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큰소리치는 중국, '돈 줄 테니 좀 내버려 둬'

[중국근현대사 속 오늘-1972년 2월 21일] 닉슨의 역사적 중국 방문 39주년에 부쳐

등록 2011.02.23 08:47수정 2011.02.2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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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2월 21일, 역사적인 닉슨의 중국 방문 중국의 대외관계에서 닉슨의 중국 방문은 매우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공항에서 닉슨을 영접하는 저우언라이와 이미 건강이 악화된 마오쩌둥이 닉슨을 만나는 모습니다. ⓒ 런민왕(人民網)

▲ 1972년 2월 21일, 역사적인 닉슨의 중국 방문 중국의 대외관계에서 닉슨의 중국 방문은 매우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공항에서 닉슨을 영접하는 저우언라이와 이미 건강이 악화된 마오쩌둥이 닉슨을 만나는 모습니다. ⓒ 런민왕(人民網)

상하이 같은 돈 많은 지방정부는 중국 중앙정부가 인사권 등의 권력을 통한 간섭과 규제를 해 오면 돈 줄 테니 간섭하지 말고 자율권을 달라고 하며 지방자치를 확대해 간다. 지난 1월에 있었던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에서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돈이 많아진 중국이 세계패권을 지닌 미국에 돈 줄 테니 인권문제나 위안화 환율문제 간섭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것만 같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조 8500억달러(약 3208조 원), 중국이 보유한 미국국채 규모도 약 9000억 달러에 달한다. 돈 좀 있는 중국이 보잉기 200대 구입 등 450억 달러의 선물보따리를 풀어 놓자 미국은 중국을 파격적인 의전으로 G2로 어깨동무하며 세계패권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고대와 중세, 17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세계경제의 절반, 최소한 1/3를 차지하는 것은 중국이었고 미국은 지구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18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지는 해' 중국의 몰락은 급격했고 '뜨는 해' 미국의 부상은 눈부셨다.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은 반식민지의 수렁을 헤매며 태평천국, 의화단의 난을 진압한 미국에 엄청난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처지였다.

 

1969년 7월 25일, '닉슨독트린'이 발표되며 제2차 대전 이후 형성된 냉전체제가 허물어지는 데탕트의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결정적으로 핵공격까지 거론되던 중-소 분쟁이 중국을 미국과의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게 했다. 핑퐁 외교와 키신저 안보 담당 보좌관의 중재에 힘입어 1972년 2월 21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이 성사됐다.

 

죽의 장막에 가려졌던 중국은 국제무대로 중대한 일보를 내딛었고 미-중 관계의 중대한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중국은 국제연합(UN)의 상임이사국이 되었으며 대만을 대신하여 당당하게 '하나의 중국'을 전 세계에 외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1975년 12월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고 1979년 1월 1일 미-중 국교수립 이후 중국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덩샤오핑(鄧小平)이 1979년 1월 29일 미국을 방문하여 지미 카터 대통령을 만났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양국 관계에서 상호 이익균형을 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중국은 이제 막 세계경제에 첫 걸음을 떼는 단계였고 미국은 세계경제의 거인이었다.

 

1984년 4월 레이건, 1989년 2월 아버지 부시, 1998년 6월 클린턴, 2005년 11월 아들 부시, 2009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 중국 지도자 중에는 장쩌민이 1993년과 1997년 미국을 방문했으며 2011년 1월 후진타오의 중국방문은 14년 만에 이뤄진 것이었다.

 

20세기 후반을 지나 21세기에 접어들며 미-중 양국관계에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중국의 반체제인사 류샤오보(劉曉波)는 중국적인 가치관은 결코 미국을 따라갈 수 없다고 단언하지만 <중국이 미국된다>의 저자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세계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와 중국에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나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미국인들의 50% 정도가 현재 세계 경제 1위 국가로 중국을 뽑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 삭스는 2027년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최소한 경제분야에 있어서 중국은 이제 세계경제의 거인으로 우뚝 섰다고 볼 수 있다. 닉슨이 죽의 장막을 젖히고 꺼내 놓은 작은 새끼 호랑이가 개혁개방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더니 이제 거인 호랑이로 자라 세계를 향해 포효하고 있는 셈이다. 미-중 관계의 과거와 현재가 이리도 극명하게 갈리는데 미래는 현재와 또 어떤 다른 모습으로 변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닉슨 #미중관계 #중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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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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