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하다 했더니, <스타워즈> 찍은 곳이네

[8일간의 터키일주] 카파도키아

등록 2011.05.23 16:03수정 2011.05.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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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스머프의 작가가 영감을 얻었다는 카파도키아의 파샤바지구 ⓒ 최지혜


"왜 터키야?"
내가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친구가 물었었다.
"너무 가보고 싶은데가 있어서."

물음에 대해 나는 이렇게 대답했고, 친구는 그 부분에 대해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더 물었다면 나는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풀어놨을텐데 말이다. 그녀에게 못다한 이야기를 여기서 풀어놓는다.


언제였더라? 한 1년? 아니, 2년 정도 된 것 같다. 인터넷 서핑을 즐기던 어느날, 난 한 장의 사진에 깊이 빨려들었다. 마치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신비로운 지형, 스머프마을이라고도 불리는 곳, 버섯모양의 거대한 바위들이 삐쭉삐쭉 솟아있는 마을. 그곳이 터키의 카파도키아라는 것을 알았고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란 생각에 그저 꿈같은 여행지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고 나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남자친구의 회사에서 주어진 안식휴가기간, 우리는 함께 유럽여행을 하기로 했고 난 당연히 터키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터키에 대해 여행준비를 하던 중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이슬람국가라는 편견때문에 망설임이 생겼다. 오빠 역시 조금은 꺼려하는 것 같았고 우리는 다른 나라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에어텔 상품을 알아보던 중 파리와 그리스가 연계된 상품이 있었지만, 이것 역시 뭔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국 자유여행을 포기하고 터키를 선택하기로 했다. 왠지 지금이 아니면 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에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터키 여행의 핵심은 카파도키아라고 생각한다. 풍화작용으로 생성된 그곳의 기암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지구별이 맞는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 중에서도 파샤바지구는 Best of Best로 칭할만하다. 그곳을 소개하기에 앞서 카파도키아의 다른 지역들을 소개하려 한다. 데브란트 계곡, 괴레메 파노라마, 우치히사르라는 이름을 가진 지역들, 그곳의 풍경과 얽힌 이야기들을 만나보자.

1. 데브란트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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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바위로 유명한 데브란트 계곡 ⓒ 최지혜


카파도키아의 동굴식당에서 점심으로 케밥을 먹고 가장 먼저 이동한 곳은 데브란트 계곡이다. 데브란트 계곡은 상상계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이곳에 널린 수많은 바위들이 관광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보이는대로 보게 되는 기이한 모양의 바위들이 지천에 깔려 있다.


한마디로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영락없는 낙타 모양을 하고 있어 이름 붙여진 '낙타바위'다. 누구나 낙타라고 부르는 이 바위를 나만의 상상으로 다른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2. 괴레메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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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레메 파노라마의 전경 ⓒ 최지혜


데브란트 계곡을 둘러보고 우치히사르로 이동하는 중간에 만난 것은 괴레메 파노라마다. 높은 언덕에 서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삐쭉삐쭉 솟아있는 기암들과 울퉁불퉁한 골짜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이 마치 달표면과도 비슷한 느낌이라 지구별이 아닌 외계의 어느 행성에 불시착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특이한 지형이다. 실제로 이곳을 비롯한 카파도키아의 곳곳에서는 영화 '스타워즈'가 촬영되기도 했었다. 1999년 개봉된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1편을 보면 카파도키아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3. 우치히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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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계곡으로도 불리는 우치히사르 ⓒ 최지혜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우치히사르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다. 우치히사르는 '3개의 요새'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곳은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바위에 뚫려 있는 수많은 구멍들은 비둘기 집으로 이곳의 주민들은 이곳에 둥지를 튼 비둘기들의 배설물을 모아 비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바위 주변으로는 많은 상점과 가정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으며, 숙박시설 또한 갖춰져 있다. 포토스팟에 세워진 낙타는 기념사진용인 듯 하나,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어떤 경우에는 돈을 요구할 수도 있으니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4.파샤바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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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 파샤바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버섯바위 ⓒ 최지혜


파샤바지구로 들어서는데 어디선가 힘차게 대한민국을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대~한민국!" 우리 일행들은 약속이나 한 듯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들리며 손뼉을 친다. "짝짝짝짝짝!" 아이스크림을 팔던 아저씨의 외침이었다. 이스탄불의 그랜드바자르에서도 느꼈지만, 터키인들의 장사 수완은 정말 뛰어난 것 같다. 마음을 움직여 물건을 판다고나 할까? 월드컵 때의 가슴벅참과 함께 자부심이 끓어오르며 나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하나 팔아줘야겠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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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샤바지구는 예전 수도사들의 은신처로 이용되었다. ⓒ 최지혜


파샤바지구는 예전 수도사들이 바위에 구멍을 뚫어 숨어 살았던 곳으로 수도사의 계곡이라고도 불린다. 카파도키아의 골짜기들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데 이는 바위를 뚫은 과정에 생겨난 흙으로 막혀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슬아슬한 계단을 타고 수도사들의 방에 오르면 벽면에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파샤바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바위는 세 개의 버섯이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버섯바위'다. 파샤바 지구에 있는 바위들은 요정의 굴뚝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개구쟁이 스머프의 작가가 영감을 얻었다고 하여 스머프마을이라고도 불린다고 하는데, 굳이 그 사실을 알지 않아도 이곳에 가면 당연히 스머프마을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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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바위에 오르면 360도로 파샤바지구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 최지혜


파샤바 지구 왼편의 높은 바위 위에 오르면 360도로 기이한 암석들을 감상할 수 있는데, 빨리 오르고 싶다는 생각에 길이 아닌 길로 오르다 하마터면 미끄러질 뻔 했다. 그만큼 돌이 부드럽고 매끈하다. 이런 암석들은 풍화작용에 의하여 깎여 생성된 것이라고 한다. 수백년, 아니 어쩌면 수 천년 동안 바람에 의해 깎이고 다듬어진 조각품인 것이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언덕 위에서 그 풍화작용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흙을 동반한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눈과 입에 흙이 들어가고 머리카락 사이에 모래알이 박혀댄다. 바람을 등지고 서 있어도 몸이 휘청거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이렇게 바람의 힘이 엄청나니 그 단단한 돌을 깎아내는 것은 당연하지 싶다. 

그토록 꿈꿔왔고, 잔뜩 기대했던 카파도키아는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다.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경이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산물이었다. 특히 그 기암들 사이를 누비며 돌아볼 수 있었던 파샤바지구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그곳에 서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었고, 돌아와서도 믿을 수 없을만큼이라면 너무 과하다고 할 지도 모르지만 사실이 그렇다. 내일 새벽엔 카파도키아를 하늘에서 즐길 수 있는 열기구 투어가 기다리고 있다. 또 어떤 경이로움을 선물해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http://dandyjihye.blog.me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http://dandyjihye.blog.me
#터키 #카파도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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