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40대 여인의 10대 같은 사랑

[서평] 일본 여류 작가 야마다 에이미의 <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등록 2011.07.06 09:42수정 2011.07.0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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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작은 서점에 들러 소설책을 살피고 있었다. 연한 녹색의 표지에 <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라는 미묘한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돈의 위력은 절대적이다.

그리고 돈이 많은 사람들이 우아함을 찾는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부터 돈이 없단다. 그래도 우아한 게 좋단다. 그 당당한 자신감이 조금 부럽다. 그런데도 돈이 없다는 말에 웃음이 난다. 실소가 나오긴 하지만 부러우리만치 당당한, 그래서 미묘한 제목이다. 그렇게 나는 이 책의 주인공 '지우'와 만났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에 필적하는 여성작가 '야마다 에이미'

야마다 에이미는 유명한 일본 여류작가다. 85년 거친 성애 묘사와 도발적 상상력으로 충격을 불러온 [베드 타임 아이스]로 문예상을 받으며 등단 한 이후, 다양한 상을 휩쓸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 그녀의 작품은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성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의 작가소개 中-

한국에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일본 여류작가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에쿠니 가오리,<키친>의 요시모토 바나나 정도가 대표적이고, 젊은 여류작가로는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의 와타야 리사 등이 알려져 있다.

이런 일본 여류작가들이 쓴 소설의 공통점은 담담함, 조용함 그리고 그 속에서 은은하게 드러나는 감정의 흔들림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담담하거나 조용함 보다는 오히려 뭉클뭉클 피어나는 감정의 요동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와타야 리사의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과 같은 1인칭 시점이며, 주인공도 여성이지만 훨씬 진중할 것 같은 작가인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이 오히려 더욱 시끄럽다.


마치 책을 읽는 내내 여자들의 수다를 듣는 기분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쏟아내는 재잘거림에 화자의 감정이 담뿍 배어있다. 그런 와중에도 일본 소설 특유의 잔잔함이 바탕이 되니 더욱 매력적이다.

자연스레 세태를 꼬집는 날카로움

<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는 얼핏 돈에 얽매이지 않고 쉽게 연애를 해 나가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할 것만 같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 '지우'는 40이 넘은 독신녀. 게다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주제에 꽃집에서 겨우-친구의 제안으로 동업을 하게 됐으니 정말로 '겨우'다.- 일하고 있는 여자다. 그녀는 동갑인 이혼남과 연애 중이다.

그것도 마치 20대와 같이 철없는 연애처럼 보인다. 가족을 비롯하여 주변사람들은 이 철없는 여인네를 이상하다 생각한다. 그럴 것이 지우는 딱히 주위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 자신의 행복에만 관심을 가진다. 물질적인 어떤 것 보다 자신의 감정에 더없이 충실한 사람이다. 그녀의 이런 성격은 명품으로 치장하고 다니는 20대의 멋진 조카와 자주 비교되기도 한다.

마흔이 넘어서도 별로 돈이 없어 보이는 남녀의 불같은 연애. 아무래도 이상한 시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작가는 사회의 고정관념과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신경 쓰는 타인의 시선을 짓궂게 건드린다. 작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당신들이 한심스럽게 쳐다보는 그들이 오히려 당신들보다 행복할 지도 모르지."

돈이 없는 것은 지우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돈이 없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며 행복을 만끽하는 것이 더욱 우아한 일이다. 오히려 평범한 삶을 살겠다며 아등바등 거리면서 자신을 사회의 틀에 맞춰봤자 행복과는 멀어질지도 모른다.

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0


#야마다 에이미 #일본소설 #소설 #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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