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동래정씨 문중 80억대 종택 사회 환원

문화유산국민신탁 체결... 역사와 문화 어우러진 '농촌공동체' 공간 조성

등록 2011.05.04 10:50수정 2011.05.0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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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환원하는 '문화유산국민신탁' 체결 ⓒ 최병렬


조선시대에 정승만 17명을 배출한 명문가 후손인 동래정씨 후손들이 500년 세월을 간직한 경기도 군포시 속달동에 자리한 80억대의 종택(宗宅)을 사회에 내놓기로 결정해 조선시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풍을 이어가고 있어 화제와 사회적 귀감이 되고 있다.

동래정씨 동래군파 후손들은 지난 3일 오후 2시 경기도 군포시 속달동 종택 현장에서 문화유산국민신탁과 국민신탁 체결식을 가짐으로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소유권을 획득하고, 종손은 증여한 종택과 대지․전답을 영구히 보전하며 가꾸어 갈 수 있게 되었다.

동래정씨 동래군파 16대 종손인 정운석(98세.1913년생)씨와 자녀 9남매는 경기도 군포시 속달동에 있는 종택(경기도 문화재 제95호)과 인근 대지·전답 1만8176㎡(5500여평)를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기증됐다. 공시지가는 35억 2000만 원, 시가로는 80억이 넘는다.

군포 수리산 자락에 자리한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택의 역사는 조선 중기의 문신 정광보(1457~1524)가 마을에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현재 안채와 평면 분할이 독특한 큰사랑채, 작은 사랑채, 문간채, 행랑채, 사당 등 5동 60칸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특히 안채는 조선 정조7년(1783년)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며, 사랑채는 고종 14년(1877년)에 고쳐 지은 것으로 2000년 4월 11일 경기도문화재 자료 제95호로 지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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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시 속달동 동래정씨 종택에서 열린 문화유산국민신탁 체결식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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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 최광식 문화재청장 등 내빈들 ⓒ 최병렬


문중의 무상증여를 통한 '국민신탁' 사회환원 첫 사례


이날 체결식에는 정성수(17대 종손), 정준수씨 등 동래정씨 동래군파 후손들과 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 최광식 문화재청장, 김부겸 국회의원(군포.문화체육관광방통위), 김윤주 군포시장, 한우근 군포시의장,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체결식은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손들이 조상에게 종택을 국민신탁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고유제에 이어 경과보고, 환영사, 기념사, 축사, 국민신탁 체결 서명으로 진행됐다.

국민신탁 관계자는 이날 국민신탁 체결식에서 추진경과 보고를 통해 "2010년 5월 문화유산국민신탁 의뢰를 접하고 면담을 가진 이후 신탁대상지 조사, 2010년 12월 신탁관계 설정 기본협약, 2011년 1월 국민신탁 체결 법률 검토 및 보존방안 기본구상 작성, 2011년 4월 이사회 보고 및 의결 등의 과정을 거쳐 성사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화유산국민신탁 보전 재산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09년 7월 기부금을 통해 매입한 이상의 집(서을 종로)과 2010년 12월 매입한 윤경렬 옛집(경북 경주)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이지만, 문중의 증여를 통해 국민신탁 소유재산이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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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에게 종택의 사회 환원 소식을 전하는 고유제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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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환원한 동래정씨 문중 종택 ⓒ 최병렬



"경주에 최부잣집이 있다면 군포엔 정부잣집이 있다"

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은 "동래정씨 문중이 사회적 유산 상속을 선택해서 500년 내려온 종택이 영구히 보존되도록 하는 큰 용단을 내렸다. 이곳에는 고택만이 아니고 귀농본부가 자리한 농업 연구의 본부다. 가을에 고택 음악회를 열때 꼭 와달라"고 말했다.

17대 종손인 정성수씨는 인사말에서 "이 자리는 우리 동래문중의 유산을 우리 문중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뜻깊은 자리이다. 우리 문중은 이 소중한 유산을 더욱 소중하게 가꿀 것이며, 정직한 농사를 지을 것이다"고 감사를 전했다.

최광식 문화재청장은 축사에서 "경주에 최부잣집이 있다면 군포엔 정부잣집이 있다. 쉽지않은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했는데 와서보니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 문중에서 받은 것은 처음이다. 결단을 내린 동래정씨 동래군파 문중에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은 "말이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재산을 국민에게 기증한 동래정씨는 그야말로 노블리스 오블리제이다. 이곳이 대한민국 도시 유기 농업의 새로운 발상지가 되고, 이곳에서 생산된 친환경 유기농이 학교로 급식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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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국민신탁 체결식을 마치고 한자리에 모인 신탁.수탁자 ⓒ 최병렬



국민신탁, 역사와 문화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 계획

한편 당초 종택이 소재한 속달동 일원은 경기도립공원 인근으로 군포시의 도시개발사업에 따라 개발계획을 추진중이었으나 동래정씨 동래군파 종손 및 일가족은 18대째 내려오던 종택과 이에 속한 대지·전답에 대해 무상증여를 결정함에 따라 후손의 재산권 갈등을 예방하고 문화재청 및 군포시청과 협의로 합리적인 보존개발 모델도 제시할 예정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신탁자 의사를 존중해 종택과 농지가 포함된 일대를 역사적․문화적 핵심가치 보존 및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촌공동체 회복을 통한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군포시와 종택 일원에 대한 개발계획을 협의중에 있다"고 밝혀 활용계획에 따라 군포에 또하나의 브랜드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를 모델로 삼아 국민.기업. 단체 등으로 부터 문화유산 등을 기부·증여를 받거나 매입해 보존하는 운동을 벌이는 특수법인으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에 따라 2007년 3월 출범했다.
#군포 #동래정씨 #문화유산국민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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