장 중 하나인 쿠릴 열도의 4개 섬 주변에 막대한 해저 광물과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하간 독도를 두고 일본과 분쟁중인 우리로서는 일본이 주변국들과 벌이고 있는 영유권 분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만은 없다. 조어도 분쟁은 미국 이후 동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과 일본의 패권 다툼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이고,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억지와 일본이 주변국들과 벌이고 있는 영유권 분쟁의 목적이 같기 때문이다.

일본이 주변국들과 벌이고 있는 영유권 분쟁을 다룬 이 글에선 분쟁이 일어난 이렇듯한 배경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물론 ▲1970년대 초 미국의 개입 ▲타이완의 조어도 주변 석유탐사 계약체결(1969년) ▲영유권 관련 중국과 일본의 사이버전쟁 양상 ▲'일본청년사(일본 극우단체)의 조어도에 등대 설치 및 오키나와 전투 희생자 위령비 제막 ▲일본에 대한 범중화권의 단결 등, 그동안 조어도 분쟁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을 조목조목, 순서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가 쉬웠다.

<세계의 분쟁>은 일본의 조어도와 쿠릴 열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 외에 ▲팔레스타인 분쟁 ▲중동 지역의 패권과 석유 자원을 둘러싼 이란과 이라크 전쟁 ▲중국에 대한 티베트와 위구르족의 독립운동 ▲보스니아 내전 및 코소보 내전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 잔혹사 ▲반세기에 걸친 콜롬비아 내전 ▲세계 최빈국인 소말리아 내전 등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지구촌 곳곳의 분쟁들을 대륙별로 구분해 들려주고 있다.

자칫 제목만 봐선 어렵고 딱딱하기 이를 데 없는 책으로 보일 수 있다. 이 책의 부제는 '지도로 보는 지구촌의 분쟁과 갈등'이다. 주제마다 삽입돼 있는 분쟁 지역의 명확한 지도와 관련 화보들은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을 깊이 알아가는 데 앞서 분쟁의 양상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용마다 풍성하게 곁들인 분쟁과 관련된 시사상식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언론들의 보도자료, '영화로 만나는 세계의 분쟁'등의 코너도 해당 분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중 시사상식은 워낙 유용해 해당 페이지만을 넘겨가며 따로 떼어 읽기도 했는데, '소말리아 해적을 위한 변명', '탈레반의 경제력', '70여개 전쟁범죄 혐의로 재판중인 학살자'란 글은 오랫동안 궁금해 했던 것들을 알려주고 있어서 특히 재미있게 읽었다.

덧붙이는 글 | <세계의 분쟁>-지도로 보는 지구촌의 갈등과 분쟁|구동회·이정록·노혜정·임수진 공저|2010.12.27|푸른길|값:18000원


덧붙이는 글 <세계의 분쟁>-지도로 보는 지구촌의 갈등과 분쟁|구동회·이정록·노혜정·임수진 공저|2010.12.27|푸른길|값:18000원

세계의 분쟁 - 지도로 보는 지구촌의 분쟁과 갈등

구동회.이정록.노혜정 외 지음,
푸른길, 2010


#분쟁 #독도 #조어도 #쿠릴 열도 #푸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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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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