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하지 않는 노동자 구청장, 믿어도 됩니까

[4·27재보선] 울산 동구청장 무소속 이갑용 후보 동행취재

등록 2011.04.18 15:07수정 2011.04.1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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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듯이 인사하는 이갑용 동구청장 후보 울산 과학대에서 나무 심는 작업을 하는 노동자에게 깎듯이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 변창기

▲ 깎듯이 인사하는 이갑용 동구청장 후보 울산 과학대에서 나무 심는 작업을 하는 노동자에게 깎듯이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 변창기

오는 4월 27일 수요일은 우리 지역 구청장을 다시 뽑는 날입니다. 지난해 6월 한나라당 소속 후보로 출마했던 정천석씨가 당선되고 난 후 비리에 연루돼 구청장 직에서 물러나게 되어 보궐선거를 다시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정치엔 별다른 관심이 없지만 정치인 성향에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보궐선거 성향을 보니 출마하는 4명의 후보 중 2명은 정당 공천을 받아 나온 후보고 2명은 무소속 출마자 입니다. 그리고 2명은 여성 후보고 2명은 남성 후보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소외되고 어려워 보이는 곳에 마음이 많이 가는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3명 후보는 선거운동원도 많고 활력이 넘쳐 보였고 조직적으로 선거운동에 임하고 있는 데 반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갑용 후보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선거 운동원도 별로 없고 예전에 몸담은 적 있던 정당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소속 이갑용 후보에 대해 마음이 쏠리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남다른 관심이 가게 된 것은 그가 저처럼 노동자 출신이고 해고자로 오래도록 생활하고 있어 누구보다 저같은 비정규직 해고자의 현실을 잘 이해하리라 여겨서 입니다.

 

"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데요. 내일 후보님의 하루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내일 하루 종일 후보자님을 따라 다닌후 그 내용을 <오마이뉴스>에 올리려고 합니다."

 

어제(4월 16일.토) 밤 10시경 무턱대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요일(17일)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이갑용 후보를 하루 종일 미행삼아 쫒아 다녀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진보정당에서도 후보자를 냈는데, 왜 굳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었고 그는 어떤 생각으로 정치를 추구하고 있는지 직접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전화 속에선 여성 목소리가 들렸고 일요일 일정에 대해 간략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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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차량 앞에선 이갑용 동구청장 후보 앞쪽에 서 있는 사람이 이갑용 후보. 뒤 차량위에 서있는 사람이 사무장. ⓒ 변창기

▲ 유세차량 앞에선 이갑용 동구청장 후보 앞쪽에 서 있는 사람이 이갑용 후보. 뒤 차량위에 서있는 사람이 사무장. ⓒ 변창기

"이갑용 후보는 내일 오전 6시 한마음 회관에서 출발하여 산길을 따라 가며 아침 운동하는 구민을 만나러 갈 겁니다. 그렇게 동구청 쪽으로 내려가 오전 9시부터 행사가 있는데 거기서 선전전 할 계획입니다."

 

일요일 오전 6시 그분을 만나기 위해 저는 5시에 일어났습니다. 버스가 없으면 자전거라도 타고 가려고 자전거를 가지고 찻길로 나갔습니다. 버스 정류장 가서 남목에 오전 5시 30분까지 도착하는 버스가 있는지 알아 보았습니다. 그 시간에 남목서 버스에 올라타야만 6시에 맞춰 한마음회관 앞에 도착 할수 있습니다. 그 시간대에 도착하는 버스가 없었습니다. 저는 자전거를 타고 한마음회관 쪽으로 갔습니다. 가다 오르막이 나타나면 내려 걷고 하며 가니 6시 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무소속으로 울산 동구청장 후보에 출마한 이갑용 후보는 어김없이 오전 6시에 나타났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나이든 수행원 한 분과 함께 오셨습니다. 우리는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오늘 하루 종일 따라 다녀 보려고 왔다고 하니 잘 왔다고 하며 같이 산보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산책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후보와 수행원은 동네 주민이 나타나면 허리 굽혀 공손히 인사하고 선거용 명함을 건네 주었습니다. 구민에게 말을 건네는데 목소리가 이상했습니다. 선거운동 후 감기에 걸린 데다 목소리를 많이 써 목이 부어 그렇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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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청내 걷기대회 출발점 앞에서 멀리 민주노동당 당원이 많이 보입니다. ⓒ 변창기

▲ 동구청내 걷기대회 출발점 앞에서 멀리 민주노동당 당원이 많이 보입니다. ⓒ 변창기

가파른 산길도 오르며 우리는 염포산 정상에 올라 여러 구민과 만났습니다. 2002년 민선 3대 울산 동구청장을 한 차례 해서인지 아는 구민이 많았습니다. 6, 7년이 지난 일임에도 후보를 일일이 알아보고 인사 나누는 것을 지켜보며 당시 구청장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못 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 없는 틈을 타 이갑용 후보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 지난 90년인가 왜 골리앗에 올라가 128일간 파업을 현중노조에서 했잖아요. 그 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네요.

