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와 우, 어디든 따라다니는 예수의 시선

[8일간의 터키일주] 비잔틴 건축의 대표적 건물 성소피아 성당

등록 2011.05.13 14:02수정 2011.05.1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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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틴 건축의 최고로 평가받고 있는 성소피아성당 ⓒ 최지혜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흔히들 이스탄불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스탄불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경계로 유럽과 아시아로 나누어지며, 또한 유럽에 속하는 땅은 다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누어진다. 구시가지에는 비잔틴 제국과 오스만 제국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성소피아 성당은 모든 공존을 표현하고 있는 역사의 아름다운 증거물이다.

터키를 찾는 많은 여행자들은 블루모스크와 성소피아 성당이 마주하고 있는 이곳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곤 한다. '내가 사랑하는 터키'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이희수 교수가 그랬듯, 나 역시 이곳에서부터 터키 여행을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블루모스크를 나와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성소피아 성당이다. 블루모스크와 마주하고 있어 이동하기가 편리한 동선이다. 성소피아 성당을 먼저 볼 것이냐, 블루모스크를 먼저 볼 것이냐 고민한다면 블루모스크를 추천하고 싶다. 둘 다 아름다운 건축물임은 틀림없지만, 성소피아 성당을 먼저 관람한다면 블루모스크는 어쩌면 보잘것없는 건축물로 여겨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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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피아 성당은 한개의 중앙돔과 2개의 작은 돔으로 이루어져 있다. ⓒ 최지혜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성소피아 성당은  비잔틴 건축의 대표로서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지름 약 31m, 높이 55m의 돔이 뒤덮고 있는 웅장한 성당의 내부는 누구라도 발을 들여놓는 순간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6세기경 성당으로 만들어졌던 성소피아 성당은 약 900여 년이 지난 후,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게 된다. 그리고 약 400여 년의 시간이 흐르고 역사를 간직한 박물관으로 전환되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가톨릭과 이슬람의 흔적들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성소피아 성당은 한 개의 중앙 돔을 두 개의 작은 돔들이 바치고 있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돔을 바치는 기둥이 없는 점은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여겨지고 있다. 수학적인 설계에 의해 건축된 아름다운 건축물로, 과학과 예술 또한 공존하는 곳이 바로 이곳 성소피아 성당이다.


천장에는 6개의 날개를 단 4명의 지키고 있는데, 그 중에는 얼굴이 없는 천사도 있다. 이는 성당에서 이슬람 사원으로 용도가 변경되며 얼굴을 보고 기도하지 않는 이슬람의 율법에 따라 칠이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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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가톨릭이 공존하는 성소피아 성당 ⓒ 최지혜


성당의 천장 가까이에는 문양이 새겨진 동그란 판들이 매달려 있는데, 이는 알라와 모하마드 등 이슬람 지도자들의 이름을 새겨놓은 것이다. 가톨릭의 신인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양쪽으로 이슬람이 받드는 신들의 이름이 나란히 있는 것이 이채롭다. 두 종교가 공존하는 공간, 성소피아 성당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예수와 성모마리아의 벽화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간 곳에 메카의 방향을 표시하는 제단이 있다. 가로로 보나 세로로 보나 성소피아 성당인 '공존'의 증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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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이 올라가서 기도를 드렸던 곳, 이슬람의 부속물들이 나중에 들어섰지만 본연의 모습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최지혜



성소피아 성당은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면서도 기존의 성당으로 쓰였던 양식을 훼손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벽화등을 가리기 위해 회칠을 하긴 했지만 다른 부속물들은 기존의 모습과도 너무나도 잘 조화를 이룬다.

하나의 예술작품과도 같은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진 이슬람의 문구들은 원래 있었던 것처럼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메카의 방향을 가리키는 제단이나 설교를 하는 민바르, 그리고 테러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따로 술탄이 기도를 하던 곳도 사원으로 바뀌며 새로 지어진 것들이지만 전혀 튀지 않는다.

