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나무숲
김종길
그 포구 너머에 공곶이가 있습니다. 흔히 거제도의 마지막 낙원이라고 합니다. 거제팔경 중의 한 곳인 공곶이는 땅이 바다로 툭 튀어 나온 곳을 말합니다. 거룻배 '공舼'자와 궁둥이 '곶串'자를 써서 공곶이라 하였다고 합니다. 땅의 생김새가 궁둥이처럼 툭 튀어나온 모양이라는 뜻이겠지요.
이 생경한 장소는 이제 거제를 대표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아름아름 하나둘 알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저 먼 바다골짜기에 꼭꼭 숨은 비경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이는 그럽니다. 화려하지 않고 그저 밋밋하다고. 딱히 무어라 내세울 것도 없는 곳이라고.
사실 그렇습니다. 그저 해안가 산비탈에 노부부가 일군 농장이 전부이지요. 나무를 심고 꽃을 키웠다 해도 파도소리에 쉬이 묻혀버리는 그런 곳입니다. 길게 늘어진 돌담은 바다의 몽돌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시선을 확 끌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곳에 오면 누구나 가만히 걷습니다. 333개나 된다는 동백나무 터널 아래의 계단에서 잠시 탄성을 지를 뿐 그저 말없이 걷기만 합니다. 그러다 바다에 이르면 몽돌해변에 퍼질러 앉습니다. 감성이 풍부한 이는 아예 드러눕습니다. 행여 숨소리마저 들킬세라 가슴을 두 팔로 안습니다. 꼭 말입니다. 그러곤 스르르 잠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