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블루모스크'냐고? 고개를 들어봐!

[8일간의 터키일주] 블루가 아름다운 술탄 아흐멧 모스크

등록 2011.05.11 15:23수정 2011.05.1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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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이스탄불 하면 가장 먼저 그려지는 블루모스크의 모습 ⓒ 최지혜


터키는 종교의 자유가 허락되는 나라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슬람 국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공식적인 기록에 의하면 인구의 99%가 이슬람을 믿는다고 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 나라의 종교가 그렇듯 이스탄불 하면 가장 먼저 그려지는 모습이 바로 오늘 찾은 블루모스크다.

술탄 아흐멧 모스크라는 정식 명칭을 두고 블루모스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부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블루 색상의 타일 장식이 파란빛의 신비로운 느낌을 내기 때문이다. 블루 모스크는 1616년 술탄 아흐메트 1세의 명을 받아 지어진 사원으로 성소피아 성당에 버금가는 건축물을 짓겠다는 욕심에서 시작되었다.


수백 년 동안 이슬람의 중요 행사나 집회 등을 치르는 곳으로 사용되었던 블루모스크는 여전히 이슬람 사원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하루에 5번 열리는 기도시간에는 입장할 수 없으니 시간을 잘 맞춰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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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블루모스크 ⓒ 최지혜


지난 4월 27일 오전 5시, 모닝콜이 울리고 부스스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나자마자 하늘을 확인했다. 내심 맑은 하늘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구름이 잔뜩 뒤덮고 있는 하늘이 아쉽다. 조식을 마치고 일찌감치 투어의 시작이다. 오늘은 이스탄불 구시가지를 둘러보고 앙카라로 이동을 한다. 드디어 시작되는 본격적인 터키 여행, 그 첫 목적지는 블루모스크다.

크루즈 여행을 온 유러피안들이 일찌감치 블루모스크를 찾았고, 우리와 함께 비행기를 탔던 한국인 팀들도 도착하여 입구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느낄 새도 없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사진 찍을 걱정이다. 풍경 사진에 사람이 포함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나는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자초하고 있다.

여행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여행 자체만을 즐긴다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분명 내 스스로 조절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진에 대한 압박과 글에 대한 부담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져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슬람은 몸을 청결히 해야하는 율법에 의해 기도를 위해 사원으로 들어가기 전, 손과 발, 얼굴 등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기도하다가 방귀를 뀌게 되면 다시 나가서 씻고 들어와야 한다는 가이드의 말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아직도 구별이 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물어본다는 것을 깜빡해버렸다.


검색을 해보니 예배 시간에 방귀를 뀌면 알라가 기도 소리를 듣지 않고 다른 데로 간다고 하여 싫어하므로 무슬림들 앞에서는 삼가야 할 행동이라는 설명이 있다. 생리적인 현상까지 간섭을 하다니, 이슬람의 예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엄격한 것 같다.

관광객들은 신발을 벗어 입구에서 나눠주는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들어가면 된다. 남성의 경우는 상관 없지만, 여성의 경우 노출이 심한 의상은 출입에 제한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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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을 올려다본 순간, 왜 블루모스크라고 불리는지 실감하게 된다 ⓒ 최지혜


사원의 내부는 창이 많지만 넓어서인지 꽤 어두운 편이다. 천장에 매달린 전구들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블루모스크라는 이름답게 파란 빛을 기대했는데 전구의 색온도때문인지 잘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자 그제서야 파란 빛의 사원을 느낄 수가 있었다. 파란 타일들로 꾸며진 벽과 천장에 자연광이 스며들어 그 이름의 진가를 발휘한다.

여성 신도들은 기도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것은 블루 모스크뿐 아니라 모든 이슬람 사원의 공통점이다. 이슬람은 기도시간에 절을 하기도 하는데 앞에 있는 여성의 엉덩이가 기도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나눠놓았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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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모스크의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4개의 코끼리 다리 ⓒ 최지혜


블루모스크의 건물은 4개의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데, 그 직경이 5m가 넘어 코끼리 다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43m나 되는 거대한 건물을 지탱하려면 코끼리 다리가 아니고서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내부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주어진 자유시간은 단 10분. 어차피 사람이 많아서 사진 찍기도 힘들뿐더러, 시간도 짧아 기념사진이나 여기저기 중요 포인트만 촬영하고 나왔다. 시간을 맞춰 나왔더니 가이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도 가보고 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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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모스크의 내부정원 ⓒ 최지혜


이곳은 블루모스크의 내부 정원이다. 처음 사원을 지을 때 병원, 학교, 무료급식소등 여러가지 시설도 함께 지었다고 하는데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이 그런 복합 시설이다. 정원의 가운데에 있는 것은 기도를 하기 전 씻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우물인데,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

위로 뾰족하게 솟아있는 첨탑은 블루모스크에 총 6개가 있다. 첨탑의 갯수도 의미를 가지는데 1개의 첨탑이 세워진 곳은 개인이 만든 사원, 2개면 나라가 만든 사원, 4개면 왕이 만든 사원이라고 한다.

블루모스크의 첨탑이 6개인 이유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술탄이 성지순례를 떠나며 첨탑을 황금(터키어로 알툰)으로 지으라고 말한 것을 6(터키어로 알트)으로 잘못 알아듣고 만든 것이다. 첨탑이 황금이었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본다. 지금보다 훨씬 더 화려한 분위기의 사원이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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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길에서 수시로 만날 수 있는 큰 개떼들. ⓒ 최지혜


사원을 둘러보고 다음 목적지인 성소피아 성당으로 이동하는 길목에서 만난 개떼들. 서로 물고 뜯으며 장난을 치는지 싸우는지 참으로 역동적이다. 터키에서는 목줄을 한 강아지들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대신 자유롭게 방목이 된 큼직한 개들이 사람 사이를 마음대로 누비고 다닌다.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면 터키 여행은 절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가이드로부터 밤에는 밖을 나가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었다. 이슬람국가에서는 개를 불결하게 여겨 가까이 하지 않아 먹을 것을 나눠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굶주린 개들이 밤에 사람을 습격할 수도 있다며 밤외출을 삼가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본 것만을 토대로 이야기한다면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이다. 몸집은 크지만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순하디 순한 모습만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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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구시가지의 거리에는 상점가와 노천까페들이 많다. ⓒ 최지혜


블루모스크와 성소피아 성당, 그리고 토카프 궁전 등은 걸어서 이동하기에도 부담없을만큼 근접해있다. 다음 목적지인 성소피아 성당으로 이동을 하며 보이는 상점가와 까페등은 시간과 일정에 쫓기는 패키지 여행자에게 숱한 아쉬움을 안겨준다. 쓸데없는 겁에 자유여행을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만 자꾸 밀려오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저기 상점들을 기웃거리며 지름신도 영접해보고, 노천 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기며 사람 구경도 실컷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후회하기에는 이미 엎질러진 물. 지금 이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 즐기는 방법을 연구해야 할 처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dandyjihye.blog.me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dandyjihye.blog.me
#터키 #이스탄불 #블루모스크 #술탄아흐멧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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