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미역, 톳... 바다 냄새 풀풀 나는 예초리포구

[추자도올레 ⑤] 예초리포구-돈대산정상-담수장올레

등록 2011.05.26 13:50수정 2011.05.2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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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건져낸 소라 소라를 까는 올레꾼 ⓒ 김강임


5월 14일, 오후 4시가 넘어서자  예초리포구는 바닷물이 조금씩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사흘만 지나면 일곱물 때다. 

"일곱물 때에 왔으면 갯바당잡이 체험도 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제주토박이 사람이면서도 바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둘이 걸으면서 말을 아끼며 풍경만 보고 걸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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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초리포구 예초리포구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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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 갯바위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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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 미역 ⓒ 김강임


사람 하나 보이지 않던 산길 올레와는 달리, 예초리포구는 아낙들이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바다냄새와 사람냄새가 범벅이되는 포구. 섬 아낙들은 포구의 방파제에 질펀히 앉아서 미역이며 톳을 손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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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초리포구 예초리포구 ⓒ 김강임


외지인들의 방문에 섬아낙들은 관심을 표명했다. 내 손바닥에 무엇인가를 쥐어주며 말을 건낸다.

"이거 먹어 봅써!"

섬 아낙이 주는 해산물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나는 거스스름한 해산물 한조각을 받아 먹었다. 잘근잘근 씹으니 고소하고 담백한 것이 전복 같기도 하고 삶은 소라 같기도 했다.


"삶은 물되새기 마심! 물되새기 먹어봤수꽈?"

제주에서 20년을 넘게 살았지만, 물되새기는 처음 먹어봤다. 하지만 참으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았다. 미역을 말리는 아낙의 몸에서는 짭짜롬한 바다냄새가 났다. 함지박 가득 바다에서 캐온 싱싱한 미역, 바다냄새와 사람 사는 냄새를 포구의 방파제에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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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초리포구 예초리포구 민가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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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액젓 멸치액젓 ⓒ 김강임


포구의 마을사람들이 사는 돌담 옆에는 즐비하게 늘어선 큼지막한 통이 있었다. 이 통은 포구 사람들이 바다에서 잡아온 멸치를 소금에 절여 멸치 액젓을 숙성시키는 과정이다.  이 함지박에서 숙성한 멸치 액젓이 바로 그 유명한 추자도 멸치 액젓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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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길 추억의 샛길 ⓒ 김강임


바다 냄새 풀풀나는 포구사람들의 인정을 뒤로하고 엄바위장승을 지나니 학교 가는 샛길이다. 예초리 사람들은 이 고갯길을 넘어야 돈대산 아래 자리잡은 추자초등학교 신양분교나 추자중학교를 갈 수 있다고 한다. 오르막 계단을 덮고 있는 총초한 노란 야생화길을 걸으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뒤를 돌아다보니 길 끝에 아스라이 예초리 바다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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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는 옛길 학교가는 옛길 ⓒ 김강임


좁은 산길을 따라 요리조리 걷다보니, 신양2리 마을 뒷산의 돈대산 능선길이다. 하추자도를 한눈에 바라다 볼 수 있는 돈대산 정상의 산책로는 족히 2km, 조금은 가파르고 지루한 길에서 조금 쉬었다간들 어쩌랴.

돈대산 올레는 두릅, 산딸기, 쑥 등이 어우러져  생태계 전시관 같았다. 해송 숲 사이로 간간히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피부에 닿는 촉감이야말로 여행자가 느끼는 최고의 프리미엄이다. 이때 가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감탄사, 그 두근거림과 설렘 때문에 우리는 길을 떠나는 게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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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대산 정상 돈대산 정상 ⓒ 김강임


해발고도가 높아 갈수록 오롯이 펼쳐지는 산길에서 느끼는 것이 있다면 해방감이다. 카메라 앵글에 맺히는 풍경이야말로 그동안 내가 동경해 왔던 추자도라는 섬의 잔영이 아닌가 싶었다. 예포리 포구에서 섬 아낙으로부터 얻어 먹은 고소하고 담백한 물도새기 맛처럼.
#제주도-추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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