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전 사전인출' 부산저축은행 말고 또 있다

삼화저축은행 일부 지점도 5천만원 이상 고객에 인출 종용

등록 2011.04.26 08:49수정 2011.04.2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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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김도년 황수연 기자]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당하기 직전에 미리 5000만원 이상의 예금 고객에게 정보를 미리 알려준 사례가 부산저축은행 외에 다른 저축은행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14일 아침 영업정지를 당한 삼화저축은행 고객 일부가 하루 전인 13일 저축은행 영업점 직원의 전화를 받고 예금을 인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삼화저축은행과 거래했던 한 고객은 "5500만원을 예금하고 있었는데 저축은행 직원이 영업정지 전날 5000만원 넘는 금액은 인출하라고 연락을 해줘 500만원을 인출했다"고 말했다.

 

2월 17일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저축은행에서도 일부 VIP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예금을 인출하라고 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VIP 고객에 영업정지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려줄 여지는 충분히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부산저축은행 직원들 일부가 친인척 명의의 예금을 임의로 인출한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영업정지 직전에 고액 예금자들에게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것은 소문이 나지 않았을 뿐 업계의 관행 수준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와 관련,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도 "영업정지 직전에 일부 고객들이 저축은행 측의 연락을 받고 예금을 빼가는 경우는 늘 약간씩 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편법적 관행이 존재하는 것은 영업정지를 받으면 저축은행의 돈이 예보 소유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예보가 5000만원까지 예금액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저축은행의 모든 자산을 인수하는데 고액 예금자들의 예금이 빠져나가면 예보가 가져갈 돈이 그만큼 줄어든다.

 

예를 들어 예금액이 1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5000만원 이상 예금이 200억원인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조치를 받으면 예보는 800억원을 예금보험기금에서 꺼내 5000만원 이하 예금자에게만 지급한다.

 

5000만원 이상 예금자가 예금한 200억원의 현금과 저축은행이 보유한 여러 자산들은 모두 모아 매각한 후 손에 쥐는 돈은 예보와 5000만원 이상 예금자들이 손실 금액에 비례해 배분받는다.

 

고액 예금자들의 돈이 빠져나갈 경우 예보가 받을 수 있는 돈이 줄어드는 것이다. 예금보험기금이 모든 금융회사와 거래하는 소비자들이 조금씩 내서 모으는 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정지 직전에 예금을 빼라고 알려주는 것은 전국의 예금자들 호주머니에서 조금씩 돈을 빼내 5000만원 이상 예금자의 호주머니에 넌지시 찔러주는 행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 임직원이나 대주주가 받는 피해는 없다. 영업정지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안면이 있는 VIP 고객들에게 미리 알려줘 예금을 빼가도록 하는 게 영업정지 이후 항의도 줄일 수 있고 주인이 바뀐 후 영업을 재개할 때 다시 예금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문 닫을 저축은행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실명제를 위반한 예금인출 외에 임원의 전화를 받고 달려와 창구직원에게서 예금을 찾는 예금주는 단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업정지 직전 저축은행 직원들의 통화기록 조사와 관련해서 금감원은 "검찰에 통보했으니 검찰이 조사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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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6 08:49 ⓒ 2011 OhmyNews
#삼화저축은행 #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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