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위에 일어서고 있는 고불총림 백양사

백양사를 다녀와서

등록 2011.06.23 17:57수정 2011.06.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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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문 현판 백양사 ⓒ 김준식


고불총림 백양사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절터에 다시 절집을 세우다 보니 고색창연한 옛 건물을 기대하고 갔다가는 실망만 하고 돌아오기 십상인 곳이 고불총림 백양사이다. 처음으로 총림이 되었다가 폐허가 된 탓에 총림이 취소되었다가 그 뒤, 현재의 조계종이 다시 총림을 지정할 때 마지막으로 총림이 된 백양사는 만암선사로부터 서옹선사의 노력에 힘입어 그나마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임제의 선풍

중국 당나라 임제(의현)선사는 엄격한 선풍으로 유명하다. 중국 선종의 중심이 된 임제종이 그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우리 땅에서 그 선풍을 그대로 이어받고자 했던 곳이 바로 여기 백양사이다. 백양사 입구에 서 있는 "이 뭣고"의 간판이 여기가 禪 중심의 불교를 일으키려 한 곳임을 알게 한다.

하지만 백양사 대웅전을 비롯해서 여러 건물들의 현 주소는 이 선풍을 유지하기에는 조금 힘들어 보였다. 더욱이 곳곳에 설치된 중창 불사를 위한 기와모금은 이 절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에게 씁쓸한 느낌만을 주는 듯 했다. 뿐만 아니라 대웅전 옆 쪽, 보리수에 걸쳐놓은 알록달록한 燈은 禪을 중시하는 이 절과는 뭔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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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뭣고 간판 선가의 화두 ⓒ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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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달린 보리수 알록달록등이 달린 보리수 ⓒ 김준식


삼백의 경치


하지만 봄 백양, 가을 내장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백양사의 녹음은 참으로 푸르렀다. 백암산의 솟아오른 백학봉과 백양사 이렇게 삼백(三白)이 주는 조화와 운치 그리고 절 앞을 흐르는 계곡과 그 물이 모인 저수지에 녹음과 어우러진 경치는 이곳이 그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온 명산대찰이었음을 알게 했다.

지역 주민을 위한 것인지 절 입구에 정자가 있었다. 정자의 이름은 일광정인데 '한 줄기 빛'은 아마도 부처의 깨달음을 의미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쉴 수 있게 한 배려가 좋아 보였다. 산문 입구에는 오래된 상수리나무들이 있었는데 잎이 넓어 더 짙고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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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입구의 녹음 산문에서 바라 본 풍경 ⓒ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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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정 산문 앞 정자 ⓒ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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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녹음 진입로 주변의 녹음 ⓒ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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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앞 저수지 고요한 저수지 ⓒ 김준식


관념의 현현 사천왕상

불교의 우주관에서 중간 쯤 위치하고 있는 것이 동, 서, 남, 북 사방에 있는 동승신주, 서우화주, 남섬부주, 북구로주인데 그 영역을 다스리는 존재가 바로 사천왕들이다. 부처님의 법을 수호하겠다는 원력을 세운 이들은 아주 무서운 형상으로 악귀들을 몰아내는데 거의 모든 절들이 산문 입구에 이들을 모신 집을 짓고 그 사이로 문을 내어 그 문을 천왕문이라 부른다. 각 절마다 천왕들의 표정은 참 다양하고 크기도 모두 다르다.

공통점이라면 누구라도 무서워 할 만큼의 표정과 크기를 가졌다는 정도인데 백양사의 사천왕들은 매우 친숙한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의 관념 속에 있는 것을 형상화시켜 놓았기 때문에 모양과 크기 표정이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 대부분의 절에서는 얼추 비슷한 모습이 사실이다. 다른 절과 사뭇 다른 사천왕들이 의외의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대웅전은 뒤쪽의 백학봉과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었지만 엉뚱하게도 대웅전에 설치된 문이 여닫이문도 아닌 미닫이 창이었는데 그 창틀의 색깔이 조잡하고 어이없음이 내내 가슴 한편에 남아 백양사 전체의 느낌을 석연치 않게 했다. 어딘지 모르게 싸구려 느낌이 베어 나오는 그 미닫이창을 하루라도 빨리 떼버리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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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사천왕 친근한 사천왕 ⓒ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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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유치한 창문이 보이는 대웅전 ⓒ 김준식


선의 길

지금 스님들은 하안거 기간이라 선방 입구는 서슬이 날카로운 임제 선풍의 기가 느껴졌다. 절 앞에 저수지는 선처럼 한 없이 고요한데 절집을 왔다가는 나그네의 마음은 그 물위에 드리운 푸른 잎처럼 번뇌로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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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 입구 임제의 선풍이 느껴지는 선원 ⓒ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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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물 위에 번뇌의 녹음 번뇌의 숲 ⓒ 김준식


#백양사 #녹음 #삼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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