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어린이날, 어른들이 더 적극적인 이유

어린이날과 단오날의 만남, 모리야마 어린이날 축제

등록 2011.05.06 09:31수정 2011.05.0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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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등에 고헤이를 얹어서 묶었습니다. 고헤이는 우리나라 무속의 신대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이곳에 신이 내려온다고 생각합니다. ⓒ 박현국

말 등에 고헤이를 얹어서 묶었습니다. 고헤이는 우리나라 무속의 신대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이곳에 신이 내려온다고 생각합니다. ⓒ 박현국

5월 5일 어린이날 시가켄 모리야마에서 열리는 어린이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시가켄 모리야마시(守山市)는 비와코 호수 동쪽에 있는 도시로 인구 76338명이 살고 있습니다(2010 년 현재). 모리야마시 주변에는 논이 많아서 논농사를 짓고 살지만 교토나 오사카 등지로 출퇴근하는 회사원도 많이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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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어린이들이 신 가마를 끌고 갑니다. 신 가마를 끌고 마을을 도는 것은 우리의 지신밟기와 비슷한 뜻으로 행합니다. 마을에는 사람이 사는 집과 논이 많이 있습니다. ⓒ 박현국

 마을 어린이들이 신 가마를 끌고 갑니다. 신 가마를 끌고 마을을 도는 것은 우리의 지신밟기와 비슷한 뜻으로 행합니다. 마을에는 사람이 사는 집과 논이 많이 있습니다. ⓒ 박현국

이곳 모리야마시에서 비와코 호수 주변으로 12여개 마을이 한 단위가 되어서 해마다 오월 오일 어린이날 어린이축제를 거행합니다. 어린이축제는 어린이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고 어린이들이 마을에 소속감을 갖고 열심히 자라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모아서 진자에서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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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이 간단한 음료수와 먹을 것을 준비하고 있다가 쉬는 시간에 어린이들에게 줍니다. ⓒ 박현국

 어른들이 간단한 음료수와 먹을 것을 준비하고 있다가 쉬는 시간에 어린이들에게 줍니다. ⓒ 박현국

올 모리야마 어린이축제는 모리야마시 가네가모리(金森)에 있는 곤진자(金神社)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곤진자의 구지(宮司)가 신사 신에게 어린들의 무병장수와 행복을 기원하고 간단한 가구라(神樂)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에 고헤이(御幣)라고 하는 신대를 싣고, 어린이 신가마를 끌고 와카미야진자를 향해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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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에 어린이가 고헤이를 얹은 말 등에 올라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이 손에 보라색 꽃창포가 들려져 있습니다. ⓒ 박현국

 점심시간에 어린이가 고헤이를 얹은 말 등에 올라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이 손에 보라색 꽃창포가 들려져 있습니다. ⓒ 박현국

와카미야진자(若宮神社)에는 어린이 신 가마뿐만 아니고 이웃 마을에서 여러 신가마가 도착했습니다. 마을 어린이들은 자신이 끌고 온 신가마보다 몇 배 큰 신가마를 어른들이 매고 뛰거나 소리 치는 것을 보고 즐겼습니다. 이곳 모리야마 축제의 신가마는 모두 이곳 와카미야진자에 모였습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어린이들은 진자에서 축하를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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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날 어린이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 잘 차려입은 아이입니다. 이마에 있는 두 점은 복을 받으라는 뜻으로 진자에서 찍어준 것입니다. ⓒ 박현국

 어린이날 어린이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 잘 차려입은 아이입니다. 이마에 있는 두 점은 복을 받으라는 뜻으로 진자에서 찍어준 것입니다. ⓒ 박현국

와카미야진자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다시 말에 실은 고헤이를 앞세우고 모든 신가마가 열을 지어서 고츠진자(小津神社)로 향했습니다. 모리야마 어린이축제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과 신가마가 고츠 진자에 모였습니다. 이곳에서 다시 사람들은 신마를 들고 위아래로 흔들면서 소리를 치고 힘을 과시했습니다.

 

곤진자에서 출발한 신가마가 와카미야진자를 거쳐서 고츠진자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신가마를 매고 마을 주변을 도는 것은 진자에 있는 신을 끌어내서 지신을 밟아 지신을 잠에서 깨워 땅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라고 합니다. 단조롭고 조용하게 끌어내지 않고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소란을 피우는 것은 신의 풍요를 더 많이 받아내려는 목소리처럼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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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고헤이를 앞세우고 마지막 고츠 진자 도리이를 통과해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뒤에 어린이들이 끌고 오는 신 가마가 있습니다. ⓒ 박현국

 이제 고헤이를 앞세우고 마지막 고츠 진자 도리이를 통과해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뒤에 어린이들이 끌고 오는 신 가마가 있습니다. ⓒ 박현국

어린이 축제에 참가한 어린이들 손에 보라색 꽃창포가 들려있었습니다. 창포는 한국에서 오월 단오날 여자들이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곳 일본에서는 음력을 사용하지 않으니 그냥 오월 어린이날을 단오와 같이 합해서 지내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날에는 일본 많은 지역에서 어린이 축제를 지냅니다. 주로 위에서 소개한 모리야마 어린이축제처럼 어린이들이 진자에 모여서 의식을 거행하고 어린이용 신가마를 매거나 끌고 마을을 돕니다. 표현은 어린이축제이지만 어른들 특히 마을 자치회에서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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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이 고츠진자 본전 앞에서 신가마을 들어서 위 아래로 움직이면서 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오늘 어린이축제는 끝을 맺습니다. ⓒ 박현국

 어린이들이 고츠진자 본전 앞에서 신가마을 들어서 위 아래로 움직이면서 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오늘 어린이축제는 끝을 맺습니다. ⓒ 박현국

어린이축제는 어린이들에게 마을 소속감을 갖게 하고 주변 어린이들과 협동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지내는 연례행사입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어린이를 자보(子寶)라고 해서 무엇보다도 귀중한 보물로 여기는 사상이 있습니다. 어린이날 어린이들이 곱게 차려입고, 여기저기서 대접을 받는 것을 보면 어린이가 보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참고문헌

이나다 고우지, 일본의 석화, 치쿠마학예문고, 1999.

http://city.eek.jp/25/25207/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1.05.06 09:31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모리야마 어린이축제 #신 가마 #지신밟기 #고헤이 #자보(子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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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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