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반값 등록금 얘기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불문하고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대학생들은 매일 저녁 도심에서 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학부모들과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번에는 반값 등록금이 성사되어 한숨을 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매우 크다.

'미친 등록금'을 비판하며 반값 등록금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그 어느 때보다 확산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는 보수-진보의 문제도 아니요, 대학생들 둔 가정이라면 대부분 부딪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광화문에서 열리고 있는 반값 등록금 집회가 언제든지 '제2의 촛불'에 불을 붙일지 모르는 인화력을 갖고 있는 이유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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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에서 열리고 있는 반값등록금 요구 집회 ⓒ 유성호

▲ 광화문에서 열리고 있는 반값등록금 요구 집회 ⓒ 유성호

그런데 정작 반값 등록금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인공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반값 등록금은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따라서 결자해지 차원에서도 이 대통령은 반값 등록금을 실현시킬 책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여야가 함께 반값 등록금을 추진한다 해도 기본적으로 재정확보 위에서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없이는 성사되기 어려운 사안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떠한 생각과 입장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은 국가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다. 한나라당의 황우여 원내대표가 나서서 반값 등록금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그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아직까지 정리된 입장이 없다는 것이고, 일단 여당의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라 한다. 일단은 청와대의 소극적인 기류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만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전했다. "이 대통령이 등록금 문제에 대해 굉장히 큰 관심을 갖고 있었고, 앞으로 등록금 부담을 완화해 주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여러 준비를 해서 챙기겠다는 의지를 말씀하셨다"면서 "여러가지 정부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박 전 대표는 말했다.

어째서 이런 얘기를 국민이 박 전 대표를 통해서 들어야 하는가. 반값등록금 문제정도 되면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와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장 완결된 정책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반값 등록금의 성사를 위해서는 재원마련, 대학적립금 축소, 대학구조조정 등의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맞물려있음을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적어도 이 대통령이 '미친 등록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고, 자신도 그래서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것이었다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 정도는 밝히는 것이 책임있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언제까지 정부의 정책을 내놓을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얘기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반대로 정 곤란하다면 어려운 이유를 대며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든지 아니면 비판을 받든지 할 일이다.

그조차도 논란이 따르고 정치적 부담이 따를까 우려되어 나서기를 피한다면 책임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아니다. '미친 등록금'에 짓눌려 살고 있는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통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광화문에서의 반값 등록금 집회는 경찰을 향한 것이 아니다. 경찰에게 해결을 맡기고 그 뒤에서 나타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비겁하다. 이제는 이 대통령이 앞에 나와 직접 말을 해라. 반값 등록금 문제는 결국 이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