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 그 후, 학교 현장 문제 없습니까

2011년 공립 임용 상담교사 10명, 너무 부족

등록 2011.05.02 11:05수정 2011.05.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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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을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통과됐다. 이제 체벌은 교육현장에서 그 어떤 이유로든 금지됐다. 하지만 뚜렷한 대안과 실질적인 지원이 바탕 되지 않은 상황 탓에 교육현장은 지금 혼란스럽다.

체벌이 금지된 이후 현장 교사들은 학생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경기도에 있는 G고등학교 교사 J씨는 "(학생을) 때려야 하는데 못 때리는 문제가 아니다. 이전에도 학생을 체벌하지 않고 말로 잘 타일러 왔는데 이제는 그것이 잘되지 않는다. 때릴 수 있는데 교사가 때리지 않는 것과 법으로 때리지 못하는 것의 차이를 학생들이 느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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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금지 현행 법안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에 따르면 학생들의 체벌은 금지 됐다. ⓒ 법률정보시스템


2011년 기준 전국 공립 임용 상담교사 수는 10명

체벌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상담'과 '자치'였다. 특히 학내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을 '성찰교실'에서 전문 상담 교사와 대화하여 선도하는 방법은 가장 강력하게 주장됐던 대안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찰교실이 모든 학교에 마련된 것은 아니다.

일부 학교현장에서는 학내 시설 부족과 인력부족 탓에 따로 성찰교실과 상담교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성찰교실이 없는 인천의 M고등학교에 근무 중인 교사 K씨는 "학교 사정에 따라서 성찰교실 마련이 힘든 경우도 많다. 교실과 교무실도 부족한 상황에서 성찰교실까지 마련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상담교사가 많지 않은 현실도 학교당 1인 전문상담 교사를 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정식 상담교사는 상담교사 정교사 2급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에 한에서 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수의 전문 상담교사를 국가에서 임용하지 않고 있다. 2011년 기준 공립에 임용된 전문 상담교사 수는 전국에서 10명밖에 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학교에 전문상담 교사를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학교현장에 있는 상담교사들은 기존에 교과를 가르치던 교사들이 연수를 통해서 자격증을 받은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이 맡은 교과 수업과 학교 업무, 학생 상담을 병행하기 때문에 상담에만 초점을 맞추기 어려운 점이 많다.


'성찰교실' 외의 차선방안을 학교마다 만들어 시행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일부 학교는 '생활인권교육부', '학생인권교육부'라는 부서를 따로 만들어 학생들을 체벌 없이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업무는 기존 '학생부'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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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권교육부 경기도 P고등학교는 생활인권교육부서를 만들어 학생을 체벌 없이 선도하고 있다. ⓒ 박해리


"체벌금지, 학생인권문제에서 출발해 권력관계까지 얽혀"

성찰교실 외에 현장에서 많이 시행하는 것은 '상벌점제'다. 체벌 대신 벌점을 주는 이 제도는 아직 그 효과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상벌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경기도 G고등학교 학생부장 교사는 "상벌점에 신경 쓰는 학생들은 이미 체벌할 필요가 없던 학생들이다. 선도가 필요한 학생들은 상벌점에 크게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효과는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S고등학교의 교사 N씨는 "학생과 교사들도 좋아하고 효과도 좋다. 벌점 대신 사회봉사를 다녀온 후 태도에 변화가 생긴 학생도 있었다"라며 상벌점제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건 마찬가지다. 경기도 G고등학교의 M 학생은 "체벌이 금지돼서 학교가 평화로워진 것 같다"라고 말한 반면, C 학생은 "체벌이 없기 때문에 학업 분위기가 잘 안 잡혀서 공부하려는 학생에게는 피해가 간다"라고 말했다.

체벌금지 문제는 학생인권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에서 시작됐다.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가기 위해선 최소한의 체벌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해 그 어떤 신체적, 물리적인 고통도 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논란이 발생했다.

학생들의 인권은 존중해야 마땅하지만, 교육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실질적인 대책 지원이 마련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법 개정은 학생과 교사에게 큰 혼란을 준다.

이화여대 사범대학교 이영민 교수는 "체벌금지는 학생들의 인권문제에서 출발해 권력관계까지 얽혀 있는 복잡한 사안으로 학교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주체들의 이야기가 결집돼야 하고 시간을 두고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체벌금지 #성찰교실 #학생인권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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