"그때 골리앗에서 내려오자마자 바로 구속되고 해고되었지요. 그 후 다시 복직해 94년 8대 위원장직을 수행하다 다시 68일 파업투쟁 후 구속되고 해고 되었어요. 그러다 98년엔 민주노총 2대 위원장에 당선되어 2년간 일하고 2000년엔 노동자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선 되었고 2002년에 3대 동구청장 후보로 나서 민노당 추천받아 당선되었다가 2005년 11월 24일에 공무원 노조 설립 찬성 했다가 직무유기로 재판받고 유죄가 확정되어 동구청장직에서 물러나게 됐어요. 시간이 좀 흐르고 먹고 살려고 막걸리 장사를 해봤는데 쫄딱 망했어요. 노동자로만 살아오다보니 장사를 할줄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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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심때 선거 사무실서 밥먹기 저도 한술 얻어 먹었습니다. ⓒ 변창기

▲ 짐심때 선거 사무실서 밥먹기 저도 한술 얻어 먹었습니다. ⓒ 변창기

- 들리는 소문에 재산이 10억이라던데 사실인가요?

"그 문제요. 제가 구청장 후보로 다시 출마한다고 공식 발표한 후 유비시 울산방송에서 뉴스로 보도된 겁니다. 저도 그 뉴스보도 보고 황당하고 어이 없었어요. 유비시 방송국 지분을 현대중공업이 상당히 가지고 있어요. 저를 모함하기 위한 흑백선전이라고밖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헛소문에 불과합니다. 다음날 사과 방송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더니 다음날 사과 방송을 했어요. 아내 재산과 저의 재산을 합쳐 1억이 조금 넘어요."

 

- 어떻게 하면 노동자가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을까요?

"자본이 방송,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도 보면 노동자를 위한 부처가 없잖아요? 사회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작업부터 해야 합니다. 어려서부터 노동은 순수하고 노동자가 없으면 세상이 멈춘다는 노동자에 대한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교육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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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가 보내준 응원 내용 모르는 분이라 합니다. 이번 선거 승리하라고 보내준 어느 만화가의 그림. ⓒ 변창기

▲ 만화가가 보내준 응원 내용 모르는 분이라 합니다. 이번 선거 승리하라고 보내준 어느 만화가의 그림. ⓒ 변창기

이갑용 후보에게 학력에 대해 물어 보았습니다. 그는 스스럼없이 당당하게 "중졸"이라고 대답 했습니다. 박정희 집권 시절 전국에 직업훈련원이 많이 생겼는데 자신도 부산 직업훈련원에서 2년간 수업을 받고 수료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력으로 인정 되질 않아서 중졸 학력을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학벌이 높으면 인정받고 존중받는 사회, 학벌이 낮으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게 현실인 사회,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는 이 사회구조 속에서도 당당하고 강하게 살아가는 그가 참 보기 좋았습니다.

 

우리는 오전 9시경 동구청에 도착했습니다. 동구청에선 봄맞이 걷기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각 후보별 선거 차량이 행사장 길거리 여기저기 세워져 있었습니다. 무소속 이갑용 후보 기호가 9번이라 저는 9명의 후보가 출마한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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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에 날개 달기 그는 학벌도 조직도 없이 이번 선거에 뛰어 들었습니다. 외로움이 묻어나고 있는 내용입니다. ⓒ 변창기

▲ 비주류에 날개 달기 그는 학벌도 조직도 없이 이번 선거에 뛰어 들었습니다. 외로움이 묻어나고 있는 내용입니다. ⓒ 변창기

- 9명의 후보가 나온 건가요?

"아닙니다. 1번부터 7번까지는 정당별 기호고요 그 이후부턴 무소속 기호입니다."

