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비리 보도한 <한겨레21> 대형서점 '싹쓸이'

서점 관계자 "정체불명 남자들이 전량 구매"

등록 2011.05.30 17:29수정 2011.05.30 17:32
0
[송선영 기자] 박철 한국외대 총장의 비리 의혹 등을 주요하게 다룬 <한겨레21> 863호가 서울 주요 대형서점에서 동났다. 누군가가 이번 주 <한겨레21>을 "대량 구매했다"는 게 서점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30일 오후 2시 현재까지도 강남과 광화문 등 주요 대형서점에서는 <한겨레21>을 구할 수 없다.

이번 주 <한겨레21>은 "비리 총장의 용돈이 된 등록금"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철 한국외대 총장을 둘러싼 비리 관련 의혹들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한겨레는 구체적으로 박철 총장이 △연임을 위해 교비와 와인을 뿌려가며 우호 세력을 관리하고 △입시 전형료 120억 가운데 5천6백만원을 빼돌려 고급 와인과 추석 선물 비용으로 사용하고 △재학생과 대화의 시간 갖고 특강료 백만원을 챙기는 등 부적절하게 교비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박철 총장은 대외 홍보비 1억6백만원을 영수증 없이 사용한 사실이 지난 3월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서 드러나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주 <한겨레21>은 30일 오후 2시 현재, 서울시내 주요 대형서점에서 구할 수 없다. 누군가가 '싹쓸이' 한 덕분에, 지하철과 버스 가판대, 일부 편의점 등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서점 관계자, 정체불명 남자들이 <한겨레21> 전량 구매"

현재 박철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총장과 관련한 기사가 이번 주 <한겨레21>에 실린다는 소식을 듣고, 29일 오후 서울시내 주요 서점을 찾았다. <한겨레21>은 보통 일요일 오후, 대형서점 등에 먼저 배포되곤 한다.

하지만 총학생회 집행부는 광화문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등 그 어느 대형서점에서도 <한겨레21>를 구하지 못했다.


박원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한겨레21>에 총장 비리 관련한 기사가 실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총학생회 집행부가 직접 구매하려 서점에 갔지만 서점 관계자들로부터 '정체불명의 남자 2명이 <한겨레21>을 전량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종로 일대 서점 뿐 아니라 분당 서점에서도 <한겨레21>을 구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결국) 오늘 새벽, 한겨레 본사에 가서 직접 <한겨레21>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30일 오후 2시 현재도 광화문 강남 등 주요 대형서점에 <한겨레21> 없어

<한겨레21>을 구할 수 없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광화문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강남 교보문고 관계자 모두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현재(30일 오후 2시), <한겨레21>을 구매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해 줬다.

광화문 영풍문고 관계자는 "이번 주 <한겨레21>이 어제 다 나갔다. 어제 어떤 분이 50부 정도를 사가지고 갔다"며 "현재 <한겨레21>에 대한 문의 전화가 많이 오는데 언제 다시 잡지가 올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우리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광화문 반디앤루니스 관계자도 "지금 <한겨레21>은 하나도 없다. 다 판매 됐다"며 "이번에 어떤 기사가 있어서 그런지 한 사람이 <한겨레21>을 많이 사갔다. 거래처 쪽에 연락해서 내일 정도에 다시 잡지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총장 비리 관련 기사가 담긴 <한겨레21>이 서울 시내 주요 대형서점에서 싹쓸이됐다는 사실은 29일 오후, 해당 기사를 쓴 허재현 <한겨레> 기자 트위터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허재현 기자는 한국외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구성원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관련 사실을 알게 됐다.

허재현 기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어제 한국외대 총학생회가 <한겨레21>을 구하러 서점에 갔는데 서울 시내 서점에서 <한겨레21>이 다 없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어제 오후 6시쯤 한국외대 홍보실에서 '기사 잘 봤다'는 전화를 나에게 했고, 이에 '배포도 안 됐는데 어떻게 봤냐'고 묻자 '대형서점에 깔렸다'고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외대에서 잡지를 싹쓸이 했다'는 팩트가 확인되지 않아 추정만 되는 상황"이라며 "만약 진짜 자신들의 비판적인 기사를 막기 위해 잡지를 수거해 갔다면 옳지 않은 행동이다. 몇 부 사간다고 해서 가려질 일도 아니고, 업무상 영업 방해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한국외대 홍보실 ""<한겨레21> 싹쓸이, 전혀 관련 없다"

이후, 한국외대 홍보실은 "<한겨레21> 싹쓸이는 자신들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허재현 기자에게 밝혔다. 한국외대 홍보실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도 "대량구매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기사와 관련한) 진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누가 왜 <한겨레21>을 대량 구매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부분은 없다. '박철 총장 비리와 관련한 기사를 막기 위해 한국외대 쪽에서 움직인 것 아니냐'는 추정만 가능할 뿐, 누가 왜 어떠한 이유에서 이번 주 <한겨레21>을 대량 구매했는지 또렷하게 드러난 바는 없다. 하지만 현재 누리꾼들은 트위터를 통해 관련 사실을 수없이 퍼 나르면서 "총장님 사비로 사 가셨는지 궁금하다"는 멘트를 날리는 등 '싹쓸이'의 주범으로 한국외대를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한겨레21> 기사와 관련해 박철 한국외대 총장은 사내 대자보를 통해 "<한겨레21>의 보도가 모두 거짓말"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박원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전했다. 박 총장은 대자보를 통해 관련 기사를 쓴 허재현 기자와 한겨레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한편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미디어스(http://www.mediau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겨레21
댓글

미디어스는 미디어의 변혁기에 그 과정을 기록하고 내다볼 뿐 아니라 또한 깊이 참여하고 촉진하는 미디어 비평집단이자, 스스로 대안적 미디어의 모델을 실존적으로 실험하고 실천하는 미디어이기도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군산 갯벌에서 '국외 반출 금지' 식물 발견... 탄성이 나왔다
  2. 2 20년만에 포옹한 부하 해병 "박정훈 대령, 부당한 지시 없던 상관"
  3. 3 광주 찾는 합천 사람들 "전두환 공원, 국민이 거부권 행사해달라"
  4. 4 남자의 3분의1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고?
  5. 5 "개발도상국 대통령 기념사인가"... 윤 대통령 5·18기념사, 쏟아지는 혹평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