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만에 검증 끝내고 장관 임명, 이게 정상인가?"

[인사청문회] 환경부장관 후보자 ...'소망교회 거액헌금'과 '남편 문제' 집중

등록 2011.05.24 13:17수정 2011.05.24 21:28
0
원고료로 응원
a

유영숙 환경부장관 후보자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있는 소망교회 고액 헌금 논란과 특혜 의혹에 관해 집중 추궁받으며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최종신 : 24일 오후 5시]

"8일 만에 검증 끝내고 장관 임명... 이게 정상적인가?"

유영숙 후보자의 장관 임명 과정에서 '검증 특혜'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이력서와 자기검증서를 낸 지 4일 뒤에 임명을 통보받았다"며 "남들은 한두달 걸리는 검증 과정이 생략됐는데 이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 후보자의 답변에 따르면, 유 후보자가 청와대로부터 이력서를 제출하라고 통보받은 것은 지난 4월 28일. 이후 5월 2일께 자기검증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제출했고, 4일 만인 5월 6일 장관 임명을 통보받았다. 홍 의원이 지적한 대로 이력서를 제출한 지 8일 만에, 자기검증서를 낸 지 4일 만에 장관에 임명된 셈이다.

홍 의원은 "자기검증서를 작성한 뒤에는 주변 탐문 등 양적 검증을 거치게 돼 있다"며 "도덕성, 자질, 능력 등에서 논란이 있는데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며칠 만에 임명할 수 있느냐"고 '특혜 검증' 의혹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며칠 만에 임명된 것은 대통령이나 영부인을 잘 알아서인가, 다른 검증 절차가 필요하지 않아서인가"라고 물었다.


a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24일 유영숙 환경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유 후보자 및 배우자의 소망교회 기부금 현황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 남소연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청와대 검증 시스템을 잘 모르지만 이력서를 내라고 통보받은 시점이 인사검증을 처음 시작하는 시점은 아닐 것"이라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료조사, 탐문 등의 절차를 거쳤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홍 의원은 유 후보자가 지난 3월부터 소망교회에 다니지 않은 사실에 주목했다. 즉 지난 3월부터 청와대의 인사검증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고, '고소영 인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소망교회 불출석'이라는 처방이 내려졌다는 것.

하지만 유 후보자는 "장관 임명과 소망교회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거듭 의혹을 부인했다.

[1신 : 24일 오후 1시 17분]

"소망교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 영부인이 권사로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 '형님'인 이상득 의원과 강만수 산업은행 회장도 소망교회 출신이다. 그 외에 이 정부 들어와서 장·차관과 공기업의 많은 분들이 소망교회 인맥을 가지고 진출했다.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그것의 결정판이 유영숙 장관 후보자가 아닌가 싶다(홍영표 민주당 의원)."

유영숙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키워드는 '소망교회'였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여당의원들은 유 후보자가 '특혜'를 바라고 소망교회에 출석하면서 거액의 헌금을 납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저는 몇 만 명의 교인 중 한 명이었고, 헌금 역시 수입의 10분의 1을 헌금과 기부금으로 내겠다는 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크게 늘어난 소망교회 헌금

이날 청문회에서 유 후보자는 당초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자신이 소망교회를 처음으로 다닌 시기가 2008년 5월이 아닌 결혼 직후인 1981년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다른 지역에 있는 교회를 다니다 2006년 2월 소망교회 신도로 '재등록' 했지만 '주로 다니는 교회'는 아니었다는 것이 유 후보자의 설명이다. 2007년도에 3차례에 걸쳐 소망교회에 헌금을 내기도 한 유 후보자는 2008년 5월 배우자가 SK 건설 상임고문으로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소망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홍영표 의원은 2006년도와 이후의 헌금 액수가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2006년 유 후보자와 배우자 남충희씨가 소망교회에 납부한 헌금은 199만 원. 반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도에는 후보자가 545만 원, 배우자가 1371만 원을 헌금으로 납부했다.

a

유영숙 환경부장관 후보자가 소망교회 고액 헌금 논란과 특혜 의혹에 관해 집중 추궁받을 것에 대비해 미리 작성한 답변자료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 위에 놓여 있다. 소망교회를 다닌 연도와 헌금을 낸 시점, 추궁시 답변내용 등을 깨알같이 적어놓고 형광펜으로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 남소연


이처럼 납부 액수에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유 후보자는 "2006년도에는 배우자가 대전에서 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컸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홍 의원은 "남편이 낙선해서 선거 비용의 50%를 돌려받았고, 그 해 전체 소득이 2억 원에 가까웠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 의원은 "부부가 소망교회에 총 9616만 원의 헌금을 냈는데, 특히 배우자가 2007년 12월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본격적으로 헌금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헌금 액수가 대폭 늘어난 2008년도는 유 후보자의 배우자가 대전 서구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경선에 나갔던 시기"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다른 해와 달리 거액의 헌금을 내게 되면 선거법 위반이 된다"며 "후보자가 소망교회와의 연관성을 부정하시는데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3월 에 소망교회를 그만 둔 것도 장관 내정 이후 소망교회 다니는 것을 세탁하기 위한 것 아니냐"라고 거듭 추궁했다.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계속 다녔던 교회고, 선관위에 문의했을 때 '다니던 교회에 헌금을 내는 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들었다"며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또 "장관 후보로 내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5월 초"라며 "3월 중순경 교회를 그만둔 것은 교회에 어려운 일(폭행사건)들이 생겨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SK에서 받은 보너스 3억, 일종의 영입자금"

이날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배우자와 관련된 의혹도 제기됐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앞서 후보자의 배우자가 마젤란 인베스트먼트와 SK 텔레콤에 이중 취업했다는 의혹에 대해, 유 후보자가 '사외이사는 이중취업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과 관련해 "마젤란 인베스트먼트 등기부에는 후보자의 배우자가 사외이사가 아닌 사내이사로 나와있다"며 "유 후보자가 거짓해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8년도 SK 건설 상임고문으로 입사한 배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유 후보자는 "SK가 그 당시 도시개발 사업이라는 어려운 사업을 주력사업으로 할 때 남편이 갖고 있는 전문성을 높이 산 것 같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또 입사 당시 보너스로 3억 원을 받은 것과 관련, "3억 원은 업무가 너무 어려워서 입사를 망설이는 우수 인재에게 주는 일종의 '영입자금'이었다"며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금액이 크다는 건 저도 알지만, 남편이 정치 끝나고 앞으로 어떻게 될까 걱정했는데 능력을 인정받아서 감사했다"고 답했다.
#유영숙 #환경부장관 #환경부 #소망교회 #남충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