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안기부 X파일 유죄, 국민 알권리 짓밟은 판결"

"한반도에 민주공화국이 아닌 이건희 왕조가 있었음을 기록하는 사초로 남을 것"

등록 2011.03.18 11:33수정 2011.03.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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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MBC 기자는 삼성그룹의 '안기부 X파일'과 관련한 17일 대법원의 유죄 판결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짓밟은 판결"이라며 "21세기 초 한반도에 민주공화국이 아닌 이건희 왕조가 있었음을 기록하는 사초로 남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상호 기자는 이날 판결 직후 자신의 홈페이지(www.leesangho.com)에 올린 글 '삼성 X파일,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변'에서 "대기업 오너 일가가 뇌물로 제 맘에 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세우고, 검찰과 언론을 조종한 실상을 담고 있는 '삼성 X파일'을 천신만고 끝에 보도한 바 있다"며 "이후 7년 만인 오늘 대법원은 보도 내용이 국민 이익과 무관하고 별관심도 없는 것이었다며 취재기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X파일에 드러난 쿠데타적 범죄 행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다만 이를 보도한 '대한민국 언론 모두가 유죄'라던 2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준 건"이라고 대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이 기자는 "삼성 X파일에 보면 검찰은 수뇌부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수가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며 "그런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한 재판이라 처음부터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사법부까지 기소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국민의 알권리를 짓밟은 오늘 판결은, 21세기 초 한반도에 민주공화국이 아닌 이건희 왕조가 있었음을 기록하는 사초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이 기자는 "형벌은 교육적 효과를 담보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똑같은 상황이 와도 순간의 망설임 없이 '삼성 X파일'을 보도할 것"이라며 "국민의 알권리와 민주주의를 위해, 7년이든 70년이든 얼마든지 고행을 감수할 겁니다. 지금은 비록 소수지만 더 많은 기자들이 검찰과 사법부를 비웃으며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치권력에서 자본권력으로 통치 주체가 이동한 오늘, 대한민국 언론이 감시해야 할 최우선 대상이 바로 자본권력의 정점에 있는 삼성 이건희 일가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그룹의 정치인들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과 '검찰 고위간부 떡값'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을 보도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MBC 이상호 기자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7일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의 형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자,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삼성그룹의 불법로비를 담은 안기부 X파일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에게 대법원이 유죄판결 내렸네요. 힘내라 이상호!"라고 격려하면서 "역사와 국민의 심판은 이미 그대에게 무죄를 선언하였습니다"라고 응원했다.

진보신당도 논평을 통해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겠다는 오늘 판결은 정말 납득하기 힘들다"며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는 버리고 정경유착과 재벌권력의 사익에 손을 들어준 대법원으로 인해, 그동안 삼성의 불법비리와 관련한 어떤 판결에서도 국민의 편을 들지 않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역사가 다시 한 번 연장됐다"고 비판했다.

또 "오늘 판결은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통신비밀보호법이 악용된 사례로 기억될 것"이라며 "개인의 사생활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재벌과 권력의 유착관계가 '통신비밀'로 보호돼야 한다니, 범죄행위에 대한 모의까지 보호돼야 한다는 건가"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오늘 판결로 인해 권력의 치부를 찌르는 언론 보도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며 "법적 분쟁을 각오해야만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언론의 자기 검열만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법원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이상호 #안기부 X파일 #삼성그룹 #떡값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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