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전통가옥의 활래정은 선경인가?

강릉 선교장의 정자에 빠져들다

등록 2011.02.14 18:22수정 2011.02.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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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래정 중요민속자료 제5호인 강릉 선교장의 정자인 활래정 ⓒ 하주성


강릉 선교장. 우리 전통가옥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고택이다. 선교장은 강릉시 운정동 431번지에 소재한다. 현재 중요민속자료 제5호로 지정이 되어있으며, 효령대군의 11대 손인 가선대부 이내번이, 전주에서 이곳으로 이주를 해 와 1703년에 건립한 집이다. 벌써 300년이 지난 고택이다.

지난달 30일, 이곳을 찾았다. 조선조 후기의 전형적인 상류주택으로 평가받고 있는 선교장은, 안채, 열화당, 행랑채, 서별당, 동별당, 곳간채와 솟을 문 앞에 따로 떨어져 선교장의 품위를 높이는 정자인 '활래정'으로 꾸며졌다. 10대에 걸쳐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전통가옥으로 유명한 선교장. 그 앞에 서 있는 활래정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정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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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래정 한편은 축대 위에 결쳐놓고 한편은 장초석으로 받쳐 물 위에 띄웠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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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실 활래정은 정자 안에 다실을 만들어 운치를 더한다 ⓒ 하주성


100년이 지난 뒤에 건립한 활래정

활래정은 선교장을 짓고 난 뒤 100여년이 지난 1816년에 건립이 되었다. 선교장 안에 있는 사랑채인 열화당으로서는 아마도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에는 부족했었는가 보다. 앞으로 연못을 만들고 그 위에 정자를 지어, 선교장의 멋을 한층 더 높게 만들고자 했던 마음이 그대로 반영된 정자이다.

서쪽 태장봉에서 흐르는 맑은 물. 그 물을 그대로 경포호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까웠는지도 모른다. 선교장의 동별당보다 아래편에 연못을 파고, 그 물을 가둔 것이 오늘날 활래정이 있게 만들었다. 태장봉에서 흐르는 맑은 물이 활래정에 잠시 머물다가, 경포호로 빠져 나간다. 결국 활래정은 항상 맑은 물이 고인 것이 아니라, 흐르고 있다고 표현을 해야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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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 활래정은 돌아가면서 좁은 툇마루를 놓고, 난간을 둘러 운치를 더한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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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액 수많은 편액들이 정자 밖으로 걸려있다 ⓒ 하주성


손님을 맞는 다실도 겸해

활래정이 딴 정자보다 운치가 있다는 것은, 그 안에 다실을 두었다는 점이다. 물론 어느 정자나 그 안에서 차 한 잔 마시거나, 술 한 잔을 마시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활래정은 다르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정자이다. 석축으로 쌓은 연못의 한편에 세 칸을 걸쳐 놓고, 한편은 물 위에 뜬 듯이 장초석을 받쳐 띄워놓았다.


ㄱ 자 형의 정자는 팔작지붕으로 하고, 사방을 창호를 달았다. 사방 어느 곳에서나 주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자 밖으로는 좁은 툇마루를 놓고, 모두 난간으로 둘러 멋을 내었다. 그리고 연못에는 갖은 수초들을 심었다. 계절마다 연못 속에 있는 수생식물들이 피우는 꽃들이 활래정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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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래정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는 정자 활래정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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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래정 누마루방으로 꾸민 방. 장초석을 받쳐 놓은 이 방은 여름이면 시원한 경포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았을 듯하다 ⓒ 하주성


활래정은 축대 위에 걸친 부분에는 두 개의 연결된 방과 한 칸의 누마루방을 들였다. 그리고 꺾인 부분의 연못 위에 장초석을 받친 방은 큰 누마루를 깐 방이다. 겨울에는 따뜻한 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여름이면 누마루방에서 시원한 경포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태장봉에서 흘러드는 맑은 물에 시 한수를 띄워 보낼 수 있도록 꾸민 정자이다.

정자의 조건을 고루 갖추다

그런 아름다운 정자에서 괜한 술로 시간을 보내기가 아까웠는지, 그저 차방을 만들고 차 한 잔에 온갖 정담이 오고갔을 것만 같다. 이번 1월 30일 답사 때와 2007년 2월 6일의 답사 사진을 비교해 본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연못 안에 수위뿐이다. 그 때는 장초석의 일부가 물이 차 가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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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의 활래정 2007년 2월 6일 답사 때의 활래정. 지금의 모습과 차이가 없다. 연못에 고인 물의 수위뿐. 그만큼 옛 전통을 보존하고 있는 전통가옥이다. ⓒ 하주성


해가 지나도 옛 모습 그대로를 지키고 있는 선교장과 활래정. 그래서 이 집이 20세기 가장 아름다운 전통가옥으로 선정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그것을 지켜내는 후손들의 마음이 고맙기만 하다. 언제 날이 풀려 활래정의 연못에 꽃이 가득한 날, 활래정에 올라 향이 가득한 차 한 잔을 마시고 싶은 것은, 바로 옛 모습 속에서 우리의 선조들을 기억해 내보고 싶어서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활래정 #선교장 #강릉 #경포호 #태장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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