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의 비밀 생활공간, 지하도시

[8일간의 터키일주] 카파도키아 데린쿠유

등록 2011.05.21 15:04수정 2011.05.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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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 데린쿠유 지하도시 근처의 평화로운 마을, 카펫트가 곳곳에 널려있다. ⓒ 최지혜


앙카라에서 버스를 타고 3~4시간 정도를 달렸을까? 카파도키아에 가까워지면서 점점 황폐한 허허벌판들이 보이고, 길도 조금씩 요철이 생겼다. 바로 앞은 초록이 생동하는 봄기운이 완연한데, 저 멀리에는 눈이 쌓인 산맥들이 펼쳐진 기이한 풍경들과 만나기도 했다.

개척되지 않은 땅의 모습들이 그토록 오고 싶었던 카파도키아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이곳이 바다였음을 실감케 하는 수초처럼 듬성듬성한 풀들, 풍화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기암절벽들과 아래로 굴러떨어져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바위들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라 더욱 신비롭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셔터를 눌러대지만 온전히 들어올 리가 없다. 눈으로라도 확실히 담아두고 싶어 이내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말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의미를 가진 페르시아 시대의 언어 '카파타도카', 그 말이 변형이 되어 이름지어졌다는 카파도키아. 드디어 그곳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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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시간부터 까페에 모여 앉아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터키인들 ⓒ 최지혜


카파도키아 투어의 첫번째 코스인 데린쿠유 지하도시를 향해 걸으며 만나는 마을의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골목길에는 이것저것 물건을 내다파는 사람들이 이방인들을 보며 눈인사를 나누고, 저 멀리 카페에는 조금은 이른 시간인데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담벼락을 타고 여기저기 내걸린 화려한 카페트는 이국적이면서도 소박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문득 이 평화로운 마을에 오랫동안 머무르며 어슬렁 어슬렁 그곳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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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하게 잘 만들어진 지하도시의 입구 ⓒ 최지혜


일행들이 화장실을 다녀올 동안 현지인 가이드는 입장권을 구입한다. 이른 시간부터 지하도시 입구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한국인 가이드는 서둘러 왔는데도 사람이 많아 복잡할 것이라며 걱정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관람을 끝내기 위해 서둘러 입장을 한다. 지하도시라고 해서 동굴같은 곳으로 입장을 하는 줄 알았는데, 관광지라고 입구를 반듯하게 만들어놓았다.

데린쿠유 지하도시가 만들어진 시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4세기경의 역사학자인 크세노폰의 책  <아나바시스>에 보면 카파도키아가 언급된다. 대략 '카파도키아라는 지역에 왔더니, 샘처럼 가는 길을 만들어놓았다. 그 길을 따라 들어가니 동물들을 키우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커다란 항아리가 있는데, 그곳에는 독주가 담겨 있고 보리와 밀 등이 떠올라 있었다. 독주 옆에는 갈대로 만든 빨대가 있어 누구든지 쉽게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해놓았다'라는 내용이다. 이를 근거로 아주 오래전부터 이 지하도시가 있었다고 추측을 하고 있으며, 후에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 지낸 곳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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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린쿠유 지하도시의 길은 좁고 낮으며 어둡다. ⓒ 최지혜


데린쿠유 지하도시는 환기통을 중심으로 50m 이상의 깊이까지 내려간다. 들어서자마자 퀘퀘하고 습한 기운이 감싸안는다. 처음에 들어섰을때는 조금 춥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겉옷을 입고 입장하는 것이 좋다. 길이 좁고 어두워서 특별한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하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한다. 가이드의 경험에 의하면 한 한국인 관광객이 지하에서 쓰러졌는데 구급대원이 30분동안 들어오지 못해 위급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혈압이 높고 낮거나, 폐쇄공포증 또는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는 분이라면 위험할 수 있겠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은밀하게 생활하던 이 공간은 한 농부에 의해서 발견이 되었다. 이 지역에 살던 한 농부가 키우는 닭들이 모이를 쪼다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웃을 의심해봤지만, 누구 하나 닭을 먹었다는 사람은 없어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유심히 살펴보니 닭이 먹이를 먹다가 땅으로 푹 꺼지더란다. 그래서 경찰을 불러 찾아보니 지하에 엄청난 지하 동굴도시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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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린쿠유 지하도시의 학교 ⓒ 최지혜


지하도시에는 학교, 빨래터, 와인을 만들던 곳, 동물을 키우던 곳, 음식저장고, 부엌, 우물등 사람이 살 수 있는 모든 조건들이 갖춰져 있었다. 기독교의 박해가 풀리고 가재도구를 들고 이동을 한 탓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지하도시에는 유일하게 화장실만 없는데, 소량의 식사를 통해 소량으로 배출하여 조금씩 환기통 밖으로 버린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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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 사이에 놓여져있던 돌문 ⓒ 최지혜


지하 5층까지 연결된 지하도시의 층과 층 사이에는 그 무게가 90~300kg에 육박하는 육중한 돌문이 지키고 있다. 이 돌문의 가운데에는 구멍이 있는데 이것은 지하도시에 침입한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문을 닫았을 때 공기가 차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로도 쓰인다. 이 엄청난 무게의 돌을 어떻게 깊숙한 땅속까지 옮겼을 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다.

카파도키아에 있는 지하도시는 붕괴가 되거나 찾아내지 못한 곳까지 합하여 그 수가 200개 정도나 된다고 한다. 그 중 이곳 데린쿠유 지하도시와 지하 3층에서 연결되어 9Km나 떨어져 있는 카이마르크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지하도시를 둘러보며 박해를 피해 숨어살아야했던 옛 기독교인들의 답답함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좁고 낮은 나머지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걸어야 하는 지점에서는 허리 통증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었고, 50m가 되는 땅 속을 오르락내리고나니 다리가 단단해졌다. 게다가 습한 공기가 감도는 환경에서 건강이 좋았을 리는 없을 것 같다. 종교의 자유등 나의 삶이 자유로운 세대에 태어난 것이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dandyjihye.blog.me


덧붙이는 글 이글은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dandyjihye.blog.me
#터키 #카파도키아 #데린쿠유지하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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