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었다면 큰 인명피해... 박석진교도 붕괴우려"

경북 왜관 호국의다리 교각 붕괴... "4대강 공사 후 유속 2~3배는 빨라져"

등록 2011.06.25 15:18수정 2011.06.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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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새벽 4시쯤 일부 교각이 붕괴된 경북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 대구환경운동연합

25일 새벽 4시쯤 일부 교각이 붕괴된 경북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 대구환경운동연합

[2신 : 25일 오후 5시 25분]

 

"강물 위력 과소평가... 박석진교-왜관교도 붕괴 우려"

 

25일 새벽 경북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일부 교각이 붕괴된 것과 관련해 정수근 대구환경련 생태보존국장을 전화 인터뷰했다.

 

- 옛 왜관철교(호국의 다리) 붕괴 사고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그동안 무리한 준설 공사에 따른 교량 위험을 계속 얘기해 왔지만 나 자신도 많이 놀랐다. 위태롭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우리 토목 기술이 발달해 설마설마 했는데 강물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꼈다.

 

옛 철교는 왜관읍 석전리와 건너편 약목면 관호리를 잇는 인도교로 평소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통행했고 등산이나 운동하러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고가 새벽에 일어났기에 망정이지 낮에 일어났다면 큰 인명 피해가 날 뻔했다."

 

- 교각 붕괴 원인을 4대강 준설 사업 탓으로 보는 근거는 뭔가.

"우린 이미 지난해 9월 여주 신진교 붕괴 사고도 목격했다. 당시 남한강 대규모 준설로 본류와 지류의 낙차가 커져 연양천 유속이 빨라지고 바닥의 모래와 자갈을 쓸고 가는 소류력이 커져 신진교가 무너졌듯 강력한 강물의 힘이 오래되고 불안정한 교량을 쳐 발생한 것이다."

 

- 옛 철교 주변 물 흐름이 준설 작업 후 얼마나 빨라졌나.

"지역 주민들과 골재노동자들 말로는 2~3배는 빨라졌다고 한다. 준설작업은 작년부터 진행돼왔고 사고 직전까지 준설작업을 계속 해 왔다. 옛 철교가 칠곡보 1km 아래 지점에 있어 봄비에도 준설토가 흘러들곤 했다."

 

-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선 무너진 2번 교각 준설라인이 아니어서 철근보강공사를 안했다는 입장인데.

"책임회피성 발언이다. 준설을 많이 하면 강물 유속이 빨라진다는 건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준설라인이 아닌 교각이라도 보강공사를 했어야 했는데 안했다는 건 책임자의 무사안일이고 강물의 위력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

 

- 태풍 메아리 등 내륙산간지방에 집중 호우가 예상되는데 낙동강에 붕괴 위험이 있는 다리는 없나.

"물살이 세고 물이 계속 불고 있어 무너진 교각 외에도 추가 붕괴가 걱정스럽다. 옛 철교가 오래되긴 했지만 1993년 보강 공사해 일반에 재개통한 다리다. 나름 현대적 방식으로 보강했을 텐데 다른 교량들도 똑같은 위험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낙동강에서 가장 위태롭게 보이는 건 고령 박석진교다. 교각이 굉장히 가늘어 보기에도 위태롭다.

 

이번에 붕괴된 옛 왜관철교 옆에 있는 왜관교도 위태로워 보이긴 마찬가지다. 1970년에 만들어 이미 40년이 넘은 다리다. 인도가 따로 없어 평소 사람 통행을 막았다가 옛 철교가 붕괴해 사람들이 통행하게 하고 있는데 왕복 2차선에 갓길이 비좁다. 주민들은 교통 사고와 교량 붕괴라는 2가지 위험 때문에 불안해 하며 종종걸음으로 지나 다니고 있다." 

 

 

[1신 : 25일 오후 3시 18분]

 

대구환경련 "무리한 준설로 교량 붕괴... 추가 재앙 대비해야"

 

"'호국의 다리' 붕괴는 예견된 인재였다."

 

25일 오전 4시쯤 발생한 경북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붕괴 사고를 계기로 4대강 사업 중단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대구환경련)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4대강 사업의 과도하고도 무리한 준설로 낙동강 교량 붕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면서 "정부 당국은 지금이라도 이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앞으로 일어날 추가적인 재앙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사고 현장을 답사한 대구환경련은 "주민들에 의하면 6·25 이후 한 번도 붕괴된 적이 없고, 태풍 매미와 루사 때도 무사했던 호국의 다리가 4대강 사업의 물폭탄에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며 4대강 사업의 무리한 속도전을 하나같이 성토했다"면서 이번 사고를 "예견된 인재"로 규정했다. 

 

그간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낙동강 등 4대강 사업의 과도한 준설이 유속을 빠르게 만들어 장마철 교량 붕괴 위험이 크다고 수차례 경고해 왔다.

 

대구환경련은 "지천의 역행 침식에 따른 지천 제방의 붕괴와 지천 교량의 붕괴 위험, 낙동강의 제방 유실 등 추가 재앙이 우려된다"면서 "정부는 이번 왜관 구 철교 붕괴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낙동강에 있는 수많은 다리에 대한 안전 대책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25일 새벽 4시쯤 일부 교각이 붕괴된 경북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 대구환경운동연합

25일 새벽 4시쯤 일부 교각이 붕괴된 경북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 대구환경운동연합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유실 교각, 준설 라인 포함 안 돼"

 

사고가 난 호국의 다리는 1950년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의 도강을 막으려고 미군이 파괴했다 1953년 복원한 뒤 몇 차례 보강 공사를 거쳐 인도교로 사용돼 왔다. 사고로 무너진 교각은 9개 교각 가운데 2번 교각으로 상판 1개와 철 구조물이 붕괴되면서 총연장 467m 가운데 100m 가량이 유실된 상태다.

 

이 지역 준설 사업을 맡고 있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들도 이날 오후 붕괴 사고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낙동강살리기사업 24공구(성주, 칠곡지구) 관계자는 "시설물 노후에 따른 유실로 판단되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수위가 떨어진 뒤 파악할 계획"이라며 "호국의 다리 총 9개 교각 가운데 3, 4, 5, 6번 교각은 (4대강 사업) 준설 라인에 포함돼 철근 보강 공사를 했지만 사고가 난 2번 교각 등 나머지 5개 교각은 준설 라인에 포함되지 않아 따로 보강 공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는 26일 오전 11시 호국의 다리 아래 낙동강 제방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25일 새벽 4시쯤 일부 교각이 붕괴된 경북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사진은 낙동강홍수통제소 위성사진. ⓒ 낙동강홍수통제소

25일 새벽 4시쯤 일부 교각이 붕괴된 경북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사진은 낙동강홍수통제소 위성사진. ⓒ 낙동강홍수통제소
#호국의 다리 #낙동강 #4대강사업 #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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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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