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란처럼 고귀한 자태 가진 집사람을 위로하고 싶다

집안일로 고생만 한 집사람에게 상을 주고 싶어

등록 2011.03.15 20:08수정 2011.03.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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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었다. 화분의 군자란이 빨간 꽃을 피워냈다. 올라온 꽃대가 어찌나 크고 우람한지 당당하다. 초록 이파리들의 한 가운데에 딱 하나의 꽃대가 붉은 꽃을 피워낸 것이다. 초록 색깔과 잘 어울러져 더욱 더 돋보인다. 세상의 중심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당당하게 피어난 꽃이 우뚝하다. 방안을 환하게 바꾸고 있다. 주변 환경을 일신하고 있다. 새로운 분위기 연출에 성공하고 있다.


군자란 꽃에 아내의 얼굴이 어린다. 화가 나서 집을 나갔다. 가출을 한 것은 아니고 화를 삭이기 위하여 잠시 밖으로 나간 것이다. 불같이 노여워하는 집사람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여 하고 싶은 말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을 쾅 닫으면서 나가버린 집사람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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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꽃 군자란 ⓒ 정기상


집사람이 운전 면허증을 취득하였다. 자랑을 늘어놓는 집사람에게 칭찬을 해주었다. 이순의 나이를 바라보면서 딴 면허증이기에 대견스러웠다. 어렵게 딴 면허증이니, 대단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면허증을 띤 본인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소문을 냈고,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이 흐뭇하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면허증을 땄으니, 이제 자동차를 사내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요구였다.

중고차를 한 대 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집사람도 집안 형편을 고려하여 중고차를 사겠다고 하였다. 속으로 다행이라 여기면서 동의를 해주었다. 그런데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돌변하였다. 중고차는 고장이 심하여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새 차를 사겠다는 것이었다. 새 차를 사게 되면 아무리 생각하여도 무리였다. 그래서 안 된다고 하였더니, 불처럼 화를 내고는 집을 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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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 아름다운 모습 ⓒ 정기상


집사람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한 평생을 가족을 위하여 헌신하며 살았다. 이제 다 늙어서 면허증을 땄으니, 자동차를 가지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집사람은 자동차를 가질 자격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원하는 대로 새 차를 사 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당장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새 차를 살 수만 있다면 모두가 좋은 일이 아닌가? 그렇지만 당장 현금 출납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군자란 꽃을 본다. 절충을 하고 싶다. 현금 상황도 고려하고 집사람의 만족도 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싶다. 그동안 집안일로 고생만 한 집사람에게 상을 주고 싶다. 그런데 상을 주기는커녕 화만 부추겼으니, 못난 남편임이 분명하다. 집사람에게 사죄하고 싶다. 군자란 꽃처럼 고귀한 자태를 가진 집사람을 위로하고 싶다. 굳어진 표정으로 들어오는 아내를 향해 미소를 띤다. 집사람도 피식 웃는다. 붉은 군자란 꽃보다 더 아름답게 보였다.<春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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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단독
#군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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