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홈피에 회사 비판 기사 올린 직원 '파면' 부당"

1심 "부당해고" → 항소심 "해고는 정당" → 대법 "부당해고... 파기환송"

등록 2011.03.08 20:28수정 2011.03.08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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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대의원이 회사를 비판하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자신의 홈페이지 등에 게시한 것은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해고'는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89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하던 A(42)씨는 2005년 5월 회사 내부통신망에 게재돼 있던 인사정책 관련 문서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고, 또 그해 6월 자신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노조 홈페이지에 '때외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회사가) 조종사 노조의 주장을 계속 무시하며 파업을 유도한다"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문건을 게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A씨에게 개인 홈페이지 등에 회사를 비난하거나 회사의 제도에 어긋나는 게시물 및 취업규칙에 위반되는 내용의 게시물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으나, A씨는 따르지 않다가 2005년 6월 29일에 삭제했다.

또한 A씨는 2005년 7월 6일 인터넷신문이 작성한 "대한항공 사측, '훔쳐서라도' 파업을 막아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복사해 회사 내부통신망과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한항공 리본 절도죄-펌"이라는 제목으로 바꿔 올렸다. 기사의 내용은 조종사 노조가 준법투쟁을 위해 각 조종사들의 편지함에 넣어둔 '단협쟁취 비행안전'이라고 적힌 리본 1300개를 회사가 훔쳐갔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대한항공은 "A씨가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는 자신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회사의 인사정책 관련 문서를 한 달가량 게시한 행위는 회사의 허가 없이 기업비밀을 외부에 유출한 행위로서 회사의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에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2005년 8월 파면했다.

또 "인터넷신문이 작성한 <대한항공 사측, '훔쳐서라도' 파업을 막아라(?)>라는 기사는 조종사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발생된 사안으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것임에도 A씨가 아무런 확인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이를 자신의 홈페이지와 회사 내부통신망에 게시한 것은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는 것으로 징계사유"라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설령 징계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취업규칙에 정해진 징계 중 가장 무거운 파면을 선택한 것은 징계권 남용이며, 나아가 원고가 노조 대의원으로서 왕성하게 활동하자 이를 제어하기 위한 표적징계로서 부당노동행위"라며 대한항공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이민걸 부장판사)는 2007년 2월 "대한항공의 파면조치는 무효"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또 "2005년 10월부터 복직하는 날까지 월 28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사정책 관련 문서는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 근로자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 문서로 인정되고, 피고의 내부통신망에는 따로 '사외비'라는 표시 없이 인사정책 문서가 게재돼 있어 직원들이 문서를 열람할 수 있는 등 일반에게 공개되더라도 피고에게 크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인터넷신문 기사도 원고가 복사해 게시했을 뿐이고, 기사 내용도 허위라고 인정되지 않으며, 피고도 내부통신망에 게시된 기사를 삭제하지도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에게 징계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해 징계해고에 이를 정도라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김상철 부장판사)는 2008년 3월 원고 승소 판결한 1심 판결을 깨고, "파면이 형평의 원칙에 반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사외비에 해당하는 인사정책 관련 문서를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는 자신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게시한 것은 회사의 허가 없이 기업비밀을 외부에 유출한 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때외비' 문건을 한 달가량 방치한 행위는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징계사유"라고 판단했다.

또 "인터넷신문 기사는 조종사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발생한 사안으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것임에도, 원고가 자신의 홈페이지와 회사의 내부통신망에 게시한 행위는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는 것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시정지시 불이행도 징계사유"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행위는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한 것으로서 회사와의 신뢰관계를 완전히 저버린 행위로 볼 수밖에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어, 가장 무거운 징계처분인 파면을 했더라도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해 징계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A씨가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노동조합활동으로서 배포된 문서에 기재돼 있는 문언에 의해 타인의 인격·신용·명예 등이 훼손 또는 실추되거나 그렇게 될 염려가 있고, 또 문서에 기재돼 있는 사실 관계의 일부가 허위이거나 그 표현에 다소 과장되거나 왜곡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문서를 배포한 목적이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노조원들의 단결이나 근로조건이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정당한 노조활동에 속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문서를 배포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노동조합으로서는 사용자의 인사노무방침, 특히 대(對)노조정책을 파악해 노조원들에게 알리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점, 원고가 자신의 홈페이지 및 피고의 직원들만 볼 수 있는 사내게시판에 인터넷신문기사를 그대로 복사해 게시한 행위로 조종사 노조원들이 새삼스레 알게 됐다거나 나아가 피고의 단체협약 체결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행위는 노조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활동에 속하는 것으로서 원고의 행위가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의 행위가 파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정하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범위 및 징계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원고가 사외비로 분류된 회사의 인사정책 관련 문서를 개인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 회사의 허가 없이 기업비밀을 외부에 유출했으며, 회사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때외비'라는 문건을 방치하고, 회사의 시정지시를 불이행한 것은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을 위반한 행위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부당해고 #대한항공 #노동조합 #해고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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