 

그러고 보니 행사장에서 본 후보별 차량이 넉 대 밖에 없는 게 이상했습니다. 이갑용 후보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갔습니다. 기호 1번 한나라당 임명숙 후보 차량이 서 있었고 기호 5번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 차량, 기호 8번 무소속 천기옥 후보 차량, 기호 9번 무소속 이갑용 후보 차량이 여기저기 갓길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후보별로 걷기대회 출발점 주변으로 서서 선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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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창기

ⓒ 변창기

- 구청장 후보 권한 받으려면 얼마의 공탁금이 드나요?

"1000만원 정도 듭니다. 투표 결과 10% 미만이면 한 푼도 못돌려 받아요. 10% 이상 투표율이 되어야 50% 돌려 받을수 있고 15% 이상되면 100% 모두 돌려 받을수 있습니다. 그 땐 선거 비용도 청구 할 수 있고 검토 후 타당하면 모두 돌려 받습니다."

 

- 이갑용 후보의 주요 공약이 뭐죠?

"저는 5대 공약을 발표 했습니다. 먼저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보육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로 서민과 약자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도 이용 가능한 놀이문화공원 같은 건 어떨까요? 세 번째로 구민의 다수인 노동자를 지원하여 살맛나는 동구를 만들어 볼까 합니다. 예를 들어 노동회관을 건립한다거나 비정규직 노조 설립과 활동지원을 해주는 겁니다. 네번째로 구민이 주인되는 지역구를 만들까 합니다. 다섯째로 민생문제에 대해 발빠르게 해결하는 쾌적한 지역구를 만들어 볼 참입니다. 장애인 전동차,유모차,휄체어가 쉽게 다니도록 길을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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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사무실 건물 밖에 걸려 있는 후보 현수막 다시 노동자 구청장이 탄생 할수 있을까요? ⓒ 변창기

▲ 선거 사무실 건물 밖에 걸려 있는 후보 현수막 다시 노동자 구청장이 탄생 할수 있을까요? ⓒ 변창기

동구청 행사에서 선거운동을 마치고 곧 바로 가까운 교회로 갔습니다. 교회 앞에서 선거운동하고 선거 사무실로 가서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갑용 후보는 연일 계속되는 선거운동 때문인지 쉬는 방에 눕더니 이내 잠들었습니다. 오후 2시 넘어선 전하동에서 방어진으로 가서 다시 윗 도로를 돌아 차를 몰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외진 산동네도 한바퀴 돌고 오후 5시경 유세차량은 남목에 도착했습니다. 이갑용 후보의 이런 강행군은 4월 27일 선거 전날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저는 함께 유세차량을 타고 남목까지 와서는 집으로 갔습니다. 저를 내려 준 후 이갑용 후보 차량은 또 다른 마을을 향해 천천히 가며 선거 방송을 했습니다.

 

집에 도착해 이갑용 후보가 저에게 한번 읽어보라 준 책자형 공보물을 잠시 살펴 보았습니다. 거기엔 후보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했습니다.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사연부터 노동운동을 하게 된 계기도 들어 있고 노동자로서 해고자로서 정치에 뛰어든 사연과 구청장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까지 밝혀 놓았습니다. 그 중 이런 문구가 눈에 보여 소개합니다.

 

선거 공보물 맨 앞장에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개발보다 복지를!

기업보다 노동자를!

무상교육,무상의료,무상보육을!

모두 실천 하겠습니다.

 

또, 공보물 맨 뒷 장엔 이런 문구도 실려 있었습니다.

 

노동자와 서민에게 힘이 되는 든든한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언제나 지금처럼, 배신하지 않고, 늘 한 길을 가는 노동자로 살겠습니다.

 

4월 27일 투표날. 뚜껑을 열어봐야 당선유무를 알 수 있겠지만 겸손하고 낮은 자세, 성실한 태도 변치 마시기를 당부 드려 봅니다. 꼭, 그런 자리만 입성하고 나면 거만하고 교만해지는 것을 참 많이 지켜 보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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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만화가가 그려 보내준 그림2 친절하게도 우표까지 붙혀 보냈습니다. 그것도 뽀빠이 그림 우표를... ⓒ 변창기

▲ 어느 만화가가 그려 보내준 그림2 친절하게도 우표까지 붙혀 보냈습니다. 그것도 뽀빠이 그림 우표를... ⓒ 변창기

2011.04.18 15:07 ⓒ 2011 OhmyNews
#울산동구 #이갑용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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