성당 안에 있는 도서관 등 구석구석을 살펴보는데 바리케이드가 쳐져있는 지역이 있다. 아무것도 없이 다른 바닥과 모양이 다를 뿐인데 왜 들어갈 수 없는지 의문이다. 마침 가이드가 설명을 해준다. 중앙의 큰 원을 각기 다른 색의 화려한 원들이 감싸고 있는 대리석 모자이크로 이는 예수의 12사도를 의미하는 그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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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넣고 360도 돌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구멍 ⓒ 최지혜


2층으로 이동하기 위해 이동을 하는데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기다리고 있는 곳이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이 거쳐갔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바래고 닳은 기둥의 구멍으로 엄지손가락을 넣어 돌려보는 사람들. 이곳은 소원의 기둥, 또는 땀흘리는 기둥으로 불리며 소원을 빌며 손을 360도 돌리는데 성공을 하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비잔틴 시대 때 구멍 안의 천사가 교회를 지켰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슬람으로 바뀌고 처음 기도를 드리러 왔던 술탄이 메카의 방향을 잡기 위해 손을 넣어 돌려봤다는 설도 있다. 어느 것이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손을 돌리며 빌었던 소원은 어느것이나 간절했을 것이다.

나 역시 소소한 소원을 빌며 손가락을 넣어 돌려봤다. 뒤에 서 계시던 어르신께서 한 마디를 던지신다. "아이고~ 젊어서 그런지 아주 잘 돌리는구만." 젊음보다는 요령이 중요한 듯 하다. 소원은 이루어지려나?

높이로 보면 거의 10층에 가까운 2층으로 이동하기 위해 오르막이 있는 터널을 지나간다. 계단이 아닌 경사도가 낮은 오르막길로 이루어져 있다. 술탄이 2층으로 올라갈 때 가마가 편안하게 오를 수 있도록 계단이 아닌 길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덕분에 꽤 오래 걸어야하는 길임에도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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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성당에서 가장 걸작으로 꼽히는 황금 모자이크 벽화 ⓒ 최지혜


2층에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많은 모자이크 벽화들이 있는데, 그 중의 제일은 예수와 성모마리아와 세례자 요한이 그려진 그림이다. 꽤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지만, 여전히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그림은 예수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성모마리아와 요한의 모습을 그려넣은 것이다. 얼핏 봐도 그들의 표정에서 간절함을 엿볼 수 있다.

옆의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빛 때문에 황금이 더욱 반짝인다. 이 그림에서는 한 가지 신기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예수의 시선이다. 모나리자 그림처럼 어느쪽으로 이동을 해도 예수의 시선이 나를 따라온다. 좌우로 움직이며 그의 시선을 느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촬영은 가능하지만 플래시를 사용하면 제지를 당하니 주의해야 한다.

벽화가 있던 부분을 회칠로 덮은 흔적들은 벽면이나 천장의 구석구석에서 엿볼 수 있다. 지금도 이를 복원하기 위한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방수의 문제 때문에 칠을 벗겨내다 말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흠집마저도 소중한 역사의 흔적이다.

2층에는 벽화와 성소피아 성당을 담은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칠 수도 있는 또 하나의 예술작품이 있다. 성소피아 성당의 벽을 보면 대리석으로 된 부분이 있는데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좌우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것 또한 볼거리다. 나 역시 가이드의 설명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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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내려다본 성소피아의 모습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 최지혜


위에서 내려다보는 성소피아의 모습은 그야말로 '아름답다.'는 말 밖에는 딱히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꽃모양의 전구들이 어둠을 밝히며 황금빛과 어우러져 더없이 화려하고 아름답다. 내가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말이다.

성소피아 성당은 이스탄불에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으로 추천한다. 동양과 서양, 과학과 예술, 이슬람과 가톨릭,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그 현장에 서보았다는 것은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꽤나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 역사 유물에 별 관심이 없는 나조차도 그렇다면, 이곳을 찾은 무수한 관광객들은 얼마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dandyjihye.blog.me
여행은 지난 4월 26일~5월 3일에 다녀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dandyjihye.blog.me
여행은 지난 4월 26일~5월 3일에 다녀왔습니다
#유럽여행 #터키 #이스탄불 #성소피아성당 #아야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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