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를 위한 변명

방북 ‘보따리’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등록 2011.04.29 10:33수정 2011.04.2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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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를 위시한 'The Elders'의 방북이 최근 논의 중인 6자회담 재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님은 이미 "지미 카터의 방북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라는 글에서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한국 언론이 4월 29일자 기사에서 보도하고 있는 '카터 방북 실패', '빈 보따리' 주장은 '동문서답'식 분석일 뿐이다.

 

아래는 카터 방북을 보도한 주요 언론의 4월 29일자 기사의 제목(혹은 중간제목)이다.

 

김정일 못만난 카터 '초라한 방북 보따리'<한국일보>

카터의 궤변 … "한·미, 대북 식량중단은 북한 인권 침해"<중앙일보>

대우 못받은 '한반도 해결사'<한겨레>

"카터, 김정일의 대변자 노릇"<조선일보>

韓·美·北이 모두 성가셔 하는 카터 한반도 방문<조선일보 사설>

"김정일의 대변자 노릇 하는 카터가 부끄럽다"<동아일보 사설>

카터 방북 성과, 기대 못 미쳤다<한국일보 사설>

카터 前대통령 '북한 장사' 하는 것 아닌가<서울신문 사설>

 

28일 기자회견에서 열어 놓은 카터의 '보따리'는 6자회담에 대한 북측이 일반적인 입장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대남 메시지였다. 김정일 위원장은 '조건 없는 그리고 의제 제한 없는 남북 정상회담'을 카터를 통해 제의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은 북측에게나 카터에게나 주된 목적은 아니다. 1994년처럼 북미 핵해법 마련에 따른 부산물일 뿐이다. 

 

따라서 의문이 생긴다. 고작 이 정도의 내용이었다면 왜 북측이 지미 카터의 방북을 요청했던 것일까, 왜 카터는 그 요청을 받아 들여 방북을 했던 것일까. 어느 신문의 주장처럼 '북한 장사' 하기 위해서? 혹은 '김정일 대변자'이기 때문에?

 

여기서 다시 카터가 방북 하기 전에 내놓은 방북 목적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카터는 자신의 방북 목적을 평화조약(peace treaty)과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인도주의적 지원이라고 밝혔다. 북측이 어떤 답변을 내 놓았을지 여부에 앞서 카터는 이 세 가지 문제를 주되게 논의했을 것이다. 비록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김영남 상임위원장, 박의춘 외무상을 만났다. 카터가 이들과 만나 '평화조약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자신의 입장 혹은 구상을 밝혔을 것이고, 북측 인사들 역시 자신의 혹은 북측의 혹은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을 밝혔을 것이다.

 

그 대화의 단면을 4월 27일 카터가 'The Elders' 홈페이지에 실린 글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 글에서 카터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으며, 북한은 미국, 한국과 어떤 주제든지 아무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consistently) 들었다"고 밝히고,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받지 않으면 그들의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것이 어려운 문제(the sticking point)"라고 지적했다.

 

카터가 북측 고위 인사들과 '평화조약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그 대화가 북측의 그같은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종료되었는지 구체적인 대화가 더 진행되었는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안전보장 없이는 핵포기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북측이 여러 통로를 통해 밝혀왔다는 점에서 북측이 애써 카터의 방북을 통해 말할 필요도 없고, 카터 역시 방북까지 해서 그 입장을 전달받을 필요는 없다. 즉 그 이상의 구체적 대화를 북측과 카터측이 원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구체적 대화가 오바마 행정부에게 가감없이 전달될 수 있기를 원했기 때문에 카터 방북이 성사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카터가 서울 기자회견에서 "북한측은 우리를 평양에 초청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과 의견을 알려주고, 저희들을 통해서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던 것에 비춰봐도 그렇다.

 

따라서 '평화조약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보따리'는 서울에서 열려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워싱턴 즉 백악관 인사들에게 열어놓아야 할 '보따리'인 것이다. 카터가 들고 왔던 '김정일 친서' 그리고 김영남 상위원장 등과 나눈 대화 등이 '보따리'의 실체일 것이다. 그리고 상당기간 '보따리'의 실체는 공개되지 않을 것이다.

 

카터 방북의 성공 혹은 실패는 백악관의 향후 대응을 통해 판명나는 것이다. 서울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만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 6자회담을 위한 관련국의 외교 행보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카터의 '보따리'가 6자회담 재개를 가속화시키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촉진시킬 촉매제가 될지 아니면 어렵게 형성된 6자회담 재개 외교 행보마저도 주춤하게 만드는 억제제가 될지 차분하게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통일뉴스와 새세상연구소 홈페이지에 동시 게재됩니다.

2011.04.29 10:33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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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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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학교 글로벌피스연구원 특임교수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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