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회가 지지’ 거짓 성명... 허위사실공표로 처벌 못해

대법 "어떤 단체가 특정 후보 지지 여부는 후보자 경력에 포함 안 돼"

등록 2011.03.21 14:52수정 2011.03.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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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어떤 단체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허위성명서를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해 기사화되게 했다면 탈법 방법에 의한 문서의 배부행위(부정선거운동)로 처벌할 수 있을 뿐,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강원도 태백시의 모 정당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던 K(47)씨는 작년 6·2 지방선거를 앞둔 5월29일 H중·고교 총동문회가 태백시장 선거에 출마한 모교 출신 김아무개씨를 지지하는 의사표명을 한 사실이 없음에도 "H중·고교 3만 동문들은 지방선거에서 모교 출신인 김아무개 태백시장 후보를 공개 지지합니다"라는 허위성명서를 작성, 언론사에 배포해 기사화됐다.

 

이로 인해 K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공표 등)로 기소됐고, 1심인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부(재판장 박근수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K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H중·총동문회가 김아무개 후보를 지지하는 의사표명을 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고인이 'H중·고교 총동문회가 김아무개 후보를 공개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작성해 배포한 것은 김아무개 후보의 '경력 등'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는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출생지·신분·경력 등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자 K씨는 "성명서의 내용인 특정 단체가 후보자를 지지한다는 사실은 공직선거법 250조에서 규정하는 '경력'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춘천형사부(재판장 윤재윤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K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경력 등'이라 함은 후보자의 '경력·학력·학위·상벌'을 말하고, 그 중 '경력'은 후보자의 행동이나 사적(事跡) 등 그가 과거에 경험한 사정으로서 후보자의 실적과 능력 등을 유권자에게 강하게 인상지우고 선거인의 투표에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사항을 말한다"며 "어느 단체가 후보자를 지지·추천하는지 여부는 후보자의 실적과 능력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경력'에 포함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H중·고등학교 총동문회가 김아무개 후보를 지지하는 의사표명을 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고인이 '총동문회가 김OO 후보를 공개 지지한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작성해 배포한 것은 김아무개 후보의 '경력 등'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총동문회가 동문 후보를 공개 지지한다는 허위성명서를 작성해 언론에 배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K(47)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다시 심리·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어떤 단체가 특정 후보자를 지지·추천하는지 여부는 후보자의 행동이나 사적 등에 관한 사항이라고 볼 수 없어 위에서 말하는 '경력'에 관한 사실에 포함되지 않고, 이와 달리 해석하는 것은 형벌법규를 지나치게 확장ㆍ유추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이 H중·고교 총동문회가 동문인 김아무개 후보를 공개 지지한다는 허위성명서를 작성해 배포한 것이 김아무개 후보의 '경력 등'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데에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경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김아무개 후보자의 선거사무관계자도 아니고 H중·고교 총동문회를 대표하는 자도 아니면서 허위의 성명서를 작성해 언론사에 보도자료로 제공한 행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이 분명하므로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의 배부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부분은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1.03.21 14:52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 #허위 보도자료 #허위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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