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심층종교를 회복하라

[서평] 오강남·성해영의 유쾌한 대담집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등록 2011.05.26 09:42수정 2011.05.2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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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 북성재

언젠가 그런 글을 쓴 적이 있다. 한국교회는 그래도 세상의 희망이라고. 교회가 성공주의 신드롬을 버린다면, 지역사회에 필요한 대안공동체를 꿈꾼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글에 댓글을 단 분의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한국교회 자체에 대해 짜증내는 사람이 천 만 명을 육박한다는 게 그것이었다.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를 싫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한국교회가 표층종교적인 측면만을 드러내온 온 탓이지 싶다. 이른바 한국교회를 두고 봤을 때 문자주의와 원리주의, 그리고 근본주의 생각만을 고집하여 표출해 온 것 말이다.


이는 '봉은사 땅 밟기'라든지,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합니다'라든지, '대통령 하야 운동도 불사하겠다'라든지, 그야말로 관용의 정신을 벗어난 독선의 극치가 그것이었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기독교인들의 모습이 유아기적인 표층종교 수준의 한계였다.

오강남 교수와 성해영 교수의 유쾌한 대담집인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는 기독교의 표층적인 면과 심층적인 면을 낱낱이 해부한다. 뭔가를 해부한다는 것은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다. 하지만 두 교수의 대담은 한국교회의 아픔을 넘어 진정한 대안이 무엇인지, 그 해답을 찾아내도록 돕고 있다.

표층종교와 심층종교의 차이를 무엇에 빗댈 수 있을까? 이른바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달과 그 손가락에 견줄 수 있다. 사람들이 달을 봐야 함에도 그것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매달리는 것, 그것이 바로 표층종교라는 것이다. 이는 아이를 목욕시킨 물을 버리다 아이까지 버리는 행위도 그와 같은 경우다. 심층종교는 그 반대다.

표층종교와 심층종교는 처음부터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신앙생활도 처음엔 문자와 제도권에서 출발한다. 그것이 점차 깊어지면서 모든 것들을 뛰어넘는 깊은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예수님께서 나와 아버지는 하나라고 이야기한 것도, 인자가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는 기도도 같다. 표층종교에 속한 기도행위는 '청원기도'만을 전부로 생각한다. 하지만 '관상기도'와 '명상기도', 그리고 류영모나 함석헌 선생이 했다고 하는 '참선기도'도 있다.  그런데 동방 정교회에서는 "주 예수 그리스도, 제게 자비를 베푸소서"하는 '예수기도'를 주문처럼 외운다고 한다. 그것에 몰입하게 되면, 점차  신비적인 합일의 단계로 접어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심층종교의 극치는 어디에 있을까? 이 책에서 강조하는 바는 곧 '깨달음'이다.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성경을 읽을 때에 문자적으로 읽지 말고, 그 말에 담긴 속내를 궁구하여 깨닫도록 강조한다. 다시 말해, 그 시대에 그가 그랬다면, 나는 이 시대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깨닫는 것이다. 그야말로 자기의 실존적 상황 속에서 얻는 자극과 일깨움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행위는 사랑과 관용을 담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근본주의적 주장은 목욕물뿐만 아니라 아이까지 버리게 되는 반작용을 불러옵니다. 표층종교의 그런 모습을 비판한 사람들이 바로 도킨스나 히친스와 같은 인물들이죠. 최근에 번역된 카렌 암스트롱의 책 <신을 위한 변론>은 이런 비판에 맞서 이들이 종교의 심층적인 차원은 다루지 않았다는 것, 그런 사람들의 종교 비판 때문에 종교의 심층적 차원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제목만 보면 마치 기독교 근본주의를 위한 변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이 다릅니다."(59쪽)


불교에서 말하는 성불(成佛), 예수님이 말하는 '나와 하나님은 하나'라고 말한 것, 그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깊은 깨달음의 경지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깨달음은 각 종교마다 내재하고 있음도 밝혀준다. 그만큼 이 책은 두 기독교인의 대담이지만 모든 종교를 망라하는 심층적인 종교 간의 대화이기도 하다. 그 면들을 한국교회가 깊이 체득한다면, 한국교회는 앞으로도 세상에 희망과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 종교를 보는 새로운 시각, 심층종교에 대한 두 종교학자의 대담

오강남.성해영 지음,
북성재, 2011


#심층종교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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