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줄다리기? 너무합니다

장애인 참여 프로그램 없는 가평군 장애인의 날 행사

등록 2011.04.30 14:35수정 2011.04.30 14:59
0
원고료로 응원
a

주최 측에서 마련한 공연을 관람하는 장애인들 ⓒ 박준규

주최 측에서 마련한 공연을 관람하는 장애인들 ⓒ 박준규

지난 27일 경기도 가평군 가평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가평장애인어울림한마당' 행사가 끝난 후 곳곳에서 불만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가평장애인어울림한마당은 가평군지역사회복지협의체(위원장 김인규)가 주관이 돼 마련한 행사로, 올해로 4회째 맞은 관내(시설·단체) 장애인들을 위한 연중행사다. 하지만 회가 거듭되어도 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 관람 위주의 행사 또는 일회성 생색내기 행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일부 장애인들은 이번 행사 역시 관내 장애인들은 주최 측에서 마련한 축하공연을 보고 기본적인 레크리에이션 몇 개만 하다 끝났다고 말한다.

 

김아무개(남, 지체장애)씨는 "장애인의 날 행사에 우리 장애인들이 참여할 프로그램이 왜 없나? 먼 거리까지 힘들게 왔는데 우리가 무슨 행사 들러리도 아니고 착잡할 따름이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가평군은 1개 읍, 5개 면, 126개 동·리로 구분돼 있고 인구 6만 명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5천여 명이 되는 작지 않은 지역이다. 때문에 관내지역이라 하더라도 2시간 가까이 이동해야 하는 곳도 있어 장애인들이 이동하기엔 쉽지만은 않다.

 

더욱이 이번 행사의 주최 측에서는 장애인들의 이동수단조차 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장애인들에게 실망감도 안겼다. 행사만 준비하고 관내 장애인들이 행사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차량을 준비하지 못한 것. 이에 한 장애인단체 직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주최 측 관계자는 잘못을 인정하고 다음부터는 참고해 준비하겠다는 답을 했다.

 

이로 인해 단체·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이 아닌 일반 장애인들은 마을 유치원 버스나 개인 승합차들을 급조해 참여하는 등 불편을 겪었고, 이런 이유로 점심만 먹고 차편에 맞춰 바로 귀가하는 장애인단체 및 개인 장애인들도 있었다.

 

특히 재가 장애인들은 이번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행사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린 곳은 장애인시설·단체 등 5개소이고 이곳에서 참여한 인원은 장애인과 보호자를 합해 240여 명이었다. 가평군에 등록된 5천여 명의 장애인들 중 5% 미만이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장애인 맞춤 프로그램은 없는 장애인의 날 행사

 

a

휠체어를 타고 남의 도움으로 공굴리기를 하고 있다. ⓒ 박준규

휠체어를 타고 남의 도움으로 공굴리기를 하고 있다. ⓒ 박준규

이번 행사가 생색내기 행사 아니냐는 불만을 산 또 다른 이유는 장애인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것이다. 즉, 장애 종류에 무관하게 일관된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한 것이 화근이었다.

 

공 굴리기, 줄다리기, 춤추기, 허리에 튜브 메고 줄다리기와 같은 레크리에이션은 휠체어이용 장애인이나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거나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사람들이 게임을 할 때 해당 장애인들은 응원밖에 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도 장애인들이 조기 귀가하는 데 한몫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한 장애인은 다음과 같은 말로 또 한 번 아쉬워했다.

 

"우리는 우리만의 맞춤 프로그램을 갖고 싶다. 장애 종류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회의를 한다든지, 장애에 맞는 게임을 한다든지, 나아가 우리들만의 장기자랑을 하는 차별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장애인어울림한마당을 즐기고 싶다. 단순히 주최 측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을 관람하는 관객이 아니라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PMN뉴스(http://www.pmnnews.com) 에도 실렸습니다.
#장애인 #장애인행사 #가평장애인어울림한마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가 될 수 있는 날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4. 4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5. 5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